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松 건강칼럼] 당신도 결핵환자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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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松 건강칼럼] 당신도 결핵환자일 수 있습니다!
  • 박명윤 논설위원
  • 승인 2019.01.17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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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 결핵 1위
지금도 한 해 결핵 사망자가 2000명이 넘고, 매년 3만명의 새로운 결핵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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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주간=박명윤 논설위원] <당신도 결핵환자일 수 있습니다!>는 지하철 광고판에 붙어있는 결핵관련 광고 문안으로 서울시가 직영하는 결핵병원 위치와 결핵진료 상담전화를 표시해 두었다. 결핵환자는 진료비가 무료라는 문구와 결핵 자가검진표와 결핵 발병 후 초기증상도 알려주고 있다. 결핵 후진국인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rganization for Economic Cooperation and Development) 국가 중 결핵 발병률과 사망률이 1위인 점을 감안하면 이런 공익광고가 필요하다. 

결핵(結核ㆍTuberculosis)은 결핵균에 의한 감염병(感染病)으로 제3군 법정감염병이다. 결핵균(Mycobacterium tuberculosis, Mtb)은 공기를 통해 폐(肺)로 들어가 감염을 일으키고, 여러 증상을 유발한다. 현미경으로 관찰하면 막대 모양으로 보이는 결핵균은 굵기 0.2㎛, 길이 1-4㎛ 크기이며, 1882년 독일의 로버트 코흐(Robert Koch)에 의해 처음 발견되었다. 

결핵균에 감염됐다고 바로 증상이 나타나는 건 아니다. 우리 몸에 결핵균이 들어오면 면역세포가 균을 둘러싸 공격하는데, 결핵균은 이 공격을 견뎌내는 힘을 갖고 있으면서 증식도 하지 않아 대부분 그 상태를 유지한다. 그러다가 몸의 면역력(免疫力)이 떨어져 결핵균이 활동을 시작해 병이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결핵균이 활동을 시작하면 몸에 이상이 생긴다. 결핵은 대부분(85-90%) 폐를 손상시키기 때문에, 기침ㆍ가래 등 호흡기 증상을 비롯하여 두통, 허리 통증 등 다양한 증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결핵 환자와 가까이 접촉하면 30% 정도가 호흡기를 통해 감염되며, 감염된 사람 중 10% 정도가 결핵 증상이 나타난다.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이라고 말하는 한국의 결핵 발생률은 인구 10만명당 77.0명이며, 사망률은 10만명당 5.2명으로 OECD 36개국 회원국 중 부끄러운 1위다. 2위는 유럽 북동부 발트해 연안에 위치한 라트비아(Latvia)공화국이 발생률 37.0명, 사망률은 2.8명이며, 발생률 3위은 멕시코(22.0명), 사망률 3위는 포르투갈 (2.5명)이다. OECD 회원국의 결핵 발생률 평균은 인구 10만명당 11.7명, 사망률 10만명당 1.0명이다. 

결핵은 우리나라도 문제지만 북한은 더욱 심각하다. 2017년 세계보건기구(WHO)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의 결핵 발생률은 인구 10만명당 513명이며, 사망률은 43명으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더 큰 문제는 내성(耐性)이 생겨 다제내성결핵 발생률이 10만명당 22명이다. 북한에서 결핵으로 2016년에 1만1000여명이 사망했다. 


유진벨재단(Eugene Bell Foundation)은 인세반(Stephen Linton) 박사가 대북지원 사업을 목적으로 1995년 미국에, 그리고 2000년에는 한국에 설립한 비영리 민간단체이다. 유진벨재단의 핵심사업은 북한의 결핵환자 치료를 위한 지원이며, 최근에는 일반결핵약에 대해 내성을 가진 다제내성결핵환자 지원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국제사회의 지원 중단과 대북 제재로 인하여 북한의 결핵 문제는 심각한 수준으로 치달을 수 있다고 한다. 

국내 결핵 환자가 2000년대 들어서 다시 증가한 데는 북한 요인이 있다는 추정도 있다. 즉 북한을 방문한 사람이 10만명이 넘는데 다녀온 뒤 결핵 검사를 받은 사람은 거의 없다. 필자도 노무현정부 통일부의 ‘대북지원사업 전문가’ 자격으로 2007년 10월 27-30일(3박4일) 북한 평양과 황해남도 신천군을 방문했다. 북한에 체류하는 동안 북한 관리, 병원 의료진과 환자, 신천군 지역주민, 평양장충성당 신자 등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다. 그러나 귀국 후 결핵 검사는 받지 않았다. 이에 앞으로 남북 왕래와 접촉이 활발해지면 결핵 감염 우려가 커질 수 있으므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1950-60년대 결핵은 ‘국민병’으로 간주되었다. 특히 북한의 6ㆍ25남침전쟁 직후인 1954년에는 매일 300여명이 결핵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경제발전으로 영양 상태가 좋아지고 BCG 접종이 보편화된 지금도 한 해 결핵 사망자가 2000명이 넘고, 새로운 결핵환자가 매년 3만명이 발생하고 있다.  

서울 서초구에 소재한 A회사에서 2013년부터 2018년 상반기까지 5년 반 동안 결핵환자가 무려 190명이 발생했다. 한 회사에서 결핵환자가 무더기로 발생하는 것은 선진국에선 극히 드문 일이다. 이에 한국이 ‘결핵 후진국’이라는 말이 나온다. 결핵 환자가 쏟아져 나온 지역은 대부분 도심 지역으로 서울의 경우 강남구에서 2622명, 서초구에서 1736명, 중구에서 1531명의 회사원이 결핵에 걸렸다. 

