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류칼럼] 비틀어진 마음을 가지고 있으면 태양을 찾을 수 없다
상태바
[시류칼럼] 비틀어진 마음을 가지고 있으면 태양을 찾을 수 없다
  • 주장환 논설위원
  • 승인 2019.04.23 09:17
  • 댓글 0
  • 트위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사주간=주장환 논설위원] 군자는 자기에 대한 긍지가 있으므로 남과 다투지 않는다. 여러 사람과 단합하지만 편당을 만들지 않는다. 화이부동(和而不同), 태이불교(泰而不驕), 주이불비(周而不比) 모두 비슷한 말이다.

()는 다양성을 인정하는 관용과 공존의 논리로 볼 수 있는 반면 동()은 획일적 가치만 용납하는 지배와 흡수의 논리가 우선한다. ()과 당()도 마찬가지다. 극좌와 극우는 통한다는 말이 있다. 이는 극좌와 극우가 다같이 당과 동의 논리에 기반하고 있다는 의미로 보아야 한다.

군과 화의 논리는 자기와 다른 가치를 존중한다. 문명과 문명, 국가와 국가 간의 모든 차이를 존중한다. 이러한 차이와 다양성이 존중됨으로써 공존과 평화가 가능하고 문화의 질적 발전이 가능하다.

우리 정치사는 당파로 얼룩져 있다. 얼룩져 있다는 말 자체가 당파=나쁜 것이라는 의식이 자리잡고 있다. 과연 그러한가?

어느 집단이든 분파가 있기 마련이다. 문재인 대통령을 좋아하는 그룹, 황교안 대표를 좋아하는 그룹, 안철수를 좋아하는 그룹이 있다. 편당이라는 것은 결코 청산될 수가 없다.

어떤 지도자가 무슨 일을 추진하면서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다. 그 과정에서 소외감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언제든지 편을 가르지 말라고 들고 일어날 수 있다. 그러므로 공자, 석가, 예수같은 사람들로만 구성되지 않는 한(아니 이들이 모여도 일어난다) 편당이 사라질 수가 없는 것이다.

우리 정치사는 무조건 자신과는 다른 그룹에 대해 파괴적이다. 선의의 경쟁으로 한 발 나아가지 못하고 바지가랭이를 잡고 늘어지니 되는 게 없다.

우리나라에서 박정희 시대만큼 격렬한 편견이 뒤섞여 있는 시대도 드물다. 유신체제와 산업화는 보는 관점에 따라 그 평가가 확연히 다른 것이다. ()만 보는 사람들은 과다하게 공격한다. ()만 보는 사람은 지나치게 과장한다. 과를 보는 사람의 말에서 나오는 첫마디는 대부분 암울한 시대” “독재뭐 그런 말이다. 공으로 보는 사람은 경제적 기적” “지도력등을 내세운다.

양측 다 나름의 이유와 근거기 존재한다. 3선 개헌을 통한 장기집권과 인권문제 등은 비판을 받아야 할 문제이나 여기에는 합리적인 민주주의를 통해 과연 경제기적이 가능했을까? 하는 의문이 남는다.

세계적으로 산업화 단계를 거치지 않고 바로 민주주의 체제를 굳힌 나라가 없다는 것도 좋은 이유다. 더군다나 장기집권 기간동안에 부패하지 않았다는 점도 높이 평가해야 할 부분이다. 당시 우리보다 잘살았던 필리핀만 보더라도 마르코스-이멜다의 부패로 망하지 않았던가. 아프리카의 우간다 등 대부분의 나라가 산업화 단계에서 실패했고 에바 페론의 전설이 있는 아르헨티나도 한때 고약한 처지로 내몰렸다.

그러나 편당 짓는 것을 단순히 나쁘다고 하지 말고 외면하지 말자. 어차피 사람 사는 세상에는 자기편이 있기 마련이다. 경쟁하는 에너지는 인간의 생명력이다.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가 바로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고 조화롭게 해결책을 마련해 나가는데 있지 않는가?

태양에 관한 말에는 그림자라는 실체가 빠져 있다. 그리고 그 말들은 실제의 태양보다 훨씬 더 차갑다. 소리 높여 요구하는 마음, 찾아 헤매는 가슴은 태양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 왜냐하면 태양은 다른 종류의 것들, 즉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힘도 들이지 않는 것들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이 고요한 대지는 아무 노력 없이도 태양이 무엇인지 아는 것 같다. 이 죽음의 겉모습을 한 그 밑에서, 하얀 눈으로 수의(壽衣)를 입은 그 아래에서, 이 겨울의 한가운데에서, 고요하게 펼쳐진 대지는 태양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다.”

인도의 명상가 오쇼 라즈니쉬가 금강경을 해설하면서 한 말이다. 그렇다 편당을 이루는 사람들은 소리 높여 요구하는 마음, 찾아 헤매는 가슴을 지닌 사람들이라고 하겠다. 이런 사람들은 치우친 자세와 편동(偏動)에 의해 비틀어진 마음을 가지고 있으며 그래서는 진리(태양)를 찾을 수 없다. 곰곰 새겨볼 말이다. SW

jjh@economicpost.co.kr

Tag
#칼럼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