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松 건강칼럼] 밥이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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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松 건강칼럼] 밥이 답이다
  • 박명윤 논설위원
  • 승인 2018.04.29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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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밥
사진 / 시사주간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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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주간=박명윤 논설위원<밥이답이다(babidabida)>는 우리 가족이 연세대학교회(Yonsei University Church)에서 주일 예배를 마치고 점심을 가끔 세브란스병원 본관 3층 식당가에서 먹는데, <밥이 답이다>는 비빔밥, 덮밥 등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 이름이다. ‘밥’은 인체에 꼭 필요한 각종 영양소를 공급하므로 생명을 유지하는데 ‘답’이 된다.  
 

한국어(韓國語)에서 ‘밥’은 관용적인 의미로 주식(主食), 식사(食事) 등을 나타내기도 하며, 양식(糧食)의 의미로 쓰이기도 한다. 보통 ‘밥’이라고 하면 쌀로 지은 것을 말하며, 보리와 같은 곡식들을 쌀과 섞어 짖는 밥은 보리밥, 잡곡(雜穀)밥 등으로 부른다. 예전에는 사회적으로 부유한 계층을 제외하고는 쌀밥보다는 보리, 콩, 조 등을 섞은 잡곡밥을 주로 먹었다. 
 

쌀 미(米) 한자(漢字)는 이삭에 붙어 있는 곡식의 낱알을 형상화 한 상형문자이다. 쌀(米)이란 글자는 八 八(八자 하나는 뒤집어져 있음)이며, 단어가 의미하는 바는 농부가 쌀을 생산하기 위하여 수많은 일손과 시간 그리고 땀을 쏟아야 한다. 즉 볍씨 선정에서부터 발아(發芽), 육묘(育苗), 논갈이, 모내기, 잡초제거하기, 관리, 추수, 탈곡 등 기본적으로 하는 작업이 무려 88가지에 달할 정도로 손이 많이 필요하다. 
 

다른 곡물을 섞지 않은 밥에는 쌀밥, 흰쌀밥(백미밥), 흑미밥, 현미밥, 찹쌀밥, 멥쌀밥 등이 있다. 한편 다른 곡물을 섞은 밥에는 보리밥, 꽁보리밥, 콩밥, 기장밥, 조밥, 메밀밥, 녹두밥, 옥수수밥, 팥밥, 수수밥 등이 있다. 밥 한 그릇(210g)의 열량은 쌀밥 313kcal, 보리밥 312kcal, 현미밥 368kcal, 흑미밥 330kcal, 콩밥 316kcal, 팥밥 309kcal, 오곡밥 320kcal, 찹쌀밥 336kcal 등이다. 쌀은 종류가 다양하지만 기본영양소나 효과는 거의 같다. 
 

다만, 백미(白米, well polished rice)보다는 현미(玄米, brown rice)나 발아현미에는 쌀눈과 쌀겨부분에 항산화ㆍ항암 및 면역력 증가에 도움이 되는 성분이 더 많이 포함되어 있다. 현미(쌀겨층)에는 식이섬유와 폴리페놀성분 등이 다량 함유되어 있어 노화방지, 항산화, 항암 등 건강관리에 효과가 있다. 현미를 발아시켜서 만든 발아현미는 쌀눈에 이러한 기능성분이 3-5배정도 많아 건강에 훨씬 좋다.
 

채소, 해물, 고기 등을 섞어서 만드는 별미(別味)밥에는 송이밥, 곤드레밥, 밤밥, 비지밥, 감자밥, 굴밥, 계란밥, 조개밥, 콩나물밥, 무밥, 쑥밥 등이 있다. 밥을 이용한 음식에는 약밥, 비빔밥, 볶음밥, 덮밥, 김밥, 국밥, 헛제삿밥, 주먹밥, 쌈밥 등이 있다.  
 

조선 후기 서유구(徐有榘, 1764-1845)가 편찬한 임원십육지(林園十六志)는 16분야의 지식을 정리한 백과사전이다. 본리지(本利志)는 곡식 농사에 관한 백과사전으로 농사의 총론이며, 곡물 농사를 집중적으로 다루었다. 봄에 밭가는 것이 ‘본’이며, 가을에 수확하는 것이 ‘리’이므로 ‘본리’는 밭을 갈고(本) 곡식을 수확하는 것(利)을 일컫는다. 농업은 국가의 근간을 떠받치는 기간산업이며 생명산업이다. 
 

