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류칼럼] ‘어공’도 아닌 외교부 엘리트가 번역 실수를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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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류칼럼] ‘어공’도 아닌 외교부 엘리트가 번역 실수를 하다
  • 주장환 논설위원
  • 승인 2019.04.04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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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지난 2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낙연 국무총리의 모두발언을 경청하며 생각에 잠겨 있다. 사진 / 이원집 기자


[시사주간=주장환 논설위원] 유럽의 화약고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는 발칸반도가 뜬금없이 화제다. 최근 주한(駐韓) 라트비아 대사관이 우리 외교부에 라트비아·리투아니아·에스토니아를 발칸국가라고 잘못 기재했다고 강력하게 항의하는 바람에 몰고 온 화제다. 외교부는 지난달 19일 홈페이지에 올린 보도자료에 발틱국가인 라트비아·리투아니아·에스토니아를 발칸국가라고 기재했었다.

발칸반도는 우리에게 그다지 낯선 곳이 아니다. 왜냐하면 1차 세계대전의 도화선이 된 사라예보 사건으로 유명한 곳이기 때문이다. 1914628, 사라예보의 라틴 다리 근처에서 세르비아계 청년이 이곳을 방문 중이던 오스트리아 황태자 부부를 암살한 사건이다. 게다가 2차 세계대전 이후, 발칸반도 6개국이 유고슬라비아 연방으로 묶이자 크로아티아와 슬로베니아가 연방으로부터 독립, 보스니아 내전이 발발해 언론에 자주 등장했다.

이런 정도의 지역이라면 외교부서 관리들은 상식적으로 알고 있을 법하다. 외교부는 번역 과정에서 실수가 있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는데 기가 막힌다. ‘어공(어쩌다 공무원)’만 빼면 외교부 공무원은 우리나라 최고의 수재들이 모인 곳이다. 그 어렵다는 외무고시는 아무나 통과하는 곳이 아니다. 전문지식과 외교 업무는 물론, 외국어도 능통해야 한다. 이런 최고 엘리트들이 모인 곳에서 번역 실수라는 상식 밖의 소동이 발생했다는 것에 그저 놀라울 뿐이다.

외교가에서는 지금 정통 관료출신 대미(對美)라인이 전멸했다고 한다. 황준국 주영 대사, 김홍균 전 평화교섭본부장, 조현동 전 주미공사, 장호진 전 북미국장, 임성남 1차관, 조병제 국립외교원장 등 굵직한 라인이 사라졌다. 여타 지역도 사정이 크게 다를 바 없다. 외교 경험이 없는 캠코더가 장악해 외교부 문화를 뒤집고 주류 세력을 잘라내고 이념적 성향에 메스를 가한지 오래라고 한다.

더군다나 외교의 주도권을 청와대가 잡고 이리저리 흔들어 대는 바람에 복지부동하거나 눈치를 보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최근 나타난 외교적 실수와 미숙함에 다 이런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지난달 외교관으로서의 프로페셔널리즘을 가지라면서 외교적 실수를 방지할 수 있는 제도 개선을 언급했다. 그 약속이 제대로 지켜질 지 눈을 크게 뜨고 바라볼 일이다. SW

jj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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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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