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원론 확인에 그친 한미정상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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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원론 확인에 그친 한미정상회담
  • 시사주간 편집국
  • 승인 2019.04.12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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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다운 방식 유효성에 의견 일치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일 낮 (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로즈가든을 통해 함께 정상회담장으로 향하며 얘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 / AP


11일(현지시각)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은 기대와 달리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한 채 끝났다.

문재인 대통령은 “가까운 시일 내 회담 희망을 심어야”한다고 강조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3차 정상회담도 있을 수 있다. 하나씩 밟아나가야 한다. 김정은 결정에 달려있다”며 공을 넘겼다. 

대북제재 문제에 있어서도 문대통령은 “하노이회담이 실망할 일이 아니며 대화 모멘텀을 유지해 나가야 한다”고 달랬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현 수준의 제재가 적정하며 이를 유지해나가야 한다”고 여유를 부렸다.

또 ‘스몰딜 있을 수 있냐’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현 시점은 핵 포기 빅딜을 이야기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스몰딜이란 북한이 ‘영변 핵시설 α 폐기’ 조치를 하면 미국이 그에 상응하는 제재 완화 조치를 하는 것이다. 빅딜은 완전한 비핵화 로드맵 제재 완화로 일괄 타결을 말한다. 현재로선 빅딜을 고수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가 바라던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 재개 등 대북 지원 문제도 물건너 갔다. 트럼프 대통령이 기자들 물음에 “적절한 시기가 되면 지원할 것이지만 지금은 적기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 빠져 나갔기때문이다. 물론 말미에  “ 적기가 되면 북을 지원할 것”이라고 했으나 “북한이 핵을 폐기하면 지원을 할 수 있다"는 단서를 달았으니 하세월이다. 

이번 정상회담 의제는 북한 비핵화와 미·북 대화 재개 문제 그리고 방위비 분담금 등이었다. 그러나 전자는 서로 의중 탐색으로 끝났다. 문대통령은 “대화하자”, “제재 풀자”고 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까지 해왔던 원칙 라인 안에서 움직였다.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조만간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설명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파악하는 북한의 입장을 가능한 한 조속히 알려달라”고 요청했다고도 한다. 상대가 뭘 하는지 알고 싶어하는 것은 당연한 심리다. 상대가 정보를 알려 달라고 했다는 것을 방미성과로 내세울 수는 없다.

문대통령이 미국의 홀대를 받았다는 느낌도 지울 수 없다. 청와대가 공개한 단독회담 종료시간은 12시47분이다. 하지만 양 정상이 공개 발언과 질의응답을 마친 시간은 2분 전인 12시45분이었다. 두 사람이 무슨 이야기를 나눌만한 시간이 안됐다. 아마도 의례적인 덕담만 주고 맏았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머리에는 대북문제가 뒤로 처져 있을 수 있다는 추측을 하게 하는 장면도 있었다. 그는 단독회담 모두발언에서 “(한국이) 미국의 여러 군사장비를 구매할 것으로 결정했다. 이런 큰 구매를 해준 데 감사드린다”고 했다. 또 “최근에 한·미 간 상당히 중요한 무역 거래를 타결했고 곧 효력이 발생할 것”이라고도 했다. 최근 우리가 도입한 F-35A 스텔스 전투기 등 방산물자 구매와 재협상이 진행된 한·미FTA(자유무역협정)를 거론한 것이다. 

이번 회담에서 실질적 비핵화 조치에 대한 단계적인 보상, 금강산 관광이나 개성공단 재개, 남북 간 철도·도로 연결같은 경제협력 사업 등 우리 정부가 바라던 문제들이 모두 수면아래로 가라 앉아 버렸다.

그나마 성과라면 청와대 말처럼 “트럼프 대통령뿐만 아니라 주요 행정부 고위 인사를 모두 만나 폭넓게 의견을 청취하고, 대통령의 구상을 전달한 것과 톱다운 방식의 유효성에 대해 양국이 의견 일치를 봤다”는 정도다.

이번 정상회담은 한마디로 문대통령이 “3차 북미회담이 열려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서두르면 안된다”고 여유를 부린 것으로 집약된다. 이 정도의 원론적 이해를 구하기 위해 일국의 대통령이 미국까지 날아가는 정상외교가 필요했느냐는 의문이 들 만하다. 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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