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류칼럼] ‘아모르파티(amor fati)’ 와 순천명((順天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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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류칼럼] ‘아모르파티(amor fati)’ 와 순천명((順天命)
  • 주장환 논설위원
  • 승인 2019.04.29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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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는 숫자, 마음이 진짜라는 노랫말은 가수 이애란 씨가 부른 ‘백세 인생’을 닮았다. “60세에 저 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아직은 젊어서 못 간다고 하여라”로 시작되는 노래는 “100세에 저 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좋은 날 좋은 시에 간다고 전해라”로 끝난다. 100세까지 살았다면 천명(天命)을 다했으니 그만했으면 됐다는 자족감이다. 바로 공자의 순천명(順天命)이다. 사진 / 시사주간 DB


[시사주간=주장환 논설위원] 가수 김연자의 노래 아모르파티(amor fati)’ 2의 김연자 붐이라는 말이 나올만큼 인기다.

아모르파티는 독일의 세계적 철학자로 짜라투스라는 이렇게 말했다’ ‘신은 죽었다로 유명한 프리드리히 니체의 운명관을 나타내는 용어다. 필연적인 운명을 긍정하면서도 받아들일 뿐만 아니라 오히려 그 운명을 사랑하는 것이 인간의 위대함을 보여 주는 것이라 생각하는 사상을 말한다. 운명애라고 번역되기도 한다. 공자의 지천명(知天命)외천명(畏天命)-순천명(順天命) 사상과 닮았다.

그런데 이 노랫말이 왜 새삼 요즘 청년들의 눈에 든 것일까? 우선 가사를 한번 음미해 보자.

산다는 게 다 그런 거지 누구나 빈손으로 와/소설같은 한 편의 얘기들을 세상에 뿌리며 살지/자신에게 실망하지 마 모든 걸 잘할 순 없어/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이면 돼/인생은 지금이야/아모르 파티/아모르 파티

인생이란 붓을 들고 서 무엇을 그려야할지/고민하고 방황하던 시간이 없다면 거짓말이지/말해 뭐해 쏜 화살처럼 사랑도 지나갔지만/그 추억들 눈이 부시면서도 슬프던 행복이여/나이는 숫자 마음이 진짜/가슴이 뛰는대로 가면 돼

이제는 더 이상 슬픔이여 안녕/왔다 갈 한 번의 인생아/연애는 필수 결혼은 선택/가슴이 뛰는 대로 하면 돼/눈물은 이별의 거품일 뿐이야/다가올 사랑은 두렵지 않아/아모르파티/아모르파티

말해 뭐해 쏜 화살처럼 사랑도 지나갔지만/그 추억들 눈이 부시면서도 슬프던 행복이여/나이는 숫자 마음이 진짜/가슴이 뛰는대로 가면 돼/이제는 더 이상 슬픔이여 안녕/왔다 갈 한 번의 인생아/연애는 필수 결혼은 선택/가슴이 뛰는대로 하면 돼/눈물은 이별의 거품일 뿐이야/다가올 사랑은 두렵지 않아/아모르파티/아모르파티/아모르파티

그냥 흘러 지나갈 수 있는 쉽고도 흔한 가사다. 그러나 트로트에 요즘 젊은이들이 환장하는 흥겨운 전자댄스뮤직(EDM)을 접목한 것이 우선 어필 1호다. 거기다가 가사가 자세히 뜯어볼수록 되샘김질할 게 많아진다. 씹는 맛이 있다는 것이다. 깊은 맛이 우러나는 음식일수록 사람들에게 더 잘 어필한다.

산다는 게 다 그런 거지 누구나 빈손으로 와~하는 대목은 가수 김국환의 노래 '타타타' 가사와 많이 닮았다. 타타타가 어떤 압박이나 굴레, 또는 강압 등과 같은 것에서 자유롭게 벗어나 자신을 억누르고 있는 모든 것의 목구멍을 눌러 가래를 뽑아내자는 통렬한 외침인 것처럼 아모르파티 역시 우리 사회를 향해 뱉어내는 가래침같은 것이다.

박근혜 정부에서 누군가가 만들어 낸 이것도 나라인가?”하는 물음표가 문재인 정부에서 더 의문스럽게 다가오는 위기의식을 우리 젊은이들이 새삼 맛보고 있다는 것이다. 연애는 필수, 결혼은 선택이라는 노래말도 우리의 현 상황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나이는 숫자, 마음이 진짜라는 노랫말은 가수 이애란 씨가 부른 백세 인생을 닮았다. “60세에 저 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아직은 젊어서 못 간다고 하여라로 시작되는 노래는 “100세에 저 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좋은 날 좋은 시에 간다고 전해라로 끝난다. 100세까지 살았다면 천명(天命)을 다했으니 그만했으면 됐다는 자족감이다. 바로 공자의 순천명(順天命)이다. SW

jj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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