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인터뷰] 포항공대 백성기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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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인터뷰] 포항공대 백성기 교수
  • 시사주간
  • 승인 2017.09.07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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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Y대학이 미래를 보장하던 시대는 끝났다고 강조하는 백성기 교수. 사진 / 배성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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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배성복=대구경북취재본부장] 글로벌 석학, 제5대 포항공과대학교(포스텍) 총장을 지내고 대학구조개혁위원장으로 한국대학의 변화를 주도해왔던 백성기교수를 만났다.

백교수는 오랜 시간 학문과 사회문제를 관찰하며 쌓아 온 내공을 시사주간과의 인터뷰에서 거침없이 제시했다. 그가 살아온 삶과 한국 젊은이들에게 제시하는 미래 꿈의 방향에 대하여 들어봤다.

Q. 제5대 포항공대 총장으로 재직하셨고, 2014년부터 4년간 3대 및 4대 교육부 대학구조개혁위원장으로 활동하시고 최근 임기를 마치셨는데 소회를 말씀해 주세요?

→ 사실 대학구조개혁위원장은 평가를 통해 대학입학정원을 줄이도록 요구하는 임무이기 때문에 처음 위원장으로 임명을 받았을 때 부담이 컸습니다.


3년의 1주기 평가를 마치고 2주기 평가계획이 확정이 되어 대과 없이 임기를 마치게 되어 다행으로 생각하고 홀가분하게 느낍니다. 대학구조개혁은 대학의 사활이 걸린 문제일 뿐만 아니라 국가의 장래가 걸린 중대한 사안이고 해서 중요한 시기에 위원장으로 봉사하게 되어서 보람되게 생각합니다.

Q. 대학구조개혁위원회가 하는 일은?


대학구조개혁위원회가 만들어지게 된 동기가 우리나라 출산율의 저하로 학령인구의 급격한 감소로 인하여 대학정원조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함이었습니다. 대학구조개혁위원회는 대학의 근본적인 구조조정문제이기 때문에 신중할 수밖에 없습니다. 위원회의 성격은 법적인 강제적인 권한이 있는 것이 아니고 수시로 교육부장관이 요청하는 사안에 대해 심의, 자문하는 기구입니다.

Q. 대학구조개혁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나?


우리나라 대학이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가하면 2014년 대학입학정원이 56만 명이었는데. 고교 졸업생 숫자가 2018년에는 이보다 적어지는 역전 현상이 일어나고, 2023년이 되면 40만 명으로 줄어들게 됩니다. 결국 대학입학 정원을 그대로 놔두면 정원대비 고교졸업생 수가 16만 명이 부족하게 됩니다. 따라서 정부가 선제적으로 1주기 4만명, 2주기 5만 명, 3주기 7만 명, 총 9년에 걸쳐 16만 명의 정원을 줄여가겠다는 계획입니다.

구조개혁은 각 대학에 대한 평가를 통해서 이러한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1주기에는 교육의 기본적인 요건과 교육의 질적 수준을 평가하고 등급에 따라 차등적으로 정원을 줄이고  평균 미만의 대학에 대해서는 정부의 재정지원도 제한하는 조치를 취하여, 입학정원을 4만4천명 감축하였습니다.

이제 1주기가 끝나서 2주기에는 어떻게 할 것인가 많은 고민을 했는데, 지난 1주기를 돌아보고, 2주기 평가기준, 방법에 대하여 의견 수렴을 거쳐 1주기는 일반대학과 전문대학을 나눠서 평가를 했는데 2주기에는 추가로 지역별로 안배를 해서 수도권과의 형평성을 기울였습니다.

그 이유는 1주기 평가에서 지방대학이 상대적으로 불리하다는 것이 인정되었고, 수도권 집중현상이 심각한 우리의 실정에 비추어 지방대학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고려되었습니다.

아울러 4차 산업혁명이 특히 취업시장에 큰 변화를 가져 올 것으로 예견이 되어 좋은 일자리가 많이 없어지는 상황에서 이제 새로운 일자리 만들 수 있는 능력을 키울 수 있는 대학으로 거듭나야 하겠습니다. 따라서 2주기에는 정원조정 뿐만 아니라 교육의 내용과 틀의 혁신을 통해 4차 산업혁명에 대처할 수 있는 창의적 역량을 갖춘 인재를 교육하고자 하는 변화 의지를 가진 대학은 정부의 지원 등 인센티브가 주어질 것입니다. 