지난해 파악된 신규 결핵 환자 2만8161명 중 회사원이 7677명으로 27%를 차지하고 있어 신규 결핵 환자 중 회사원이 많다는 점이 심각한 문제이다. 결핵 환자 20명 이상 발생한 회사 68곳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이들 회사 가운데 70%는 매년 새로운 결핵환자가 나오는 것으로 드러났다. 즉 한곳에 모여 일하는 사무실 특성상 전염에 쉽게 노출되고 있다. 

회사원 중 결핵 환자가 생기면 신속하게 회사 업무에서 빼고, 해당 회사원은 의료기관에서 결핵 치료를 받아야 한다. 또한 반복적으로 결핵 환자가 발생하면 업무 환경을 개선해야 하지만 이를 준수하는 회사는 많지 않다. 이는 결핵 환자를 그대로 근무시키다 적발되어도 과태료 500만원만 납부하면 되기 때문이다.  

2016년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가 10-60대 20151명을 검사한 결과에 따르면 3명 중 1명(33.2%)이 잠복결핵(潛伏結核, latent tuberculosis, LTB)환자였다. 즉 이들은 결핵균에 감염되었지만 환자의 몸에서는 현재 활동하지 않는 상태, 즉 결핵이 발병하지 않은 상태를 말한다. 그러나 면역력이 저하되면 활동성이 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자기가 잠복 환자라는 것을 확인해도 치료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결핵 관리에서 중요한 것은 잠복결핵 관리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활동성 결핵환자만을 관리하는 것으로는 국가적 결핵관리가 어려우므로, 잠복결핵 환자를 선행적으로 발견하고 줄여나가는 전략을 펼칠 것을 권장하고 있다. 한때 높은 결핵 발병률을 보였던 일본이 국가적인 결핵 퇴치운동을 통해 1980년 인구 10만명당 약 60명이었던 결핵 발병률을 2016년 OECD 평균을 약간 웃도는 13.9명으로 감소했다. 일본의 결핵 발병률 감소에는 여러 요인이 작용했으나, 진단의 정확성에 집중해 결핵 및 잠복결핵 검사에 중점을 두었다. 

정부가 2017년에 의료기관, 어린이집, 유치원, 사회복지시설 종사자, 교정시설 수용자, 청소년 및 청년 등 총 119만791명을 검진한 결과에 따르면 검진 대상자 10명 중 1명(13만6903명, 11.5%)이 잠복 결핵환자였다. 이 중 치료를 받기 시작한 사람은 4만9000여명이었고, 그중 1만여명은 중도에 치료를 그만두었다.  

활동성 결핵의 초기 증상들 중에서 가장 흔한 폐결핵(肺結核)의 증상에는 3주 혹은 그 이상 지속되는 기침, 가슴 통증, 가래 혹은 피가 섞인 가래를 동반한 기침 등이다. 한편 활동성 결핵의 전신 증상으로는 체중 감소, 발열, 밤에 생기는 발한(땀), 오한, 식욕 감소 등이다. 폐결핵이 아닌 다른 장기의 결핵을 앓고 있는 환자들은 해당 장기에 따라 고유한 다른 증상을 보일 수 있다. 

진단은 투베르쿨린(tuberculin) 피부 반응 검사, 흉부 방사선(X-ray) 촬영, 가래(객담) 검사, 확인된 결핵균의 약제 내성 검사 등을 실시하여 진단한다. 치료는 적절한 항결핵제를 사용하면 대부분 완치할 수 있으며, 대개 여러 가지의 약제를 함께 복용하며, 통상 6개월간 투약한다. 일차(一次)약제는 이소니아지드(INH), 리팜핀(Rifampicin), 에탐부톨, 피라진아미드 등을 말하며, 이차(二次)약제로 카나마이신, 아미카신, 스트렙토마이신, 아미노글리코시드계 주사제, 퀴놀론, 시클로세린, 프로치온아미드, 파스, 리파부틴 등이 있다. 

일부 환자들은 통상적인 항결핵제에 잘 반응하지 않아 병이 쉽게 낫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이는 결핵을 일으킨 균이 통상적인 항결핵약제에 듣지 않는 내성균(耐性菌)일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러한 경우 항결핵제를 재조정하여 다른 약으로 바꾸어 치료한다. 다제내성결핵(Multidrug-resistant tuberculosis, MDR-TB)은 일반 결핵에 비해 치료하기가 훨씬 어렵다. 최근에는 다제내성결핵보다 더욱 심각한 광범위내성결핵(Extensive drug resistance tuberculosis, XDR-TB)이 문제가 되고 있으며, 치료성공률은 29.3%에 불과하며 사망률은 26.7%에 달한다.  

결핵은 예방이 가능한 질병이므로 우리나라가 결핵 후진국이란 오명을 탈피하기 위하여 정부나 의료진뿐 아니라 모든 국민이 결핵을 다같이 극복해야 하는 사회적 문제로 인식하여야 한다. SW

pmy@economicpost.co.kr

글/ 靑松 朴明潤(서울대학교 保健學博士會 고문, 대한보건협회 자문위원, 시사주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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