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어벤져스 광풍', 새로운 '문화의 바람' 매개가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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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어벤져스 광풍', 새로운 '문화의 바람' 매개가 되길
  • 황영화 기자
  • 승인 2019.05.06 12: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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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단 기간 1100만 관객 타이 기록을 세운 '어벤져스:엔딩게임'. 사진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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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주간=황영화 기자]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이 사람이 이번에는 내한해서 이렇게 말했더라고요. '잘 커줘서 고맙다. 팬들 잘 커줘서 고마워요'. "
"그런데 그 순간에 모두가 다 눈물을 흘리고 울컥하잖아요".
"진짜요?"
"같이 자란 거죠. 같이 늙었고. 저도 주변에서 여쭤보면요, '이 영화를 처음에 8살 때 처음 봤어요' 이런 관객들 꽤 있으세요". (6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중 김현정 앵커와 신기주 기자와의 인터뷰 중)
 
예상대로(?) <어벤져스:엔드게임>이 천만 관객을 넘어섰다. 개봉 13일만에 누적 관객 수 1129만6226명으로 역대 최단 1100만 관객 기록과 타이 기록을 세운 것이다. 예매율 97%, 전국 50% 이상 스크린 차지로 위세를 떨친 <어벤져스:엔드게임>은 역대 최고 오프닝, 역대 개봉주 최다 관객수, 역대 일일 최다 관객수 등 기록들을 깨가며 승승장구했다. 이 위세에 다른 영화들은 개봉을 늦추며 <어벤져스:엔드게임>의 힘이 떨어지기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이렇게 초반부터 과열된 이유는 이 영화가 <어벤져스> 시리즈의 마지막이기 때문. 10년을 함께 한 <어벤져스>의 마지막을 누구보다 먼저 보고 싶어한 이들은 개봉날만 기다리며 인터넷 창을 열었고 예매에 실패한 이는 행여나 결말을 미리 알게 될까봐 SNS를 끊어가며 영화를 기다렸다. 신기주 기자의 말대로 '같이 자라고 같이 늙은' 어벤져스의 마지막을 보려는 이들의 모습은 가히 '광풍'이었다. 
 
'상상을 초월하는' 사건들도 일어났다. 홍콩에서는 영화를 관람한 관객이 큰 소리로 결말을 이야기하다가 집단 폭행을 당했고 한 관객은 영화를 보고 너무 심하게 울다가 응급실에 실려갔다고 한다. 미국의 한 미식축구 선수는 자신의 SNS에 스포일러를 담은 글을 올렸는데 팔로워들의 비난을 받은 것은 물론이고 심지어 팔로워들이 선수의 소속팀을 향해 '계약을 해지하라'는 탄원서를 작성했다. 영화 스포일러 하나 올렸다가 그 선수는 '음란물 유포 혐의'로 수사를 받으면서 팬들이 소속사를 향해 퇴출을 요구한 로이킴과 같은 상황을 맞고 말았다.
 
국내에서도 한 이등병이 대민 봉사활동을 위해 부대 밖으로 나갔다가 몰래 영화관에서<어벤져스:엔드게임>을 보고 난 뒤  헌병대에 붙잡히는 일이 벌어졌다. 전 세계에서 황당한 사건들이 일어날 정도니 이쯤되면 '신드롬', '광풍'이라는 말도 약하게 느껴진다. 
 
물론 부정적인 시선도 존재한다. 바로 '스크린 독과점'이 있었기에 단시간 천만 관객 동원이 가능했다는 것이다. 멀티플렉스들이 대부분의 스크린을 <어벤져스:엔드게임>에 할애했고 주말에는 아예 '24시간 상영', '전 스크린 상영' 등으로 <어벤져스:엔딩게임>을 안 볼 수 없게(?) 만든 것이다. 다른 영화를 보고 싶어하는 관객들은 '문화향유권'을 빼앗겼다며 비판했고 멀티플렉스는 '관객의 수요'를 근거로 한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그러나 지금 <어벤져스:엔드게임>의 상황은 단순히 스크린을 많이 차지해서 이루어진 것이라기보다도 '10년을 함께 한' 어벤져스를 향한 '팬덤'이 가져온 열풍이라는 것이 많은 이들이 내린 결론이다. 물론 스크린 독점의 문제도 분명 존재하지만 지난 10년간 쌓아온 <어벤져스>의 팬덤을 생각하면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이들은 말한다. '팬덤 산업'을 생각해봐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관객들 사이에는 '왜 <어벤져스>만 가지고 그래?'라는 반응이 나온다. 한국영화가 스크린 독점으로 천만 관객을 끌어모았을 때는 독점 문제를 거론하지 않다가 <어벤져스:엔드게임>이 흥행하니까 그제야 독점 문제를 가지고 비판을 한다는 것이다. 바로 올 초 <극한직업>의 천만 돌파를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영화를 재미있게 본 관객들의 입소문이 물론 컸지만 이 영화를 배급한 CJ엔터테인먼트가 계열사인 CJ CGV에 많은 스크린을 할애해 천만을 '만들어냈다'는 점도 존재했다.
 
이렇게 또 하나의 '문화 광풍'이 지나가고 있다. '팬덤', '스크린 독점'으로 진단하는 것도 좋지만 그 광풍의 근원이 무엇인지, 그렇다면 새로운 문화의 바람을 일으키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를 생각해 볼 필요가 분명 있다. 정치와 경제가 답답함을 안겨주는 상황에서 '문화의 바람'이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매개체가 되어야하는 시점에 도달한 것이다. 답답한 이들의 마음을 풀 '문화의 바람'. 그 새로운 바람의 등장을 기다려본다. SW
 
hy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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