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류칼럼] 고석정에 둥지 튼 '가짜’ 임꺽정의 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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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류칼럼] 고석정에 둥지 튼 '가짜’ 임꺽정의 말로
  • 주장환 논설위원
  • 승인 2019.04.12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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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시사주간 DB


[시사주간=주장환 논설위원] 가짜임꺽정이 과거 진짜임꺽정이 둥지를 틀었던 강원도 철원 고석정으로 이사를 갔다. 부패한 관리들과 부잣집에서 약탈한 재물들을 바리바리 수레에 싣고 한바탕 호탕하게 웃으며 유유자적 갔다. 주상절리, 10m 깍아지른 현무암 절벽을 방패로 산 정상에 석성을 쌓고 널리고 널린 동굴을 은거지로 잘 먹고 잘 살았다. 임꺽정은 모두 다 평등하며 똑같이 일하고 똒같이 돈을 벌 수 있으며 일 못하는 노인네나 약자에게는 먹고 살 만큼 돈도 준다고 했다.

이 소문을 들은 사람들이 전국방방곡곡에서 구름처럼 몰려 들었다. 고석정은 도떼기 시장처럼 연일 떠들썩했다. 그러나 사람들이 몰려 들자 여러 가지 문제점이 발생했다. 똑같이 나눠준 배급품을 더 받겠다며 싸우는 사람, 남의 배급품을 훔치는 사람, 빼앗겨서 억울하다며 땅을 치며 통곡하는 사람 등등처음엔 좋은 말로 말리며 해결했지만 나중엔 편파적인 판정을 내렸다며 삿대질하는 일이 넘쳐났다. 보다 못한 임꺽정은 자경대를 만들어 해결하도록 했다. 그러자 이 자경대에 잘 보이려 사람들이 뇌물을 바치기 시작했고 자경대는 각종 현장을 돌아다니며 간섭하고 억지를 부리며 제멋대로 하다가 마침내 권력으로 우뚝섰다. 이런 과정에서 온갖 비리들이 싹 트고 있었다. 또 사람들이 자꾸 몰려 들자 좁은 고석정은 입추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좁아 터져 서로 좋은 자리를 차지하려고 머리를 처박았다.

이런저런 문제보다 더 급한 것은 식량부족이었다. 얼마간은 약탈해 온 재물들로 먹고 살았으나 입에 풀칠할 사람들이 많아지자 배곯는 사람까지 나타나게 됐으며 이것은 심각한 갈등으로 이어졌다. 임꺽정은 할 수 없이 사방 100리에 속하는 관리들과 부잣집 재물을 털기 시작했다. 물론 인근 사또나 서울의 왕에게 바치러 올라가는 진상품도 싹 털었다. 그러자 사방 100리에 살던 사람들은 모두 도망가 버리고 진상품을 나르는 사람들도 이 지역을 우회해 가버렸다. 먹을 게 없어지자 고석정은 몽둥이 든 놈이 점점 더 설쳐대고 약자는 배고품과 매로 쓰러져 갔다. 마침내 임꺽정은 서울로 쳐들어가 이 난관을 돌파하고자 했다. ()시장정책으로 고석정이 망하게 되자 절치부심 끝에 얻은 아이디어다. 그러나 거병해 철원 지역을 나서기도 전에 관군의 공격으로 지리멸렬하고 말았다.

포플리즘은 정권을 쥐고 싶은 자가 가장 유혹받기 쉬운 정책이다. 그러나 이런 정책은 쓰면 쓸수록 독이 된다. 그리고 그 독은 국민들에게 서서히 퍼진다. 과거의 에바 페론(아르헨티나) 사례 뿐 아니라 니콜라스 마두로(베네수엘라)가 나라를 말아 먹은 교훈을 되새기자. 표 얻어 권력 잡으려 이런 짓을 하는 자는 국민이 나서서 막지 않으면 가짜임꺽정 꼴 난다. SW

jj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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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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