밥을 굶은 경험이 없는 사람은 ‘배고픔’을 잘 모른다. 예전 농촌에서 ‘봄’하면 기억나는 것은 ‘배고픔’이었다. 즉 가을에 수확한 양식은 떨어져 가는데 여름곡식 햇보리가 나오기까지 서너 달을 ‘보릿고개’ 춘궁기(春窮期)라고 했다. 속담에 “보릿고개에 죽는다”는 말이 있다. 즉 묵은 곡식은 거의 떨어지고 햇보리는 아직 여물지 아니하여 농가가 심히 곤궁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1960년대까지 봄이 되면 농촌에는 먹을 양식이 떨어져 이른바 절량농가(絶糧農家)들이 속출(續出)했다. 필자는 인재양성ㆍ사회봉사ㆍ국제친선을 목적으로 창립된 파인트리클럽(Pine Tree Club)의 회장으로 1961년 1월에 선출되어 회원들과 함께 ‘사회봉사활동’의 일환으로 농촌 절량농가를 돕기 위한 가두모금(街頭募金)을 실시하여 3월 19일에 8만5백90환(당시 화폐단위) 그리고 3월 25일에는 6만천10환을 신문사(한국일보)에 전달한바 있다. 
 

그 후 우리나라는 박정희(1917-1979) 대통령이 새마을운동과 해외 수출 등을 선도하여 절대 빈곤을 해소하고 급속히 경제가 발전하여 경제대국으로 성장하게 되었다. 박정희 대통령의 독재정치를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하여간 국민들을 굶주림에서 벗어나게 했다. 이제는 쌀이 남아돌아 보관하는데 막대한 예산을 지출하고 있다. 한편 북한은 김일성(1912-1994)ㆍ김정일(1942-2011)ㆍ김정은 3대(代)세습 독재자들의 꿈이 인민들에게 ‘이밥(쌀밥)’을 먹이는 것인데, 경제난으로 아직도 실천하지 못하고 있다. 한반도 비핵화가 성사되고 남북한 경제협력이 활발히 이루어지면 대한민국의 잉여농산물 쌀을 북한에 지원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방금 지은 밥이 제일 맛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방금 지은 밥의 온도는 약 98도이므로 뜨거워서 먹지를 못한다. 이때 밥을 주걱으로 뒤섞어주는 이유는 밥솥 내 불필요한 수분을 날려버림과 동시에 밥의 수분 평형을 위해서다. 그리고 밥을 주걱으로 퍼서 밥공기에 옮겨 담아내면 온도가 약 70-80도 정도가 된다.  

우리가 음식을 맛볼 때 섭씨 5도 이하면 너무 차고, 70도 이상이면 너무 뜨거워 맛을 느끼기 어렵다. 수프나 죽은 약 60-70도, 된장국은 62-70도, 설렁탕은 70-75도일 때 제일 맛이 있다고 한다. 밥은 국이나 탕보다는 약간 낮은 온도로 제공되어야 하므로 60도가 적당하다. 60도 정도의 밥과 반찬을 입에 넣고 씹어 먹으면 그 온도가 45-48도까지 내려간다. 초밥의 경우 밥의 온도는 사람의 체온과 비슷한 36-37도일 때가 제일 맛있다고 한다. 
 

농촌진흥청은 경기 분당제생병원(濟生病院)과 공동 임상시험을 통해 적정량의 쌀밥을 섭취하면 체중이 줄고, 혈당(血糖)도 안정적인 수치를 보이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지난 3월28일 밝혔다. 이에 쌀밥을 먹으면 살이 찌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비만과 당뇨병 예방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인의 하루 평균 영양 섭취량을 2000kcal로 보면, 적정 쌀밥 섭취량은 700g(쌀밥 한 공기는 210g, 313kcal)이다. 
 

이번 임상시험에는 건강한 성인 10명과 당뇨(糖尿)전단계(공복혈당이 140mg/㎗이며 약은 복용하지 않는 사람) 성인 28명이 참여했다. 임상시험은 먼저 건강한 성인을 대상으로 빵, 흰쌀밥, 현미밥, 발아현미밥 등을 순차적으로 먹고 혈당상승 및 인슐린(insulin) 농도변화 등을 측정하여 식사에 대한 의학적 효과를 확인했다. 그리고 당뇨전단계환자를 대상으로 시험을 실시하였다.  
 

