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오너리스크가 불러온 대한항공 조양호의 몰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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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오너리스크가 불러온 대한항공 조양호의 몰락
  • 현지용 기자
  • 승인 2019.03.28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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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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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주간=현지용 기자] 오너리스크로 붉어진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 연임에 실패했다. 겹쳐진 총수 오너 일가의 오너리스크에 스튜어드십코드(기관투자자 의결권 행사지침)가 도입된 이래 주주 행동주의가 대주주의 폭주를 막은 첫 사례로 기록돼 향후 재계에 미칠 파장이 막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7일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서 열린 제57기 대한항공 주주총회는 앞서 대한항공을 들썩인 총수 오너 일가의 잇단 갑질 및 횡령·배임 등 오너리스크 이슈들로 겹쳐져있어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이날 주주총회는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 안을 극적으로 부결시켰다.

20년 넘도록 대한항공에서 군림한 조 회장이 주주들의 손에 의해 불명예 퇴진되자 재계는 들썩였다. 국내 재계는 오랫동안 기업 구조상 대주주인 재벌 총수의 지배력이 절대적으로 강해 이를 막을 견제장치가 없었다. 주주가 경영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주주 행동주의도 ‘거수기 주주총회’로 힘을 잃는 등 국내에서 재벌 총수 일가의 횡포를 막는 것은 오랫동안 사실상 불가능한 환경이었다.

이를 뒤집는 계가 된 것은 2016년 12월 도입된 스튜어드십 코드였다. 국민연금이 주주총회 거수기 비판을 받자 이를 위한 스튜어드십 코드 채택이 종국에는 조 회장의 경영권 박탈까지 이어지게 된 것이다.

여기에 대한항공이 IMF(국제통화기금) 구제금융 사태 당시 외국계 자본의 공격을 막기 위해 1990년 변경한 이사 선임 및 해임 특별결의사항 정관 변경이 조 회장의 몰락에 기여했다. 일반적으로 주주총회 참석 주주로부터 이사 선임·해임 결정시 찬성표가 과반 이상인 경우와 달리 3분의 2 이상 동의를 받도록 한 것이 오히려 조 회장의 연임 박탈을 가능케 한 변수가 됐기 때문이다.

조 회장이 이번 주주총회로 사내이사직을 잃었으나 경영권 박탈까지는 아닌데다 지금도 대한항공 최대주주이기에 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을 통해 경영권 행사가 여전히 가능하다는 분석이 뒤따르고 있다. 여기다 조 회장의 공석을 조 회장의 아들인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이 회사를 계속 경영하게 돼 오너 일가의 대한항공 경영은 여전할 것이라는 우려도 상존하고 있다.

하지만 조원태 사장 체제의 경영도 인하대학교 부정 편입학과 졸업 의혹과 음주운전 폭행 및 경영 비판으로 대외 이미지가 좋지 않은 상황이다. 조 회장의 두 딸인 조현아 부사장과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도 각각 땅콩회항 사건, 물컵 갑질 및 진에어 사태로 오너 일가 이미지 추락의 주범이 돼있는데다 조 회장의 아내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도 폭언·폭행 갑질로 오너리스크에 기여한 바 있다.

재계는 이번 주주총회 결과에 당혹스러운 모습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지난 27일 입장문을 통해 “주주 이익과 주주가치를 감안해 신중한 입장을 견지해야함에도 사회적 논란을 이유로 연임 반대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해 우려스럽게 생각한다”며 행동 주주의 기업 경영권 흔들기에 대해 충격을 감추기 힘든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번 대한항공 주주총회는 주주 행동주의 실현의 신호탄이자 한진 오너 일가의 지워지지 않는 오너리스크에 쐐기를 박은 날로 기록됐다. 오너리스크가 불러온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의 몰락, 그의 재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지배적 견해다. SW

 

hjy@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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