 

Q. 부실대학 정리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많은데 동의하십니까?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국가적인 재앙에 해당하는 사태를 맞아 모든 대학이 고통을 분담하고자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사회는 급속하게 변화하는데 사회의 수요나 학생들의 욕구에 맞추지 못하는 대학은 퇴출되어야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몸집을 줄이기 위해서는 정원을 줄이는 수 밖에 없고 대학은 부실학과를 우선적으로 정리해 갈 수 밖에 도리가 없다고 봅니다.

Q. 서남대등 3개 대학 퇴출이 발표되었는데 앞으로의 전망은?


1주기 구조개혁의 결과 서남대를 포함한 3개 대학이 문을 닫게 되는데 2주기에 들어가면 더 많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동안 미진한 대학에 대해서는 컨설팅을 통해 끊임없이 변화를 요구해왔습니다.

그래도 부실한 대학, 상대적으로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지 못하는 대학, 경영부실, 방만한 운영, 교육여건이 미비한 대학, 위기감을 공유하지 못하는 대학에 대해서는 더욱 가혹한 구조조정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대학평가에서 미진한 대학으로 판명이 나면 학생들이 지원을 하지 않을 것이고, 정원을 채우지 못하면 등록금 의존율이 높은 국내대학의 현실을 보면 결국 문을 닫게 될 것입니다. 결국 위기의식을 공유하지 못하는 대학은 퇴출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단순히 대학의 수만 줄인다고 대안이 될 수 없습니다. 대학의 다양성이 중요합니다. 미국에 비해 인구대비 우리나라 대학숫자가 많은 것은 아닙니다. 이를 통해 교

육의 공급자 교수중심에서 교육의 수요자 학생중심의 대학으로 변화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사학이 우리나라교육을 이끌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반발이 만만치 않을 텐데요?


사학들이 우리나라 고등교육의 약 70%를 담당하고 있지만, 문제는 갈수록 재정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대학개혁에 필요한 막대한 재정적 부담을 정부가 나서서 도와주는 방법 밖에는 특별한 대안이 없는 실정입니다. 미국은 학생1인당 투자비가 우리나라보다 거의 5배에 해당합니다. 정부 재정지원이 필수입니다. 정부가 들어서 일부 사학들을 공공화하고 재정 지원을 확대하는 방안 등을 고민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Q.  평가는 누가 어떻게 합니까?


평가는 구조개혁위원회에서 하는 것이 아니고 별도로 한국교육개발원 대학구조개혁평가단이 구성되어 있어 전문가에 의해 평가를 합니다. 무엇을 평가할 것인가? 평가지표는 대학구조개혁위원회에서 제안한 바 있습니다. 평가의 공정성 적정성 형평성 등에 논란이 많아 대학을 평가하는 평가지표들이 대부분 정량적인 평가를 해왔습니다.

정량적인 평가를 가지고는 교육의 프로세스 학생들의 피드백 등 교육의 질적 수준 평가의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정성적인 평가지표를 많이 도입했습니다.


평가지표를 만드는데 미국 유럽 등에서는 대학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참조했습니다. 예를 들어 교수충원율, 학생들의 피드백을 받는가, 성적관리 잘하고 있는가?, 특히 학습저조한 학생들 관리는 어떻게 하는가?,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학업포기학생 방지대책이라든지 정성적인 문제를 공정하게 평가하기 위하여 고심을 많이 했습니다. 대학평가에 대하여 반대 입장을 내는 민교협, 사교협 등 많은 교수들과도 토론을 많이 했습니다. 그분들은 대학의 자율성을 강조하며 평가를 반대합니다. 그러나  평가를 하지 않으

면 대안이 있어야 하는데 마땅한 대안이 없었습니다.