혈당 수치가 안정적인 건강한 성인에게 쌀밥과 빵을 각각 제공한 다음 4회에 걸쳐 혈당을 측정한 결과 빵이 쌀밥보다 급격한 혈당 변화를 유발했다. 즉 빵을 먹은 뒤에는 최고 혈당이 131.6mg/㎗로 올랐다가 한 시간 후 114.5mg/㎗로 급격히 떨어져 배고픔을 빨리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쌀밥은 최고 135.8mg/㎗에서 최저 130mg/㎗로 완만한 변화를 보였다.  
 

당뇨전단계 그룹에 대해서는 빵, 쌀밥, 발아현미밥을 먹도록 한 뒤 체중과 허리둘레 변화를 측정했다. 임상시험은 처음 4주 동안 빵을 주식으로 먹도록 한 다음 2주는 평상시처럼 식사하게 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쌀밥과 발아현미밥도 마찬가지로 진행됐다. 쌀밥, 현미밥, 발아현비밥과 밀가루빵과 비교하여 임상연구를 실시한 것은 국내에서 최초이다.  

시험 결과 쌀밥을 섭취했을 때는 체중이 평균 800g, 허리둘레가 평균 0.4cm 줄었다. 발아현미를 먹었을 땐 체중은 1.1kg, 허리둘레는 1cm까지 줄었다. 반면 빵은 체중이 500g 감소하는데 그쳤고, 허리둘레는 오히려 1.9cm 늘었다. 이는 아미노산, 식이섬유 등이 풍부한 쌀밥이 비만, 당뇨 등 대사증후군(代謝症候群, metabolic syndrome) 예방과 건강증진에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국내 최초로 밝혀냈다. 쌀 소비확대를 유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나라는 쌀 소비량이 줄면서 만성적인 쌀 공급과잉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2017년 국민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61.8kg으로 30년 전(1988년, 122.2kg)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쌀 생산량 역시 2015년 433만t, 2016년 420만t, 2017년 397만t으로 서서히 줄어들고 있으나 적정 수요량(370만t)보다는 훨씬 많다. 이에 지난해 말 정부 재고미(在庫米)가 186만t에 이르렀다. 
 

쌀 생산과 소비의 불균형은 쌀값 하락과 정부의 쌀 매입, 관리비, 쌀소득보전직불금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이에 쌀농사에 대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정부 재고미 중 묵은쌀을 과감하게 사료(飼料)로 사용하면 매년 도입하는 사료용 곡물 수입도 줄이고, 재고미를 줄이는 이중효과가 있을 것이다. 
 

정부는 쌀값이 떨어지지 않도록 시장에 풀리는 쌀을 대량으로 매입해 시장과 격리시키는 정책을 쓰고 있다. 2014년부터 2017년까지 4년 연속 쌀을 대거 구매하여 총 126만6000톤으로, 들어간 비용은 약 2조5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7년 쌀 생산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농가들이 쌀을 재배해 벌어들인 총수입(매출액)은 1ha당 974만5530원으로 전년 대비 13.8% 증가했다. 한편 쌀 생산비는 1ha당 691만3740원으로 전년에 비해 2.5% 증가했다. 2017년 생산비를 쌀 80kg 기준으로 계산하면 10만1288원으로 전년과 비교하면 5.4% 올랐다. 쌀 소득은 벼 재배소득과 고정ㆍ변동 직불금(쌀 소득보전 직접지불사업)으로 이뤄진다. 
 

우리는 농부가 땀 흘려 재배한 벼를 도정(搗精)한 쌀로 지은 밥을 감사히 먹으면서 건강관리에 유념하여야 한다. 하루 세끼 균형 잡힌 식단으로 쌀밥을 정량(성인 1일 700g) 섭취하면 현대인의 대사증후군 유발을 억제하고 예방할 수 있다. 이에 밀가루 빵보다 대사증후군 예방효과가 높고 건강증진에 도움이 되는 쌀밥을 매 끼니에 적당량 먹는 것이 바람직하다. 나의 몸은 솔직해서 내가 먹는 대로 반응이 나타난다. SW

pmy@economicpost.co.kr

글/ 靑松 朴明潤(서울대학교 保健學博士會 고문, 대한보건협회 자문위원, 시사주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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