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단일화는 누구를, 무엇을 위한 선택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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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단일화는 누구를, 무엇을 위한 선택인가?
  • 시사주간 편집국
  • 승인 2016.04.01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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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한 곳으로만 몰아달라는 것은 “非禮”
사진 / 뉴시스

단일화 바람이 거세다.     

서울 강서병 후보로 나선 더민주 한정애 후보와 국민의당 김성호 후보가 31일 여론조사 50%와 배심원제 50%를 혼합한 방식으로 단일 후보를 결정하는 데 합의했다. 이는 수도권에서 후보 간 첫 후보 단일화가 성사된 것으로 다른 지역으로 확산되는 기폭제 역할을 하게 될지 궁금해지는 장면이다.   

김 후보는 보도자료에서 "꽉 막혀있는 수도권 단일화의 물꼬를 트고자 개인적 결단을 내렸다. 더민주 한정애 후보와 무조건적인 단일화에 응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 과정에서 당 지도부와 별도로 상의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안철수대표를 당혹스럽게 하는 장면이다.   

김 후보는 골수 야당체질로 보인다. 자신의 트위터에 “헌재의 통진당 해산은 대한항공 땅콩 회항에 이은 시계를 거꾸로 돌리는 땅콩재판이다” “옛 통진당 이상규 후보의 사퇴 이유를 읽으니 가슴 뭉클하다(하략)” 등의 의견을 게시할 정도로 통진당에 우호적이다.    

김 후보는 지난해 1월 더민주(당시 새정련)를 떠나 국민의당으로 옮겼다. 그때 그는“나는 오늘 새로운 정치의 길에 동참하기로 했다. 민주진보 인사들의 모임인 국민모임(국민의당)의 제안이 시대적 요청이기 때문…” “야권교체를 통한 정권교체를 위한 대안정당, 대체정당, 선명야당”이라고 주장했다.    

그런 그가 자신의 뿌리인 더민주를 버리고 고심 끝에 선택한 국민의당이라는 간판을 내릴 수도 있는 위험한 도박에 나선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대안정당, 대체정당, 선명야당”이라던 소신은 어디로 갔는지 궁금하다.   

김 후보가 소속된 정당의 당론을 무시하고 당과 상의 한 마디 없이 결단을 내린 것 역시 그동안 국민의당에 대해 보여준 애정과 다른 당에 대한 비난을 상기해 보면 찜찜하다.    

선거에서 소속된 정당을 찍어 달라는 것은 후보 개인의 이데올로기와 정체성 그리고 당에 대한 심판(judgment)을 해달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일화를 하는 것은 유권자의 선택의 폭을 제한하는 행위일 뿐 아니라 자신의 정체성을 버리고 이기기만 하면 된다는 이해타산식의 결과가 아닌가 걱정이 된다.   

이쯤해서 단일화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도 필요하다. 진보원로들이나 더민주에서 단일화에 목매는 것도 꼴사납다. 무조건 한 곳으로만 몰아달라는 것도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유권자들은 슬슬 단일화에 대해 신물을 내기 시작했다.    

강력한 야당이 나서서 여당을 압박해야 한다는 명분도 이제는 그럴싸해 보이지 않는다. 아무리 의원수가 많으면 뭐 하나. 국회선진화법에 걸려 아무 것도 하지 못하는게 거대 여당의 처지다. 차라리 3당 체제를 만들어 사안에 따라 협조하면 될 것이다.     

이번 강서병 연대에 이어 여러 군데서 단일화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과거 사례에 비춰보면 야당세를 보다 강력하게 만드는데 도움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여러 가지 협잡이 나타나기도 했으며 이 과정에서 함량미달 의원이 탄생하기도 했다. 더 민주는 단일화가 최상의 방법인지 숙고해 볼 필요가 있다. 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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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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