▲ [배성복 본부장과 인터뷰 중인 백성기 교수]

 

Q. 정권 바뀌고 신임 교육부장관님께 한 말씀?


먼저 대학구조개혁위원장으로 가장 큰 애로사항은 대학구조개혁을 담당하는 부서의 핵심 공무원이 너무 자주 바뀌어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예를 들어 핵심적인 담당자가

대학평가과장인데 4년 동안 4번 바뀌었습니다. 꾸준하게 추진되어야 할 장기적 목표를 가지고 하는 일이고 전문성이 요구되는데 실무진이 자주 바뀌는 일이 없었으면 합니

다.

두 번째로 국립대학 지역거점대학을 중심으로 각 대학마다 강점분야를 특성화하고 지원을 확대해 가겠다는 계획은 좋습니다. 그러나 국립대학은 사립대에 비해 위기의식이 부족합니다.

장관 취임하자마자  국립대에서 거론되고 있는 총장직선제는 스스로 무덤을 파는 것입니다. 90년대 들어서며 국립대학이 총장직선제를 도입하면서 교수사회가 완전히 정치판이 되었던 기억이 너무도 생생하고 불과 1년 전에 이를 폐기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국립대 교수는 일단 정년보장 받으면 철밥통이 되는 경향이 더욱 심합니다.

대부분의 사립대보다 봉급도 많습니다. 대학개혁의 원동력은 인구절벽으로 닥친 위기의식입니다. 국립대는 바로 그 위기의식이 사립대학에 비해 부족한 현실을 직시하여야 합니다.


우리나라 대학들이 벼랑 끝에 놓여있습니다. 교육비는 늘어나는데 학생들은 줄어들고, 등록금상한제에 묶여있습니다. 이러한 한계상황에서 인구절벽과 4차 산업혁명의 위기의식이 변화를 이끌 수 있는 소중한 동력입니다. 이를 어떻게 우리 국립대가 공유할 수 있을까 우선적으로 고민하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교육계의 좌편향 이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거꾸로 교실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역진행 수업방식인데 전통적 수업 방식과는 반대로 학생들이 미리 내용을 학습한 뒤 실제 교실에서 교수와 토론이나 과제풀이 등을 하는 혁신적인 수업방식입니다. 교육의 파라딤이 바뀌고 있습니다. 보편성과 수월성의 균형이 이뤄질 때 비로소 교육을 통한 행복이 이뤄지고 우리의 미래 역시 밝아질 것입니다.


교육은 수월성도 추구해야 하고, 평등성 측면에서 누구에게나 골고루 교육의 기회가 제공되도록 배려해야 합니다. 이쪽이냐, 저쪽이냐 편 가르는 시대는 이제 지났습니다.

평등성을 배려하면서 수월성을 유지하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좌냐? 우냐? 그렇게 나누지 맙시다. 우리나라의 남북 분단사태가 교육까지도 이분법적인 이념문제로 변질시켰습니다. 이념의 장에서 토론의 장으로 나와야 합니다.

Q. 끝으로 이 땅의 청년들에게 한 말씀?
SKY대학이 미래를 보장하던 시대는 끝났습니다. 미래는 자기에게 달려있습니다. 자기에게 무엇이 담겨있는지 발견하고, 꿈과 끼를 살릴 수 있는 전공을 선택하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대학을 선택하지 말고 내 끼를 발현 할 수 있는 꿈을 이룰 수 있는 전공을 선택하고 대학에서는 기본기를 익혀 일생을 통해서 결코 놓을 수 없는 기본적인 스킬을 연마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대학은 갈수록 더욱 평준화되어 가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가장 탁원한 인재들이 대학에 포진해있습니다. 따라서 대학선택 보다는 내가 가지고 있는 끼를 통해 꿈을 이룰 수 있는 전공 선택이 중요합니다. “젊은이여! 꿈을 가지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SW
                                                       
백성기 교수
- 1949년 3월 30일 경기도 수원 출생
- 경기고등학교 졸업
- 서울대학교 금속공학과 학사
- 코넬대학교 대학원 재료공학 박사
- 포항공과대학교 신소재공학과 교수
- 제5대 포항공과대학교 총장
- 제4대 대학구조개혁위원회 위원장
- 제3기 국가교육과학기술자문회의 과학기술분야 위원장
- 제30대 한국세라믹학회 회장.  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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