[르포] 군 공항 ‘벌집’ 투기에 불안 떠는 화성 주민

현지용 기자 | 기사입력 2019/07/23 [16:20] | 트위터 아이콘 444,603
본문듣기

[르포] 군 공항 ‘벌집’ 투기에 불안 떠는 화성 주민

현지용 기자 | 입력 : 2019/07/23 [16:20]

2017년 2월 수원 군 공항 예비이전 후보지로 경기 화성시 화옹지구가 선정됐다. 이에 본지는 23일 화성시 우정읍 원안리 마을 일대를 방문해 보상금을 목적으로 세워진 대량의 소규모 주택 구역을 관찰했다. 사진 / 현지용 기자

 

[시사주간=현지용 기자] 군 공항 이전 후보지 선정으로 투기 세력이 들어서는 가운데, 보상금을 목적으로 빈 집을 짓는 이른바 ‘벌집’ 공사가 여전해 원주민들의 터전에 불안감이 돌고 있다. 

 

23일 본지는 경기 화성시 우정읍 원안리 일대 마을을 방문했다. 국방부가 2017년 2월 7조원 규모의 수원 군 공항 예비이전 후보지로 경기 화성시 화옹지구를 선정하자 지구 일대와 접한 원안리 등 농어촌 일대에는 투기세력의 침입으로 ‘개발 호재’라는 기대가 커졌다. 동시에 군공항 이전으로 인한 원주민의 불안과 반대 목소리도 높아졌다. 

 

이 와중에 확정나지 않은 군 공항 이전에도 개발을 기대하는 일부 투기 세력의 진입으로 인해 이곳 마을과 일대에는 토지 보상금 및 건축물 보상금을 더 얻고자 사람이 살지 않는 조립식 주택이 벌집마냥 설치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날 기자가 다녀간 원안1리 마을 인근도 그러했다. 논밭과 비닐하우스, 농촌 주택이 있는 마을에서 약 330m 떨어진 곳에 조립식 단층 주택 수십 채가 발견됐기 때문이다. 

 

본지가 23일 방문한 경기 화성시 우정읍의 한 주택 구역은 주택허가 규격에 걸리지 않는 소규모 주택이 수십여 채 지어져있었다. 외관상 사람이 사는 집으로 보인 반면 주택 내부 및 전기·가스계량기 사용 흔적은 전혀 없는 등 인적이 보이지 않았다. 사진 / 현지용 기자

 

조립식 주택 주변에는 텃밭이 가꿔져 있었고, 주택별 문간 일부에는 신발이 놓여있어 마치 사람이 사는 것 마냥 조성돼있는 모습이었다. 들리는 인적은 전혀 없었으며 각 집집마다 설치된 전기계량기와 도시가스계량기는 오랜 세월 사람이 사용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듯 모든 계량기의 눈금이 조금도 바뀌지 않았다. 

 

집의 상당수는 문 앞 도보로 길도 나있지 않았으며, 내부 또한 사람의 손길이 전혀 없는 버려진 상태였다. 집 주변에 굴러다니는 건축 쓰레기들만큼 주택 문 앞에 자란 잡초들은 허리춤까지 자란 상태였다. 건물 간 간격이 좁고 주택 차창도 일반적인 농촌과는 다른 모습의 빈 집이 우후죽순 지어져 있었다. 아예 이 구역 한 켠에는 짓다 만 콘크리트 건물이 뼈대를 드러낸 채 폭염 속에서 열을 받고 있었다. 

 

이런 소규모 수준의 주택이 우후죽순 자람에도 이를 막기 어려운 이유는 군 공항 이전이라는 근본적인 동기와 함께, 지은 후 주택허가를 받아야 하는 규모 대신 이를 피하는 소형 주택을 지어 강제 철거, 인허가 취소의 제재에서 벗어났기 때문이다. 

 

지난해 1월 이후 개발행위허가 건수는 총 154건으로 우정읍 △화수리 56건, △원안리 47건, △호곡리 51건인 것으로 나타났다. 

