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경찰 성평등 교육’ 들여다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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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의 ‘경찰 성평등 교육’ 들여다보니
  • 현지용 기자
  • 승인 2019.06.14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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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만원 든 성평등 교육안...치안과는 거리 먼 ‘성인지 감수성’ 가득
지난 2일 권수현 여성학 박사가 경찰대학에서 경찰 간부급 교육생을 대상으로 성평등 교육을 하던 도중 일부 수강생들이 강의 태도 논란을 갖자 권 박사는 이를 폭로하는 게시물을 온라인에 게재했다. 해당 성평등 교육은 지난해 10월 경찰청 성평등정책팀에서 외부 용역기관에 의뢰한 ‘경찰 관리자 맞춤형 성평등 교육안’에서 시작됐다. 사진은 경희대 산학협력단에서 경찰청 의뢰로 연구한 교육안 보고서 일부. 사진 / 온-나라 정책연구

[시사주간=현지용 기자] 경찰 성평등 교육 태도가 논란을 일으킨 가운데 해당 교육의 시발점이 된 성평등 교육안이 현장에서의 실용성과는 괴리가 큰 성인지 감수성, 젠더감수성 등 모호한 개념과 기준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일 권수현 여성학 박사는 자신이 지난달 29일 경찰대학에서 가진 치안정책과정 성평등 교육 당시 강사로 나섰으나 총경·기관장 승진 예정자이던 교육생들이 보인 태도에 반발하며 ‘분탕질’이라 표현할 정도로 이를 고발하는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이에 민갑룡 경찰청장은 “불쾌하고 무례한 수강생들의 행동이 있었던 것 같다”며 재발방지를 직접 약속했다.

이에 해당 교육생들에 대한 비난이 커지자 한 교육생은 이에 대해 자신의 페이스북에 직접 반박문을 올리며 오히려 강사가 권위적이고 강압적인 교육을 했다고 지적하는 등 한동안 경찰 성평등 교육에 대한 비판 공방이 오갔다.

◇ 경찰 성평등 교육안...시작은 ‘불법촬영 편파수사’, 근본은 ’성인지 감수성”

이번 논란의 촉발이 된 경찰 성평등 교육은 경찰청 성평등정책팀이 외부 연구기관에 용역으로 맡긴 정책연구 용역과제 보고서에서 비롯됐다. 행정안전부 정책연구보고서 공유 웹사이트인 ‘온-나라 정책연구’에 게재된 ‘경찰 관리자 맞춤형 성평등 표준 교육안’에 따르면 해당 교육안은 경희대 산학협력단에서 지난해 9월부터 12월간 연구했다.

교육안 제작 보고서에서 연구단은 ‘홍대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 미투 운동을 계기로 경찰의 성인지 인식 수준에 대한 관심·비판이 높다’며 ‘경찰의 성인지 관점 및 성인지 감수성의 내재화가 가장 중요하다“고 연구 목적을 정의했다.

성인지 감수성(Gender Sensitivity)이란 성별 간의 차이로 인한 차별, 불균형 인지를 일컫는 단어로서 성평등 의식, 성인지 관점 등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페미니즘 사상계에서 주로 사용되는 단어로 지난해 4월 처음 대법원 판결에서 언급됐다. 더불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여성할당제, 여성폭력방지기본법 등 여성정책 추진에 있어 핵심 개념으로 작용하고 있다.

반면 해당 개념이 객관성 및 모호함 등 태생적 문제를 갖고 있음에도 입법, 행정, 사법 영역으로 활용이 미치자 극단적 여성우월주의 사상 및 남성·성소수자 등 역차별, 용어 오남용 등 논란을 받고 있다. 특히 최근 급증한 성범죄 재판에서 무죄추정의 원칙 훼손으로 영향이 미치고 있어 이를 비판하는 시민단체가 설립되기도 했다.

해당 교육안 보고서는 연구 계기에 대해 ‘경찰의 성인지 관점 탑재 및 성역할 고정관념의 재생산 방지’라 설정했다. 그러면서 ‘신속하고 강화된 여성폭력 현장대응 강화, 신속·엄정수사 지시, 피해자 보호 및 2차 피해 방지’를 수립 목표로 세웠다. 그러나 이에 대한 주요 방안은 관련 교육 출판물 배포나 시험 또는 행정제제 강화가 아닌 강의시간 연장으로 내놓았다.

경찰청 성평등정책팀에서 경희대 산학협력단에 의뢰한 경찰 성평등 교육안 보고서에 따르면 연구 목적의 정의 및 목표를 ‘경찰 성인지 관점 및 성인지 감수성의 내재화’라 잡았다. 그러면서 여성경찰의 현장 부적합 담론에 대해 “대안은 젠더 감수성”이라 설정했다. 사진은 지난달 서울 구로구 구로동에서 발생한 대림동 여경 취객 제압 논란의 장면. 사진 / 유투브 캡처

◇ “여경 현장 부적합 담론 있어...대안은 젠더 감수성”

보고서는 여성경찰의 경찰 조직 기여에 대해 △남성 경찰관보다 잠재적으로 폭력 상황을 완화시키는 데 더 효과적, △총기 사용 등 치명적인 폭력을 덜 사용하는 경향. △여성 경찰이 체포 및 심문 시 범죄자들의 반발이 덜함, △의사소통능력이나 협력과 신뢰 구축에 강점을 지님 등을 근거로 거론했다.

