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취재/웰페어 투게더 캠페인㉔] “보이지 않아도 눈물은 흘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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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취재/웰페어 투게더 캠페인㉔] “보이지 않아도 눈물은 흘린다”
  • 현지용 기자
  • 승인 2019.06.28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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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 앞둔 장애인서비스인정조사, 시각장애연대 “장애 특성 반영 없는 반쪽짜리 인정조사”...靑 ‘묵묵부답’
시각장애인권리보장연대 회원 200여명은 28일 오전 11시께 서울 종로구 신교동 종로장애인복지관 앞 인도에서 정부 규탄 집회를 가졌다. 이들은 ‘사흘 뒤 시행될 장애인서비스인정조사에 시각장애인의 특성이 반영되지 않아 장애서비스 지원 탈락과 거짓 조사 진술을 하도록 만든다’며 비판하고 나섰다. 사진 / 현지용 기자

[시사주간=현지용 기자] 반쪽짜리 장애인서비스인정조사가 사흘 뒤 시행돼 시각장애인 공동체의 강한 반발을 사고 있음에도 정부는 이에 대해 구체적인 대안 없이 묵묵부답인 실정이다.

28일 오전 11시께 서울 종로구 신교동 종로장애인복지관 앞 인도에서 시각장애인권리보장 연대 주최의 정부 규탄 집회가 열렸다. 이날 집회에는 서울맹학교학부모회, 한국시각장애인가족협회 등 시각장애인과 장애인 부모, 대학생 등 200여명이 집회에 참석했다. 

지난달 21일 서울 영등포구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시각장애인인권리보장연대 회원들의 기습시위로 장애인서비스지원인정 종합조사 평가의 문제점이 알려진 가운데 연대는 이날 청와대 인근에서 집회를 가지며 시각장애의 특성을 반영한 인정조사 개선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날 강윤택 시각장애인권리보장연대 공동대표와 김경숙 서울맹학교 학부모회장은 대표로 삭발식을 가졌다. 연대 회원 200여명은 오후 1시 30분께 삭발한 모발과 요구안을 청와대에 전달하고자 행진을 가지려 했으나 청와대 효자파출소 앞에서 출동한 경찰병력 200여명에 가로막혀 몸싸움 끝에 대치상태에 놓이게 됐다.

김경숙 서울맹학교 학부모회장은 이날 집회에서 삭발식을 가진 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당정과 복지부는 ‘(시각장애인의 권리 보장이) 다 매뉴얼에 있다’고 말할 뿐”이라며 “조사원의 질문에 따라 인정조사 점수를 덜 받을 수 있어 점수를 더 받기 위해 스스로 ‘밥도 못 먹는 사람’으로 거짓말 시키도록 만드는 것은 부당하다”고 비판했다. 사진 / 현지용 기자

주최 측은 집회를 통해 다음 달 기존 장애등급제 폐지 이후 도입되는 장애서비스지원종합조사에 시각장애인의 장애 특성이 고려되지 않은 문항들로 구성돼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르면 해당 문항에서 제외될 시 장애서비스 지원을 받지 못하게 되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동시에 장애서비스 지원을 더 받기 위해 스스로를 시각장애만이 아닌, 다른 신체적·정신적 장애까지 있는 사람으로 속이도록 만든다는 방식에 대해 연대 측은 시각장애인의 존엄성을 훼손하고 ‘동정 복지’를 주는 것이라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시각장애인연대는 장애특성을 반영한 인정조사 개선과 함께 전문위원회 설치, 피해방지책을 요구하고 있다. 연대 측은 경과보고를 통해 지난 4월 15일 보건복지부는 장애인단체와 토론회를 가지고 지난달 기습시위 끝에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는 장애개별지원서비스 TF 등을 통해 인정조사 개선을 약속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28일 인정조사 문항 변경이 어렵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달 7일 당정실무협의회에서 제도개선위원회를 통해 문항 변경을 논의하고 1년 논의 끝에 내년 하반기 시행을 목표로 한다고 답했으나 이후 수차례 진행된 논의와 실무자 접촉 결렬 끝에 지난 12일 한국시각장애협회의 의견 수용을 공식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 이 과정에서 박능후 보건복지부장관은 시각장애인연대를 향해 ‘비법정단체’ 발언을 해 시각장애인연대와 장애계로부터 강한 반발을 사는 등 논란을 일으켰다.

시각장애인권리보장연대 회원 200여명은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종로장애인복지관 앞에서 집회를 가진 후 삭발한 머리카락과 연대 측 요구안을 청와대에 전달하기 위해 청와대 행진을 진행했으나 청와대 앞 효자파출소 앞에서 경찰병력 200여명에 가로막혀 대치상태에 놓였다. 사진 / 현지용 기자

김경숙 학부모회장은 삭발 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당정과 복지부는 ‘(시각장애인의 권리 보장이) 다 매뉴얼에 있다’고 말할 뿐이다. 조사원의 질문에 따라 인정조사 점수를 덜 받고 할 수 있어 점수를 더 받기 위해 ‘스스로 밥도 못 먹는 사람’으로 거짓말 시키도록 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성토했다. 

그러면서 “새 인정조사는 앞으로 활동보조(서비스)뿐만 아니라 교육, 주택 등 전반을 체크하는 기준이 될 것”이라며 “이에 대해 아무 답도 못하는 아이들을 그냥 당하고만 있을 순 없다. 그럼에도 정부는 각 장애 유형 대표 단체를 모아놓고 ‘어느 한 쪽이 더 중요하다’고 장애인끼리 서로 싸우도록 만들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집회에는 시각장애인 학부모를 비롯해 안내견까지 대동하며 집회에 참석한 시각장애인 등 곧 시행될 인정조사의 영향을 받는 당사자들 다수가 참석했다. 연대 회원들은 이 같은 호소를 청와대에 전하려하고 있으나 경찰병력에 가로막히고 청와대는 묵묵부답인 상황이다. 보이지 않아도 눈물은 흘리는, 6월 여름 아스팔트 바닥에서 대통령을 기다리는 이들에게 청와대는 어떤 모습을 보일지 귀추가 주목된다. SW

 

hjy@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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