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팍팍한 청년들 가슴에 비수로 꽂히는 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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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팍팍한 청년들 가슴에 비수로 꽂히는 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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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9.15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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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족↑, 비싼 집값 골치…"언제 결혼하니? 묻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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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주간=박지윤기자]
  #1. 직장인 최모(36)씨는 올 추석 명절 큰집에 가지 않기로 했다. 지난 설 오랜만에 만난 친지들로부터 돌아가며 하루에도 몇 번씩 '결혼은 언제 하냐'는 말에 시달렸던 기억 때문이다. 가뜩이나 월급 사정도 좋지 않은데다 결혼하려면 전셋집이라도 구해야 하는데 도저히 엄두가 안 난다.

#2. 결혼 5년차 송모(31)씨, 김모(31·여) 부부는 올 추석 명절에 양가 친척들을 만나기로 했다. 하지만 '2세 계획은 없느냐'는 질문을 받을까봐 걱정스럽다. 지금도 한 달 수입 300만원 가량으로 전세자금 대출 원금에 이자, 생활비를 내고 나면 남는 게 없는데 자녀 계획은 사치처럼 느껴진다.

취업포털 사람인이 직장인 1037명을 대상으로 '추석 때 듣기 싫은 말'을 설문조사한 결과 '사귀는 사람은 있니, 결혼은 언제 하려고'(27.5%)가 1위에 올랐다.

이어 '월급은 얼마나 받니, 먹고 살만하니'(15.9%), '돈은 얼마나 모았니'(12.1%)가 듣기 싫은 말 2, 3위를 차지했다.

이러한 가족·친지들의 말은 가뜩이나 삶이 팍팍한 청년들의 가슴에 비수로 꽂힌다.

실제로 '추석 때 듣기 싫은 말을 들어서 상처받은 적이 있다'는 응답이 절반(51.9%)을 넘었으며, 이러한 말 때문에 명절 귀성이나 가족모임을 피한 적이 있다고 45.5%가 답했다.

청년들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어렵게 직장을 구해 캥거루족(부모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는 20~30대 젊은이)에서 겨우 벗어났지만 기다리는 건 학자금대출이나 전세자금대출 등 빚더미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5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1인 가구는 520만 가구로 전체의 27.2%를 차지하며 대부분 전월세 주택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통령직속청년위원회가 최근 발표한 사회초년생 주거실태조사 결과, 혼자 사는 사회초년생의 76.4%가 전월세에 가장 부담을 느낀다고 답했다. 주거에 불만족하는 가장 큰 이유 역시 비싼 임대료(30%)였고, 가장 선호하는 집 유형도 임대료가 저렴한 집(38.9%)이었다.

월세보증금은 평균 1215만원으로 수도권이 비수도권의 2배 수준이었고, 월세는 평균 35만3000원으로 31~40만원의 월세 부담자가 34.9%로 가장 많았다. 이들은 월 소득의 22%를 주거비로 지출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내 집을 산다는 건 금수저가 아닌 이상 힘들다. 서울에서 집을 사려면 세금을 제외한 가구소득 전부를 쓰지 않고 모아도 16년 이상 걸린다는 조사도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한국감정원과 통계청 자료를 토대로 지역별 주택 가격과 가구소득을 비교한 결과, 서울의 아파트 매매가격(평균 5억1921만원)이 국내 가구의 가처분 소득(연 3235만원) 16.1년 치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전세가격까지 천정부지로 올라 대다수 청년들은 월세 말고는 마땅한 선택지가 없다.

KB국민은행 '8월 전국 주택 매매·전세시장 동향' 조사에 따르면 전국 주택 평균 전세가격은 2억409만원으로 조사됐다. 서울은 3억3315만원이다.

서순탁 서울시립대 도시과학대학장(경실련 서민주거안정운동본부장)은 "청년 주거문제는 일자리·결혼·출산 등 전반적인 사회 현상과도 맞물려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청년들이 적정한 수준의 임대료를 부담하고 살 수 있도록 '전월세인상률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제'를 법제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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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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