그러나 이 같은 폭력 상황 완화의 효과성, 비폭력적 경향 등 해당 근거에 대해 명확한 증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서울 대림동 여경 논란이 커지자 여경의 현장 대응 능력 및 물리력 한계라는 비판에 경찰청은 연구안의 취지와 달리 오히려 물리력 행사 규칙 제정안을 내놓아 무기 사용 범위 확대로 비판 여론을 잠재우려 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보고서는 ‘경찰 업무가 남성의 영역이라는 고정관념으로 성별불균형이 발생한다’ 보고 그 현상으로 △여성경찰의 능력에 대한 남성경찰들의 편견, △(여성경찰은) 여성·어린이 관련 특별 업무만 맡아야한다, △여성경찰은 온순해서 강력범죄자들을 다룰 능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접근방식은 여경 비판 여론에서 지적하는 ‘능력이 아닌 성별로 경찰 업무를 나눈다’는 시각 및 이로 인한 여경 채용 확대 주장과 상충할 가능성이 크다 볼 수 있다.

이어 ‘경찰업무 관련 젠더 이슈 예시’에서 △여성과 남성이 어떻게 범죄에 다르게 영향을 받는가, △여성과 남성이 범죄자가 될 때는 어떻게 다른가?, △경찰업무에서 여성과 남성에게 동등한 기회 보장 등을 거론했다. 그러나 해당 예시는 성별에 따라 범죄를 받는 영향 및 범죄자화가 다르다는 전제와 동등한 기회를 보장하는 기준은 능력이 아닌 성별이라는 전제가 깔린 것으로 해석할 가능성이 크다. 

이외 경찰의 성인지 감수성 탑재 이유에 대해 ‘차별화된 법 집행’, ‘경찰에 의한 범죄 가능성’, ‘남성보다 큰 여성의 범죄에 대한 두려움’ 등을 근거로 들었다. 보고서는 다양성, 공감능력, 의사소통, 협력 등을 주요 가치로 설정했으나 이를 위해 강조돼야 하는 직무 능력은 치안 현장에서 필수적인 물리력 또는 과학적 수사능력이 아닌 ‘폭력상황 발생을 줄이는 능력’, ‘의사소통 능력’ 등 모호한 개념으로 설정했다.

특히 지난해 10월부터 11월간 경찰 계장급 교육생과 가진 ‘젠더 감수성 향상 과정 자문회의’에서 내놓은 결과에는 “여경은 현장에 적합지 않다는 지배적인 담론이 있다”며 주로 여경이 서내에 배치된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러나 그 대안으로 성별에 상관없이 치안 현장에 적합한 인력배치가 아닌 ‘젠더 등 다양한 감수성 필요’라 기록했다.

경찰청 성평등정책팀은 지난해 10월 경희대 산학협력단에 의뢰한 경찰 성평등 교육안에 대해 “바람직하고 효과적인 교육안”이라 평가했다. 반면 교육 프로그램 핵심 슬로건 및 근거로 ‘홍대 누드 크로키 도촬 사건’을 언급했다. 사진은 지난해 5월 홍익대학교 회화 수업 도중 남성 모델의 나체 사진을 촬영해 인터넷에 유포한 피의자 안 모씨(25·여)의 모습. 사진 / 뉴시스

◇ 시민 치안까지 미치는 페미니즘 해석...경찰 “효과적인 교육안”

보고서는 후반부 교육 프로그램 구성에 문재인 대통령이 2012년 9월 민주통합당 대통령 후보 수락 연설에서 언급한 발언을 핵심 슬로건으로 설정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근거로는 ‘홍대 누드 몰카 사건을 계기로 터져 나온 젠더공정성 문제’를 사례로 삼았다. 해당 사건은 지난해 5월 불법촬영으로 징역 10월이 선고된 홍익대 누드 크로키 촬영 범죄로 극단적 페미니즘 집단에서는 이를 두고 편파수사라며 피해자를 공연음란죄라 비난하는 등 극단적 페미니즘의 폐해가 드러나기도 한 사건이었다.

경찰청 성평등정책팀은 해당 보고서에 대해 ”바람직한 성평등 감수성의 내용과 수준에 대해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표준 교육안“이라며 ”치안정책, 조직문화 성평등 가치 제고에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평가했다. 논란의 해당 연구는 2000만원의 비용으로 과학수사 분야에 분류됐다. 

간부급 경찰 교육생들의 성평등 교육 태도가 부른 논란은 최근의 대림동 여경 논란뿐만이 아닌 사회 전반에 미친 현 정부의 성평등 정책의 여파라 볼 수 있다. 문재인 정부는 공약에서 양성평등 정책 및 사회 수립을 목표로 잡으나 그 기조는 여성우월주의, 극단적 페미니즘 등 사상으로 왜곡 반영돼 정책과 입법, 사법 영역에서 시민사회의 비판을 받고 있다. 시민의 피부로 체감되는 치안의 영역마저 성별에 따른 분류라는 모호한 기준 및 연구가 반영되고 있어 이에 대한 우려가 클 것으로 보인다. SW

 

hjy@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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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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