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류칼럼] 어버이날에 다시 보는 ‘효도각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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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류칼럼] 어버이날에 다시 보는 ‘효도각서’
  • 주장환 논설위원
  • 승인 2019.05.08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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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시사주간DB


[시사주간=주장환 논설위원] 어버이날이다. 좀 따분하지만 우리의 몸가짐을 단정히 해보는 이야기를 해보자.

논어학이편에는 이런 말이 있다.

제자입즉효 출즉제 근이신 범애중이친인 행유여력 즉이학문(弟子入則孝 出則弟 謹而信 汎愛衆而親仁 行有餘力 則以學文:젊은이들은 안에서는 효를 다하고 밖에서는 어른을 공경하며 언행을 조심하고 신의를 지키며 널리 사랑하고 인의를 가까이하라. 그러고도 여유가 있거든 학문에 정진하라.)’

이 문장은 글을 배우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현대 교육은 개인이 몸과 마음을 다스리는 법을 알지도 못한 상태에서 공부 경쟁부터 시작하는 방식이다. 그래서 요즘 청소년들은 누구에게 상처를 받으면 그것을 이겨내지 못하고 자포자기 하거나 심지어 자살을 택하는 경우도 자주 발생한다

공부 경쟁에 뛰어들기 전에 부모에게 효도하고 어른을 공경하는 마음, 남을 사랑하고 어진 사람을 본받는 마음을 먼저 기르고 실천해야 한다. 이렇게 자신의 몸과 마음을 다스리는 법을 배운 후에 공부경쟁에 뛰어들면 어떤 풍파를 만나더라도 흔들림 없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요즘 효도각서가 사람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작성방법을 문의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으며 변호사 등이 상담해주는 은행, 계약서 공증 법률사무소도 등장했다.

효도계약서는 부모가 자식에게 집을 사주거나 재산을 물려주는 대신, 자식은 부모에게 봉양의 의무를 다하겠다고 약속하는 내용을 담은 각서(覺書)를 말한다.

사정이 이렇게 까지 변하게 된 데에는 전통적인 대가족제도가 무너지고 핵가족화하면서 부모를 봉양하는 미덕이 사라진데다 100세 시대를 맞이하여 노인들이 살기가 팍팍해지면서 일어난 사회적 현상이다.

게다가 잘못된 민법 체계도 문제를 악화시키고 있다. 민법 556조는 증여를 계약한 상태에서 ‘(자녀가 부모에게) 범죄 행위를 하거나 부양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그러나 558조는 이미 증여를 이행한 때는 취소할 수 없다고 못박고 있다.

558조 때문에 그동안 효도 계약서가 없으면 부모가 소송을 내도 불효자로부터 증여 재산을 돌려받을 수 없었다. 이 조항이 없다면 굳이 효도 계약이라는 각서를 쓰지 않아도 556조에 따라 증여를 취소할 수 있다.

어찌됐던 우리의 현실적인 삶은 고달프게 변해가고 있다. 부양 문제를 놓고 부모와 자식간 갈등을 빚는 집안이 계속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부모 학대 사례 신고건이 점점 늘어난다.

효도계약서는 이런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다. 효도는 법으로 따질 일은 아니다. 그것은 마음씀씀이며 사람이 올바르게 살아가는 근본적 도리다. 효도는 바로 인륜(人倫)이라고도 한다. 우리 옛 조상들은 어버이를 공경하고 존중하고 이웃 간에 사랑하고 배려하는 것을 인륜을 지향하는 가장 큰 길로 보았다. 그 중에서도 부모와 자식 간 사랑과 존경은 대륜(大倫)이라고 했다. 이것은 가정을 넘어 박애(博愛)가 되고, 인도주의가 되는 것이다. SW

jj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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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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