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차 파업 종료, 소비자만 골탕 먹을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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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기아차 파업 종료, 소비자만 골탕 먹을 판.
  • 박지윤 기자
  • 승인 2013.09.12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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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차는 오는 13일 잠정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찬반 투표를 실시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가 이미 임단협을 마무리 지은데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있어 이변이 없는 한 가결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사진 / 시사주간 DB 

 

[시사주간=박지윤 기자] 기아자동차가 12일 임금 및 단체협상에 따른 잠정합의안을 마련하면서 현대기아자동차 그룹의 파업 사태가 안정을 되찾아가고 있다.

기아차는 오는 13일 잠정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찬반 투표를 실시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가 이미 임단협을 마무리 지은데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있어 이변이 없는 한 가결될 것으로 보고 있다. 4개월가량 공회전을 거듭하던 현대·기아차가 정상 궤도로 올라설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파업사태는 일단락되겠지만 현대차 경영진에게는 앞으로 더 큰 과제가 남게 됐다.

현대차 노사가 겪고 있는 갈등이 올해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향후 언제든지 재발할 가능성을 안고 있다. 거의 매년 여름마다 벌어지는 파업으로 막대한 손실을 당하지만 이를 반면교사로 삼기는커녕 똑같은 갈등만 되풀이하고 있다. 이렇게 26년이 흘러가는 동안 노조의 요구는 갈수록 '담대'해졌고, 사측은 점점 '무감각'해졌다.

현대차는 1987년 노조 설립이후 1994년과 2009~2011년 등 총 4번을 제외하곤 어김없이 파업을 단행했다. 기아차는 최근 10년간 2010~2011년 등 2번을 제외하고 매년 파업을 피해가지 못했다.

현대차는 노조가 지난 8월부터 이달까지 실시한 총 10차례 부분 파업으로 5만191대의 차를 생산하지 못해 총 1조225억원의 손실을 입었다. 기아차 역시 2만3271대, 4135억원 상당의 생산차질을 빚었다.

◇"진정한 피해자는 협력업체와 소비자"

전문가들은 특히 현대·기아차 사측과 노조와의 싸움으로 인한 진정한 피해자는 당사자들이 아닌, 협력업체와 소비자들이라고 지적한다.

현대차 노조의 파업과 이에 따른 임금·복지비 등 각종 비용 상승은 국내 자동차 판매가격의 상승을 이끄는 불씨가 되고 있다. 현대차의 협력업체들도 노사 갈등의 최대 피해자다. 파업으로 인해 부품 공급이 대폭 줄어 매출에 큰 타격을 입었다. 일부 영세 협력사들은 도산 위기까지 몰렸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기계전자산업팀장은 "매년 노조는 자신들의 권익보호를 위해 투쟁으로 나가고 사측은 노조와 줄다리기를 하다 합의라기 보단 결국 노조안을 수용하는 선에서 마무리 짓는다"며 "이에 따른 기업의 각종 비용 상승은 물론, (연관산업이 많은 특성상)전체적인 산업의 비용을 증가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그런데 아이러니한 것은 매년 벌어지는 싸움에서 사측과 노조 중 진 사람이 없다는 것"이라며 "노조는 노조대로, 사는 사대로 이익을 챙겼지만 정작 애꿎은 협력업체들과 소비자들만 피해를 입고 있다"고 말했다.

이 팀장은 또 "IMF 당시와 같은 위기가 또 오지 않을 것이란 보장은 없다"며 "잘 나갈 때일 수록 위기의식을 갖고 장기적인 투자계획, 협력업체들에 대한 지원계획을 내놓는 등 노사가 서로 협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성재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원도 "노동운동의 기본은 '연대의 원리'인데, 현 노조는 자신의 사업장 내 정규직 외 다른 곳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며 "정규직 조합원들끼리만 잔치를 벌일 것이 아니라 사외하청, 사내하청까지 어떻게 연대할 것인지 고민하는 노동운동의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 "해외가 아닌 국내 기업에서 먼저 배워라"

LG전자는 1987년과 1989년 발생한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파업으로 삼성전자에 가전부문 1위 자리를 내주는 아픔을 겪었다.

대표적인 '강성노조'로 분류되던 LG전자 노조가 변하게 된 계기는 임금 때문도, 복지 혜택때문도 아니었다.

1989년 부임한 이헌조 사장은 임원들과 함께 매일 아침 출근하는 노조원들에게 인사로 "반갑습니다, 잘해봅시다"라며 머리를 숙여 인사했다. 초반에는 별다른 반응이 없던 노조원들도 2년, 3년간 이 같은 인사가 계속되자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이렇게 조성된 노조와 사측간 '화해무드'는 LG전자가 세계 시장으로 나아가는 원동력이 됐다.

LG전자 뿐만이 아니다. 한때 격렬하게 대립했던 GS칼텍스, 한국GM, 쌍용자동차 등의 노사관계도 상생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현대차는 올해 임단협에 대해 "파업에 밀려 무리한 요구안을 수용하는 등의 과거 교섭관행에서 벗어나 새로운 노사관계 정립을 위해 분명한 원칙을 지키고자 했다"며 "사회통념과 벗어난 노조의 불합리 요구에 대해서 회사는 끝까지 수용불가 입장을 관철했다"고 자평했다.

그러면서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임단협 종료 후 해외 경쟁사의 선진 임금체계를 벤치마킹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조성재 연구위원은 "1980년대 노동운동의 활성화되며 국내 산업계엔 강성노조가 무수히 많았지만 지금 남아있는 것은 현대·기아차 뿐"이라며 "해외 사례를 벤치마킹할 것이 아니라 먼저 국내 다른 기업들의 사례를 배울 줄 아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대·기아차 노사가 전환점을 맞이하기 위해서는 경영진이 진심으로 노조를 파트너로 인정하는 '진정성'을 가져야 한다"며 "기업이 스스로 해결해야 할 문제를 사회문제화시키는 대신, 진정성을 바탕으로 한 노사관계 중장기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SW

pjy@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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