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재난방송, 장애인의 두려움 없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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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재난방송, 장애인의 두려움 없앤다
  • 임동현 기자
  • 승인 2019.04.12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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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KBS의 강원도 산불 속보. 수어통역이 이루어지지 않아 장애인들이 블편과 불안을 호소했다. 사진 / 'KBS 뉴스 9'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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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주간=임동현 기자] 강원도의 산불은 국가의 신속한 대응과 전국에서 몰려온 소방관들의 노고로 진압이 됐고 진압 후에도 온정의 손길이 이어지며 서서히 회복되고 있다. 이를 계기로 '소방관 국가직화'에 대한 찬성 여론이 높아졌고 청와대 청원도 20만명을 넘으며 소방관의 처우 개선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했다.
 
여기에 또 하나의 변화가 있다. 바로 장애인을 위한 '수어통역, 화면해설'의 필요성이 인식된 것이다. 지난해 포항 지진  등 각종 재해가 일어났을 때 장애인들은 큰 불편을 호소했다. 재난방송을 봐도 수어통역이나 화면해설이 되지 않아 재난 상황을 제대로 전달받지 못했고 결국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불안에 떨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강원도 산불 이후 대통령의 지적까지 나오면서 장애인도 이해할 수 있는 재난방송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9일 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한국장애인연맹 등은 강원도 산불 재난방송에서 수어통역, 화면해설 등이 미제공된 것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에 차별진정을 냈다. 
 
이들은 방송사(KBS, MBC, SBS)에 '수어통역 등 실시 대책과 화면해설 제공기준 및 방법 마련, 수어통역과 화면해설 전문인 인력풀 구성'을 요구했고 방송통신위원회에는 '재난방송에서 수어통역, 화면해설, 자막방송 의무실시 지침 마련'을 요구했다.
 
또 행정안전부에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의 수어 브리핑 또는 홈페이지를 통한 수어브리핑 자료 제공'을 요구했다.
 
차별진정에 동참한 한 장애인은 "강원도 산불 재난방송을 보던 4일 밤, 가슴이 타들어갔다. TV에는 산불소식이 나오는데 수어통역들이 없었기 때문이다. 내가 있는 곳에서 이런 일이 생겼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에 겁이 났다"면서 "저 같은 농인들이게 수어는 모어(母語)다. 자막만으로 정보를 정확히 알기 어렵다. 그리고 수어를 사용하는 농인에게는 수어를 통해 알 권리가 있다. 국민으로서 차별받지 않도록, 재난 상황에서 안전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인권위에 요청드린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지난 5일에는 '휠체어를 사용하고 있는 대한민국 국민'이 장애인 재해 대피요령을 활성화시키고 제대로 검토해달라는 내용의 글을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올렸다.
 
청원인은 "일반 초중고를 다니고 있을 때 대피훈련을 하면 저희들은 언제나 '교실 안에서 기다리고 있어', '거동이 불편하니까 너희들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천천히 내려가자' 등의 이야기를 들으며 제게 적합한 지진 대피요령을 배운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장애인은 지진이 날 때마다 아무 조치도 하지 못하고, 엘리베이터도 사용을 못하기에 그 자리에 가만히 있을 뿐이다.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못한 채 언제 올지 모르는 사람을 기다리는 것이 불안할 뿐이다"라고 자신의 상황을 전했다.
 
그러면서 정확한 대피방법 설명, 정확한 뉴스보도, 수화 및 자막을 활용한 대피방송, 장애인의 대피경로 및 공간 건축법 제정 등을 요구했다.
 
그리고 지난 9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방송사, 특히 재난방송 주관 방송사 KBS가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에 두는 정보 제공자의 역할을 할 수 있어야한다. 국민들에게 재난 상황을 실시간으로 정확하게 알려주면서 국민과 재난 지역 주민들이 취해야 할 행동요령을 상세히 알려줄 필요가 있다"면서 "장애인을 비롯한 취약계층이나 외국인도 누구나 재난방송을 통해 행동요령을 전달받을 수 있도록 재난방송 매뉴얼을 비롯해 시스템 전반에 대한 개선 방안을 마련해달라"며 장애인도 재난방송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지적했다.
 
KBS는 기존 재난방송 체계를 재점검하며 수어 방송을 약속했고 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은 "문 대통령의 지적을 환영한다. KBS는 재난방송은 물론 국민이면 누구나 시청할 권리가 있는 '뉴스 9'를 농인들도 볼 수 있도록 수어통역을 제공하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현재 국회에서는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대표발의로 재난방송에서 수어통역이나 화면해설을 의무적으로 제공하고 장애인이 대피소에 접근 가능하도록 장애인 대피장소를 지정하는 내용의 법률 개정안이 마련되고 있다.
 
김철환 장애벽허물기 활동가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강원도 산불을 계기로 장애인을 위한 재난방송에 관심을 가질 것이라 본다.  KBS의 경우 재난방송 주관 방송사이기에 기본으로 인력 구성을 반드시 해야한다"면서 "시각장애인이나 지적장애인 등이 아직 소외되고 방송을 접하지 못하는 이들도 있는데 그 소외계층에게 어떤 방법으로 재난 소식을 전해야하는지도 고민해야할 부분"이라고 밝혔다. SW
 
ld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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