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흉기] 배신·복수로 점철된 혈전
상태바
[아름다운 흉기] 배신·복수로 점철된 혈전
  • 황영화 기자
  • 승인 2018.03.29 15:33
  • 댓글 0
  • 트위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진 / 알에이치코리아


[
시사주간=황영화 기자] "그때 요시무라의 머리 위로 뭔가가 떨어졌다. 콘크리트 가루였다. 그는 라이터 불을 들어 천장을 올려다봤다. 그 순간 그의 눈이 휘둥그레졌고 비명을 지르려는 듯 입이 벌어졌다. 하지만 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공포와 놀람이 너무 커서 그저 턱만 덜덜 떨렸던 것이다. 천장에는 거대한 거미가 붙어 있었다. 아니, 거미처럼 보였을 뿐 그것은 틀림없이 사람의 모습이었다."('사라진 목격자' 중)

일본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60)의 장편소설 '아름다운 흉기' 개정판이 번역·출간됐다.올림픽 시즌이면 논란이 되는 도핑을 소재로 인간의 욕망을 심도있게 다룬 작품이다.

도쿄 근처 별장에서 총상을 입고 까맣게 탄 시체가 발견되면서 소설은 시작된다. 처음에는 단순히 절도범의 소행이리라고 단정한 사건은 현장 뒤편 기묘한 창고에서 경찰관이 살해당하며 미궁으로 빠져든다.

뒤이어 하나둘씩 기이한 살인사건이 발생하는데, 현장에서 발견된 시체는 보통 인간의 힘으로 죽였다고는 할 수 없을 정도로 관절이 부서져 있다. 경찰은 별장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수사를 벌이지만 범인이 도망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를 쫓고 있다는 것 외에 다른 정보를 찾을 수 없다.

이 소식을 뉴스로 들은 4명의 스타 스포츠선수는 점점 포위망을 좁혀오는 누군가의 기척에 공포를 느낀다. 처음 별장에서 살인을 저질렀을 때만 해도 자신들을 지켜보는 누군가가 존재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각자의 방법으로 어떻게든 살아남으려 발버둥치지만 어김없이 그들 곁에는 누군가가 서성인 흔적이 보인다.

도시를 공포에 떨게 만든 살인자는 누구인지, 별장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의 전모는 무엇인지 궁금증을 더한다. 끔찍한 진실과 함께 간담 서늘한 공포가 옭죄어온다. 약물 복용, 인간 개조 등 인간의 추악한 면이 여과 없이 드러난다.

"준야는 달리기 시작했다. 도망치는 것만이 유일한 방법이었다. 싸울 생각은 전혀 없었다. 저것은 인간이 아니라 괴물이다···. 그는 기숙사로 이어지는 외길을 전력 질주했다. 이렇게 필사적으로 달린 것은 현역 마지막 경기였던 아시아선수권대회 이후 처음이다. 그리고 이 상황에서 불가사의하게도 당시의 기억이 순간적으로 뇌리를 스쳤다."('조작된 금메달' 중)

옮긴이 민경욱씨는 "배신과 복수로 점철된 이 피 튀기는 혈전을 숨죽여 따라가다 보면 인간성과 모성애마저 도구화되는 비정함과 성공 지상주의에 눈멀어 뒤엉킨 욕망의 실타래를 끝내 풀지 못하는 개인들의 일그러진 초상을 목격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잘 만들어진 이야기는 독자들의 호기심을 팽팽하게 가로챌 뿐 아니라 사회와 인간에 대한 묵직한 성찰까지 선사한다는 것을 히가시노 게이고는 잊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알에이치코리아 SW

hyh@economicpost.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