 

군공항 이전과 보상문제가 원주민의 반발로 아무것도 논해지지 않았으나 공항 이전이 확정되면 토지에 대한 거주 보상비와 함께 지은 주택에 대한 막대한 보상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점을 노렸다는 예상이 가능하다. 인근 주민들도 인터뷰에서 “군공항 들어서면 보상 더 받으려고 이런 빈 집들을 지었다”고 불만을 보였다. 

 

화성시가 1949년 화성군이던 시절부터 화성시에서 나고 자란 택시기사 B씨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수원에서 개발하겠다며 원래 있던 군 비행장을 화성으로 밀어내면 원래 살던 화성시민들이 반기겠느냐”며 “그런 화성 사람보고 님비(NIMBY, 지역 이기주의)라 부르는 것은 화가 날 일”이라 토로했다. 사진 / 현지용 기자

 

원안리는 화성 서부 내륙 농촌이면서도 천연기념물 철새 도래지인 화옹지구와 맞닿아있다. 다 합쳐도 4만명 수준인 지구 인근 5개 읍면의 주민들은 오래전 우정읍 매향리의 미군 폭격 훈련장인 ‘쿠니사격장’의 소음과 오폭 피해로 불안한 나날을 산 바 있다. 

 

철새와 농어촌의 땅에 군이 지역민에게 떨어뜨린 것은 폭탄만이 아니다. 2005년 사격장 폐쇄 이후 십 여년만에 군공항 이전이라는 개발 ‘붐’을 일으켜 투기 세력의 지역 혼란에 불안을 떨고 있기 때문이다. 원안리에서 평생을 산 85세 노인 A씨는 “제발 군 공항 들어서서 피해 받지 않게 해달라”고 말했다. 

 

화성 군 공항 이전은 지역 원주민들뿐만 아니라 화성시에서 나고 자란 시민들에게마저 부정적인 의견이다. 화성시가 1949년 화성군이던 시절, 화성에서 나고 자란 택시기사 B씨는 “수원에서 개발하겠다며 원래 있던 군 비행장을 화성으로 밀어내면, 원래 살던 화성시민들이 반기겠느냐. 개발해서 돈 벌려는 토건족 때문에 원래 사는 고향 사람들만 개발이니 오염이니 애꿎은 피해만 본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군 공항이 들어선다는 뽐뿌질이 퍼지자 이곳 화성 인근도 개발 기대로 술렁이지만, 여기보다 더 시끄러운 곳은 지금 있는 공군 비행장이 나가고 남을 수원의 그 빈 땅”이라며 “나가지도 않은 땅을 갖고 그쪽 사람들은 백화점이니 뭐니 하며 땅값 계산부터 하는데, 그런 화성 사람보고 님비(NIMBY, 지역 이기주의)라 부르는 것은 당연히 화가 날 일”이라 말했다. 

 

이와 관련 화성시는 지난 3월 벌집주택 대책회의를 열어 위장전입 차단 등 투기 단속을 강화할 것이라 밝혔다. 하지만 이날 취재기자가 다녀본 곳만 하더라도 화성시의 단속 강조는 유언비어 피해방지 현수막 수준에서 그친 것으로 보였다. 벌집 건축은 여전하고 오히려 이를 비웃듯 ‘유치권 행사중’이란 현수막을 보란 듯이 걸어 놓았다. 

 

한낮의 최고 기온이 33도까지 미친 이날, 원안리 노인정의 어르신들은 기자에게 냉수 한 사발을 건네시며 “이곳에서 12대를 걸쳐 살아왔다. 부디 바른 말 좀 전해달라”고 당부했다. 폭염 속 받은 그 냉수 한 사발에서 원주민들이 가꿔온 삶의 터전이라는 무게를 느꼈다. SW

 

hjy@economicpost.co.kr

시사주간 현지용 취재부 기자입니다.

"미래는 타협하지 않는 오늘이 만듭니다"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