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전광훈 목사에게 ‘성직자의 책임’을 요구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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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전광훈 목사에게 ‘성직자의 책임’을 요구하며
  • 임동현 기자
  • 승인 2019.06.07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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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보해체 저지 투쟁 제1차 범국민대회'에서 문재인 대통령 규탄 발언을 하고 있는 전광훈 한기총 대표회장. 사진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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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주간=임동현 기자] 정확하게 날짜를 기억한다. 2017310.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면이 결정된 날이다. 이날 밤 한 교회의 금요심야예배에서 나온 목사의 설교다.

"우리는 왜 이 지경이 되도록 기도하지 않았는가? 우리는 왜 대통령이 정신을 차리고 올바른 정치를 하게 해달라고 기도하지 않았는가? 왜 우리는 비난만 하고 기도를 하지 않았는가? 그런 면에서 오늘은 슬픈 날이다".

솔직히 이 말을 얼핏 들으면 '뭐가 슬픈 날이라는 거야? 저 목사도 결국은 지지자였군'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목회자의 입장에서는 대통령이 마음에 안 든다고 비난하기 이전에 대통령이 올바른 정치를 할 수 있도록, 대통령이 마음을 고쳐 먹고 바른 정치를 하도록 기도하는 것이 더 우선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맘에 안 든다고 더러운 말로 목소리를 높이기보다 '기도와 간구'로 국민이 뽑은 권력자가 올바른 정치를 하도록 이끌어야한다는 것, 그것이 교역자와 성도가 해야할 일이라는 것이 이날 설교의 핵심이었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자랑스런 자유민주주의 국가인 대한민국이 문재인 정권으로 인해 종북화, 공산화돼 지구촌에서 사라질 위기를 맞았다.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문 대통령이 연말까지 하야하고, 내년 4월 총선에서 대통령 선거와 개헌헌법 선거를 실시할 것이다".

이 목소리를 낸 이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인 전광훈 목사였고 이 글은 한기총 명의로 나온 '시국선언문'이다.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일제히 비판 성명을 냈고 기독교 내부에서도 '이건 아니다'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심지어 한기총 내에서도 '우리 입장이 아니다'라며 전 목사가 대표회장이 된 뒤 직권을 이용해 한기총을 극단적인 정치 집단으로 만들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한기총 비대위의 김인기 목사는 7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전 목사가 5월에 열린 '내년 총선을 위한 253개 지역 연합결성대회'에서 정관에 의한 규정과 절차를 무시하고 한기총 대의원을 남발했다. 이는 한기총 대의원을 중심으로 전국의 선거 253개 지구에 위원을 조성해 내년 4월 총선에 한기총을 이용하는 것이다. 전 목사에게 '그건 망상이다. 절대 이루어질 수 없다'고 했더니 나보고 가르치지 말라고 나가라고 하더라. 그래서 나갔다"고 전했다.

개인의 생각은 비난할 이유가 없다. 개인이 그렇게 생각했다면 그 역시 존중해야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그 말이 목사라는 직함으로, '한기총'이라는 단체의 이름으로 나온다면 그때부터 그 주장은 전광훈 개인의 주장이 아니라 한기총, 나아가서는 한국 기독교의 주장이 되고 만다. 그 책임을 무시하면 안 되는 것이다.

전 목사는 그동안 숱한 '막말'로 비판의 대상이 된 인물이었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의 말을 비난하면서 동시에 기독교를 비난했다. 그렇게 한국의 기독교는 '개독교'가 됐다. 예수가 아닌 독재자를 섬기고, 고가의 헌금을 강요하며, 심지어 여성을 희롱해도 '하나님의 뜻'이라며 아무렇지도 않게 목사 일을 할 수 있는, 그리고 그 목사를 신으로 여기고 목사의 잘못을 이야기하면 바로 달려드는 신자들의 모습으로 어느 순간 한국의 기독교가 인식됐다.

기독교가 금하는 것이 '우상 숭배'. 여기서 '우상'은 금송아지나 기타 미신적인 상징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하나님보다 더 우선시하는 것'을 통틀어 일컫는 말이 우상이다.

돈이 최고라고 여긴다면 돈이 곧 우상이고 권력이 최고라고 여긴다면 권력이 우상이 된다. 만약 하나님이 아닌 목사를 더 우선으로 섬긴다면 그 목사가 우상이다. 그 우상을 섬기는 종교를 우리는 '개독교'라고 부른다.

그런 점에서 지금 전광훈 목사에게 요구되는 것은 '성직자의 책임'이다. 한국의 기독교가 '개독교'가 아님을 보여줄 책임이 그에겐 분명히 있다. 하지만 정치에 끼여들려는, 권력이라는 우상을 좇는 지금의 모습으로는 어떤 좋은 말도 들을 수 없다. 다시 말하지만 '성직자의 책임'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SW

ld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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