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독재자의 후예' 몰린 자유한국당, 5.18 기점으로 달라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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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독재자의 후예' 몰린 자유한국당, 5.18 기점으로 달라질까?
  • 임동현 기자
  • 승인 2019.05.19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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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기념식에 참석하려던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광주시민과 유족들로부터 입장을 제지당하고 있다. 사진 / 엄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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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주간=임동현 기자] "일제는 독립군을 '비적'으로, 독립운동가를 '사상범'으로 몰아 탄압했다. 여기서 '빨갱이'라는 말도 생겨났다. 사상범과 빨갱이는 진짜 공산주의자에게만 적용되지 않았다. 민족주의자에서 아나키스트까지 모든 독립운동가를 낙인찍는 말이었다. 지금도 우리 사회에서 정치적 경쟁 세력을 비방하고 공격하는 도구로 빨갱이란 말이 사용되고 있고 변형된 '색깔론'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우리가 하루빨리 청산해야 할 대표적인 친일잔재다". (3월 1일 삼일절 기념사 중)
 
"아직도 5.18을 부정하고 모욕하는 망언들이 거리낌 없이 큰 목소리로 외쳐지고 있는 현실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너무나 부끄럽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같은 시대, 같은 아픔을 겪었다면, 그리고 민주화의 열망을 함께 품고 살아왔다면 그 누구도 그 사실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5.18의 진실은 보수 진보로 나뉠 수 없다. 광주가 지키고자 했던 가치가 바로 '자유'이고 '민주주의'였기 때문이다. 독재자의 후예가 아니면 5.18을 다르게 볼 수 없다".(5월 18일 5.18 민주화운동 기념사 중)
 
문재인 대통령이 색깔론에 이어 '5.18 망언'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경쟁 세력을 '빨갱이'라고 규정지으며 색깔론을 펼치는 것을 '친일의 잔재'로, 5.18을 폄하하는 이들을 '독재자의 후예'로 표현한 것이다. 색깔론을 내세우며 문재인 정부와 각을 세우고 '5.18 망언' 당사자를 징계하지 않고 있는 자유한국당을 겨냥한 발언이라는 생각을 충분히 할 수 있다. 
 
지난 2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자유한국당은 '5.18 망언'으로 논란이 됐다. 당 대표에 출마하려던 김진태 의원과 최고위원에 출마하려던 김순례 의원, 그리고 군인 출신 이종명 의원이 잇달아 '폭동', '유가족은 괴물집단', '북한군 개입' 등 5.18 관련 망언을 쏟아냈고 황교안, 오세훈 당시 당 대표 후보도 '5.18 유공자 명단을 공개하라'는 주장을 펴고 '좌파 정치를 끝내야한다'는 '색깔론'을 우선순위로 내세웠다.
 
2월 27일 열린 전당대회에서 황교안 후보가 대표로 선출됐고 삼일절 기념사에 대해 자유한국당은 "선열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성취한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역사는 과소평가되고 분열적인 역사관이 강조된 건 아닌지 우려된다. 법치주의가 흔들린다는 국민의 걱정과 각종 민생 추락에 대한 한마디 사과와 반성도 없이 지나치게 낙관적인 전망과 자화자찬으로 일관한 것은 국민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것"이라고 평했다. 
 
이후 자유한국당은 김진태 의원에게 경고, 김순례 의원에게 당원권 정지 3개월, 이종명 의원에게 제명 조치를 내렸다. 그러나 의원총회에서 통과가 된다해도 이 의원은 의원직을 계속 유지하며 나머지 두 의원도 피선거권이 유지되는 등 불이익이 없어 사실상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었다.
 
게다가 자유한국당이 여야 4당의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에 반발해 몸싸움과 함께 장외로 나갔고 이를 핑계로 5.18 망언 의원들의 징계를 5월 18일 이후로 미룬다고 하면서 한국당은 사실상 반성의 때를 놓친 셈이 됐다.
 
따라서 이번 문 대통령의 '독재자의 후예' 발언은 여전히 5.18 망언에 대해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은 한국당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라는 시각이 많다. 밝혀지지 않은 진실을 규명하는데 정치권이 동참해야한다는 것을 호소하면서 "5.18 이전, 유신시대와 5공 시대에 머무는 지체된 정치의식으로는 단 한 발자국도 새로운 시대로 갈 수 없다"고 한 것도 역시 한국당의 '구태정치'를 겨냥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이번 발언에서 대구와 광주의 '달빛동맹'을 거론하며 지역감정을 유발하는 정치 형태로는 발전이 어렵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대구 2.28민주운동'을 상징하는 228번 시내버스가 오월 주요 사적지를 다니고 대구에서도 518번 시내버스가 운행되고 있으며 권영진 대구시장이 광주시민들에게 사과의 글을 올렸다면서 "두 도시는 역사 왜곡과 분열의 정치를 반대하고 연대와 상생 협력을 실천하고 있다. 이것이 우리가 가야할 용서와 화해의 길"이라고 밝혔다.
 
기념사가 나온 후 정양석 자유한국당 원내수석부대표는 "너무 편가르기보다는 아우르는 발언을 했으면 좋았겠다"고 말했고 나경원 원내대표는 SNS를 통해 "문 대통령은 '독재자의 후예'를 운운하며 진상규명위원회 출범 지연의 책임을 국회 탓으로 돌리고 사실상 우리 당을 겨냥하는 발언을 했다. 누차 말씀드린 것처럼 한국당의 전신이 바로 민주화운동 특별법을 만들었다. 그리고 우리는 그 정신을 계승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대통령 기념사에서 5.18의 빠른 진상규명과 더불어 진상규명위원회의 빠른 설치, 그리고 5.18 관련 망언 문제가 직접 거론됐다는 점에서 한국당이 만약 지금처럼 5.18 망언 징계와 진상규명위원회 설치를 계속 뒤로 미룰수록 코너에 몰릴 가능성이 생겼다. 
 
물론 보수층의 결집을 위해 계속해서 '경제 실정'과 색깔론을 고집할 수 있지만 현재로서는 지지층을 넓히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중도층에게 외면받을 경우 지지가 하락할 위험이 크기에 광주 민심과 대통령의 생각을 확인한 한국당이 5.18 이후 어떤 방법으로 출구를 마련할 지 관심이 모아진다. 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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