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해만 거듭하는 노후아파트 화재 안전 실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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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해만 거듭하는 노후아파트 화재 안전 실태
  • 현지용 기자
  • 승인 2019.07.01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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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본지는 서울시 종로구에 위치한 한 주상복합 노후아파트 내부를 둘러보며 화재 안전 방비 실태를 탐사했다. 지어진지 50년 된 해당 아파트는 거주민이 사는 상가 윗 층의 경우 소화기·비상벨 등 화재 안전 장비가 갖춰져 있었으나 스프링클러 등 자동화 설비가 없고 건물 구조가 화재에 취약한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 / 현지용 기자

[시사주간=현지용 기자] 노후아파트 내 화재 취약점이 드러남에도 이를 위한 시설 방비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아 주의가 필요해 보인다. 

1일 본지는 서울시 종로구의 한 노후아파트를 방문해 내부 시설과 설비를 둘러봤다. 1969년에 지어진 이 5층 주상복합 아파트는 한국 최초의 주상복합 아파트인 세운상가와 지어진지 한 해 차이를 가질 정도로 50년 된 종로구 내 대표적인 노후아파트 중 하나다. 

해당 아파트는 재난위험시설(D~E등급)을 받을 정도로 외벽이 떨어져 나가거나 쓰레기가 방치될 정도로 사용 금지 수준의 노후아파트는 아니었다. 경복궁, 청와대 인근에 위치해있다는 점 때문인지 거주민이 사는 상층부에는 소화전과 소화기, 비상벨 등 소방안전 시설·장비들이 어느 정도 배치돼있었다. 

하지만 내부로 들어갈수록 곳곳에서 화재 취약점들이 발견됐다. 해당 아파트의 1층과 2층의 상당수는 상가와 사무실로 사용되고 있었다. 그런데 공간 활용을 위해 나눈 외벽은 전부 나무 합판으로 설치되거나 덧대어져 있었으며 구획별로 나눈 격벽은 얇은 플라스틱으로 구성돼 화재 시 파손에 쉬운 상태였다. 

또 건물 내 계기판과 전기 배선은 대부분 노후화돼 먼지에 쌓여있거나 제멋대로 절단돼 합선 등 전기 화재의 위험이 높은 상태였다. 여기에 지상으로 나가는 건물 내 비상구에는 스티로폼, 나무 합판 등 가연성 적재물도 쌓여 방치된 상태라 화재 확산의 위험을 높이고 있었다.

1일 기자가 둘러본 서울시 종로구의 한 노후아파트는 지상과 2층의 경우 외벽과 격벽이 나무 합판, 앏은 플라스틱으로 구성돼있어 화재 안전에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배선 설비의 경우 오래도록 먼지가 쌓이고 노후화돼있어 전기 합선으로 인한 화재 위험도 큰 수준이었다. 사진 / 현지용 기자

그나마 거주민이 사는 상가 위층부터는 소화전, 비상벨, 소화기 등 소방 설비가 갖춰져 있었으나 화재감지기나 방화셔터, 스프링클러 등 자동식 소화설비는 없었다. 또 소화기는 아파트 각 호수 별로 배치된 것이 아닌 입구에 한데 모여 있었으며. 일부 축압식 소화기는 재충전이 필요한 상태인 것으로 나타나 실제 화재 발생 시 초기 대응에 취약한 상태였다. 

심지어 외부로의 탈출을 위한 완강기도 없었으며 유일한 탈출구인 비상계단은 철제 사다리계단으로 설치돼있었으나 오랜 세월 관리 소홀로 인해 군데군데 녹이 슬어 자칫 계단이 끊어질 수 있는 등 위태로운 상태였다.

이 같은 노후아파트의 화재 방비 실태를 보면 가연성에 취약하다는 근본적인 문제점이 크나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불보다 위험한 유독가스가 쉽게 층을 타고 올라가 건물을 메울 수 있다는 점이었다. 주상복합의 문제점 중 하나인 지상 층 상가에서 화재가 발생할 시 상대적으로 주택보다 가연성 물질이 많아 화재가 확산되기 쉬울 뿐만 아니라 이로 인한 유독성 가스 확산 문제가 크기 때문이다.

해당 노후아파트를 둘러보며 아파트 화재 설비와 함께 눈에 인상 깊었던 점은 아파트 거주민들의 대부분이 장년·노년층으로 구성돼있었다는 점이다. 한국의 노인 빈곤층 중 상당수가 서울에 몰려있어 이들의 거주지는 곧 주거취약의 실태를 드러내는 것이었다.

노인 빈곤층은 곧 노후아파트로 몰리는 주거취약계층의 실상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경비원 A씨(82·남)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지어진지 50년 된 이 아파트는 이제는 노인들이 대부분 많이 산다”며 “매일 12시간씩 이 안에 있으면 80만원은 벌 수 있으나 끼니를 해결하기에는 물가가 높다”고 답했다. 사진 / 현지용 기자

건물 내 1평 겨우 남짓한 공간에서 전기난로와 선풍기로 여름·겨울을 보내는 아파트 경비원 A씨가 그러한 예였다. 올해 82세인 A씨는 인터뷰에서 “지어진지 50년 된 이 아파트는 이제는 어르신들이 대부분 많이 산다. 따로 시에서 (화재) 점검을 나오는지는 모르겠다”며 “매일 12시간씩 이 안에 있으면 80만원을 벌 수 있으나 끼니를 해결하기에는 물가가 높고 경비원을 위한 조리시설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4월 주택연구원에서 조사한 서울시 주택노후도 현황분석 자료를 살펴보면 30년 이상 노후주택(단독주택·공동주택)은 총 16만7019동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주택에서 37.2%를 차지하는 수준이었다.

노후주택의 화재사고는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지난해 12월 22일 서울 천호동 성매매 업소 화재사고와 올해 2월 19일 대구 중구 포정동 사우나 화재 모두 스프링클러 등 필수 화재 설비가 없어 수 명이 사망하는 등 인명피해가 발생한 전례가 여전히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2015년 말 한 때 휴먼시아(주공아파트)에 거주하는 입주민을 향해 ‘휴거’라며 비하하는 등 소득계층 갈등이 주거차별적 단어로 대중에 회자된 적이 있었다. 거주지의 수준이 곧 빈곤의 수준을 의미하진 않는다 할지라도 그것이 생명의 무게까지 이어지는 것은 다른 문제가 될 것이다. 빈곤층이 주거취약계층으로 이름 붙여지고 또 노후아파트로 내몰리는 시대상을 볼 때 이에 대한 정부의 실태 조사와 방비가 필요해 보인다. SW

 

hjy@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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