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 짜고치는 고스톱 당할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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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 짜고치는 고스톱 당할자 없다
  • 박지윤 기자
  • 승인 2016.11.18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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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면접서 갑자기 전례없던 영어인터뷰 진행, 통역요청도 거절돼
당시 포스코 8대회장을 선임하는 후보자 선정 최종면접에서 마지막 후보로 오른 권 회장과 경쟁자에게 전례없는 영어 질의응답을 요구, 상대적으로 권 회장에게 유리한 상황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사진 / 뉴시스  

 

[시사주간=박지윤 기자] 최근 검찰의 최순실 게이트 수사와 관련해 포스코와 정권 실세들 간의 정경유착 의혹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 2014년 초 있었던 권오준 포스코 회장의 선임 과정에서 짜고치는 고스톱의 불공정 논란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포스코 8대회장을 선임하는 후보자 선정 최종면접에서 마지막 후보로 오른 권 회장과 경쟁자에게 전례없는 영어 질의응답을 요구, 상대적으로 권 회장에게 유리한 상황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거쳐 결국 엔지니어출신으로 당시 기술총괄 사장을 맡고 있었던 권 회장이 최종 후보자로 선정되자 포스코 안팎에서는 의외라는 반응과 함께 '보이지 않는 손'의 개입의혹이 불거졌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4년 1월 있었던 포스코 8대 회장 선정 최종 면접은 당시 후보였던 권오준 사장과 경쟁자였던 정동화 포스코건설 부회장 두명이 치렀는데 면접과정에서 전례없이 영어 질의응답 요구가 갑자기 제기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면접은 CEO 후보추천위원회가 진행했고 이들은 포스코 사외이사진으로 전원 구성됐다. 이영선 연세대 명예교수, 한준호 삼천리 대표이사 회장, 이창희 서울대 법학부 교수, 제임스 비모스키(James B.Bemowski) 두산 전 부회장, 신재철 전 LG CNS 대표이사 사장, 이명우 동원산업 대표이사 사장 등이 당시 포스코 사외이사였다.

이 자리에서 당시 권 사장과 정 전 부회장에게 갑자기 영어 질문이 시작됐고 답변도 영어로 요구됐다. 특히 회사 비전과 관련한 내용을 영어로 간략히 브리핑 해달라는 요구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이전에도 포스코에 외국인 사외이사가 있었지만 회장 선정 면접에서 영어로 질의응답을 요구한 것은 당시가 처음이었고 1차 면접 때만 하더라도 통역을 통해 면접이 진행됐다는 점이다.

이에 캐나다 윈저대에서 석사, 미국 피츠버그대학교 대학원에서 금속 박사 학위를 받고 포스코 유럽사무소장으로 일 한 경력이 있는 권 회장은 당시 면접에서도 유창하게 영어로 답변을 이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국내에서 학위를 취득하고 국내에서만 활동해온 정 전 회장은 사전 예고 없던 영어 면접에 당황해 준비한 답변도 제대로 하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 전 부회장은  당시 상황에 대해 "영어로 인터뷰가 진행된다는 사실을 사전에 전혀 고지받지 못했고 통역을 신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상당히 당황스러웠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전했다.

후보추천위원회가 양 후보의 학력과 경력 사항을 충분히 숙지하고 있었고 포스코 회장을 선정하는 데 있어 외국어 능력이 최우선 사항이 될 수 없었음에도 이같은 과정이 있었던 것과 관련해 업계 안팎에서는 상당한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포스코의 한 관계자는 "회장 면접과정에서 갑작스럽게 영어로 질의응답과 브리핑을 요구한다는 것은 전례도 없을 뿐더러 다분히 의도가 깔린 것으로 볼 수 밖에 없지 않느냐"면서 "포스코 정도의 회장이면 모든 국제행사에서 대부분 통역이 동행해 회장의 영어실력이 직무와 큰 연관이 없고 핵심적 능력도 아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쪽 후보의 약점을 들춰내 망신주기식 면접을 진행한 것은 객관적으로 봐도 문제가 있는 것"이라며 "엔지니어출신의 당시 권 사장이 갑작스럽게 회장으로 선출되면서 회사 안팎의 상당수 인사들이 상당히 놀라워했다"고 주장했다.

정 전 부회장은 2차 면접 전 그동안의 직무 능력과 대내외적 인지도를 바탕으로 나름의 자신감을 보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정 전 부회장은 현재 정준양 전 회장과 함께 각종 횡령, 배임으로 인해 검찰에 불구속 기소돼 법원의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같은 의혹에 대해 이영선 전 포스코 이사회의장은 "그런 의혹에 대해 아는 바 없으며 적법한 절차에 의해 신임 회장이 선임됐다"고 입장을 밝혔다.

한편 이런 논란 속에 권 회장의 부인인 박충선 대구대 교수(가정복지학과)가 과거 박근혜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던 사이로 알려지면서 의혹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박 교수는 서강대학교 출신으로 박 대통령과 동문이다. 1972년 입학으로 박 대통령의 2년 후배다. 박 교수는 지난 2003년부터 2005년까지 경북여성정책개발원장으로 일하면서 당시 국회의원이던 박 대통령과 인연을 갖게된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박 교수는 최순실씨와의 연관설까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포스코 측은 "박 교수가 경북여성정책개발원장으로 일 할 당시 박 대통령과 인사를 나눈 정도는 맞지만 이후로 연락을 지속하거나 만난 것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확대 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SW

pjy@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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