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안내방송, 청각장애인에겐 ‘무용지물’

임동현 기자 | 기사입력 2019/10/17 [14:04] | 트위터 아이콘 444,2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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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안내방송, 청각장애인에겐 ‘무용지물’

임동현 기자 | 입력 : 2019/10/17 [14:04]

지하철 안내방송의 사각지대에 청각장애인들이 놓여있다. 안내방송 외에는 열차 상황을 알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사진 / 임동현 기자    

 
[시사주간=임동현 기자] "이번 역은 OO, OO역입니다. 내리실 문은 왼쪽입니다". "다음 역은 OO, OO역입니다", "열차 간격 조정으로 잠시 더 정차하겠습니다. 안전한 객차 안에서 잠시만 기다려주시기 바랍니다". "열차 내 정차역 안내가 꺼져 있습니다. 손님 여러분들께서는 내리실 역을 확인해주시기 바랍니다. 열차 이용에 불편을 드려 대단히 죄송합니다".
 
지하철 안에서 흔히 듣게 되는 안내방송들이다. 정차역과 다음 정차역을 알려주고 열차 내에서 일어난 상황, 갑작스런 운행 조정 및 정차 등이 발생할 때마다 차 안에서는 안내방송이 나온다. 하지만 간혹 실수로 이 안내방송을 놓치는 경우도 종종 생긴다. 특히 스마트폰으로 흘러나오는 음악이나 영상에 집중하다보면 이 안내방송을 듣지 못해 혼란이 벌어지는 일도 종종 생긴다.
 
그런데 이 안내방송의 사각지대에 있는 이들이 있다. 바로 청각장애인이다. 열차 내 상황을 알려주는 것이 안내방송 외에는 없기에 듣지 못하는 청각장애인들은 열차 안 상황을 알 수가 없다. 도착역 같은 경우는 안내판을 통해 확인할 수는 있지만 이 안내판이 꺼지면 방법이 없다. 열차 내 문제는 모두 안내방송으로만 안내가 되고 자막이 제공되지 않는다.
 
따라서 청각장애인들은 지금 도착하는 역이 내가 내려야하는 역인지를 일일이 확인해야함은 물론 열차 내의 문제를 알 수가 없어 불안감을 느끼는 경우도 많다. 지하철 연착으로 발이 묶이는 경우도 청각장애인들은 왜 지하철이 오지 않는지, 왜 연착이 되는지를 알 수가 없기 때문에 발을 동동 구르게 되고 심지어는 자괴감을 느끼는 일도 생긴다. 
 
지하철 이용 뿐만 아니라 기차역, 공항 등에서도 청각장애인의 불편이 계속되고 있다. 비행기 탑승구 변경, 열차 도착 시간 등의 안내방송을 들을 수 없음은 물론 발권 변경이나 민원 등을 처리할 때도 응대를 하는 사람이 많지 않고 수어로 응대를 하는 예는 거의 전무에 가깝다. 이 상황에서 역사나 공항, 차량 내부에서 사고가 날 경우 청각장애인들이 상황을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어 큰 위험에 노출될 수 있는 것이다.
 
이 불편을 막기 위해 모든 안내 방송을 자막으로도 서비스하는 시스탬 구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으며 호주와 노르웨이 등의 예로 장애인에게 특수 보조기기를 제공해 안내방송을 들을 수 있게 하는 시설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지난 15일 아침 서울 지하철 3호선 객차의 도착역 알림판이 꺼져 있었다. '알림판이 꺼져 내릴 역을 확인해주시길 부탁드린다. 불편을 드려 죄송하다'는 안내방송이 나왔지만 청각장애인의 경우 상황을 잘 모르기 때문에 당황할 수 있다. 사진 / 임동현 기자     

 
국회에서는 올 9월 교통시설, 교통수단에서 수어통역이나 보청시스템 등 장애인 편의서비스를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한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 윤소하 정의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이 법안에는 교통이용과 관련된 편의에 한국 수어 통역 서비스, 탑승보조 서비스, 보청기기 제공 및 보청기기 전용 방송장치 설치 등 청각보조 서비스, 기타 교통약자의 유형별 편의서비스를 명시하고 있다.
 
김철환 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 활동가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외국의 경우에는 우리의 와이파이존처럼 보청기를 낀 이들이 안내를 받을 수 있는 '루프존'이라는 곳이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이를 만들려면 건물 밑에 구리선을 까는 작업을 해야하기 때문에 건물 전체를 바꾸어야하는 상황이 되어 도입이 사실 어렵다. 그보다는 주파수 변경 방식으로 안내데스크나 기타 여러 곳에 존을 설치해 청각장애인이 안내 방송을 들을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밝혔다. 
 
김철환 활동가는 이어 "자막 전송도 결국은 인력이 있어야 가능한데 서울교통공사가 자동화를 이유로 인력을 감축하고 있다는 점이 걱정이다. 마이크로 말을 할 때 이를 자막으로 쳐서 전송하는 것도 인력이 필요한데 인력을 빼는 문제가 쉽지 않다면 시스템을 조금 바꾸어 책임자에게 엄격한 접속 권한을 주고 실시간 자막으로만 프로그램을 주게 한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시스템을 바꾸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고 하는데 10년 전 지하철 승강기도 부지가 확보되지 않고 구조상 어렵다고 서울교통공사가 반대했지만 지금은 승강기가 잘 운영되고 있다. 그걸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부가적인 일이라고 생각하고 귀찮으면 안해도 된다라고 생각하느냐, 장애인 노약자 등 시민을 위해 반드시 해야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느냐 그 관점의 차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공사에서 운영하는 '또따지하철' 어플리케이션이 있다. 여러 서비스를 제공하는 앱인데 그 중 'PC알림 서비스'가 있다. 열차 지연이나 고장 등의 상황이 발생하면 종합관제센터에서 문자 형식으로 알림을 주고 앱을 통해 실시간으로 표출이 되는 서비스다. 현장에서도 집에서도 확인이 가능해 청각장애인도 이 문자를 받으면 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다. 청각장애인들이 요구하고 있는 '자막서비스'와 같은 것이라 볼 수 있다., 지하철 승강장에 지하철 안내 계시기가 있는데 평소에는 홍보 문구를 달지만 사고가 날 경우에는 사고 문구를 게시해 안내하고 있다"고 밝혔다. SW
 
ldh@economicpost.co.kr
시사주간 임동현 취재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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