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화를 불러오는 것은 유약함이다. 당사자로 나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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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화를 불러오는 것은 유약함이다. 당사자로 나서라
  • 시사주간 편집국
  • 승인 2019.03.25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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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9월 18일 무개차를 타고 평양시내를 퍼레이드 하며 시민들의 환영에 답하고 있다. 사진 / AP


문재인 정부가 또
딜레마에 빠졌다. 비핵화 방법론에 대한 견해차가 깊은데다 당장 미국과 북한 사이에 끼여 여과시켜줄 마땅한 장치나 대책도 없기 때문이다. 북한은 중재자나 촉진자가 아니라 당사자라고 압박하면서 남북연락사무소도 멋대로 철수해 버렸다.

북미협상이 흔들릴 때마다 북한은 남북관계를 이리저리 흔들어 놓곤 했다. 한 두번이 아니지만 지난해 5, 1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도 그랬으나 남북 정상간의 판문점 회담으로 풀렸었다.

이번에도 이런 극적인 돌파구가 마련될 것인가 의문이 든다. 남북관계에 있어 협상의 주도권은 늘 북한이었다. ‘몽니를 부리면 저자세를 취하면서 끌려 다니기 일쑤였다. 미국이나 북한 그리고 심지어 중국이나 일본, 러시아까지도 만족시키려면 뱀처럼 날카롭고 교활해야 하지만 북한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어린아이처럼 순진하다.

베트남 전쟁 당시 월맹(북베트남)을 이끌던 호치민과 군부는 미군의 문화에 대해 열렬히 공부했다. 그들은 미국의 여론이 어떻게 어떤 방향으로 변해가는지 시시각각 파악했고 정치계와 TV등 미디어가 미국 의회와 행정부, 군대와 국민에게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파악해 나갔다.

그러나 미국은 달랐다. 그들은 베트남에 대해 무지했다. 몇몇 군부 엘리트들이 고군분투했지만 대통령과 군부 전략가들은 베트남 문화에 대해 무지한데다 알려고 하지도 않았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패배가 아시아에서의 공산주의 도미노현상을 차단해야 한다는 강박증에 빠져 종교와 문화가 월맹의 전투방식에 미치는 영향을 간과한 탓이라고 분석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을 얼마나 알고 있는가? 이승만, 박정희 등 정권에 대해서는 혹독하게 비판하면서도 3대 세습 독재에 대해서는 믿기기 못할 만큼 부드럽다. 이른바 송두율의 내재적 접근방식을 북한에만 적용하는 것이 아닌지 의구스럽다.

군사학자 카를폰 클라우제비츠가 지적한 대로 모든 나라는 안보, 안녕, 번영과 같은 목표를 가지고 있어서 대개는 정치를 통해 목표를 추구한다. 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것은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인들에게 우선적 책임이 있다. 화를 불러오는 것은 유약함이다. 억지기술(art of deterrence)은 인간 본성에 대한 3가지 기본적 사실에 바탕을 두고 있다.

첫째, 사람은 상대가 자신 보다 힘이 세지 않다고 생각하면 더 공격하는 성향이 있다. 둘째, 상대의 행적을 통해 나타나는 신호를 보고 상대는 대응한다. 셋째, 저항하지 않는 힘없는 자를 먹이로 삼는다.

억지기술은 이런 역학관계를 반대로 이용하는 방법으로 자신에게 따라다니는 유약하고 순진한 이미지를 털어버리고 힘든 상대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다.

정책상의 실패는 나라 전체에 데미지를 준다. 작년 5, 1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이 리비아식 비핵화 모델을 언급하자 북한은 미국을 겨냥하는 대신 남북 고위급 회담부터 취소했다. 이전 하노이 회담 결렬도 북한이 괌, 하와이에 있는 미국의 전략무기까지 철수하라고 요구했기때문임이 뒤늦게 밝혀졌다.

북한은 늘 이렇게 억지요구를 하고 상대에게 책임을 뒤집어 씌운다. 이번엔 또 어떤 트집을 잡고 문재인 정부를 쥐락펴락 할지 모른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는 북한의 남북연락사무소 철수에 대해 그간 북측의 위장 평화 공세였다는 게 이젠 명확해 졌다. 그럼에도 계속 북을 짝사랑하는 문정권이 측은하다. 대북 정책의 기조를 전환해 이젠 미국을 비롯한 자유 우방과 함께 가라고 일갈했다.

문재인 정부는 이제 더 이상 유약하게 보여서는 안된다. 그리고 북한의 주장처럼 당사자의 입장으로 되돌아가 말할 것은 당당하게 말하고 못할 것은 못한다고 말해야 한다. 충돌을 피하려 하거나 상황을 자신에게 유리하게만 해석을 하고 몸을 낮추려고만 한다면 오히려 화를 불러들일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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