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학교 비정규직 파업, '아이들 희생'은 목적을 무너뜨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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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학교 비정규직 파업, '아이들 희생'은 목적을 무너뜨릴 뿐이다
  • 박지윤 기자
  • 승인 2019.07.02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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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오후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총파업 돌입을 선포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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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주간=박지윤 기자] 급식조리사, 돌봄전담사 등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이 3일부터 5일까지 사흘간 파업에 들어간다. 2일 오후부터 막판 협상을 진행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철회 가능성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학부모들은 노동자들의 파업으로 인해 아이들의 급식 등에 문제가 생기는 것에 대해 불안해하는 모습이다.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현재 공무원 최하위 직급의 60~70% 수준인 학교 비정규직의 임금을 80%까지 올리는 것과 학교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의미하는 '교육 공무직에 대한 법제화'를 요구하고 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은 "교육공무직법은 2016년 당시 야당 국회의원이었던 유은혜 교육부 장관이 대표 발의했던 사항"이라며 "전체 교직원의 41%를 차지하는 학교 비정규직을 당당한 교육의 주체로 인정해달라"고 밝혔다.
 
파업이 실제로 일어날 경우 사흘간 급식 대란, 돌봄 공백 등이 불가피하다. 대체급식 제공 혹은 도시락 지참, 파업 미참여 인력 배치 등 대책을 마련했다고는 하지만 공백을 우려하는 학부모들의 걱정은 끝이 없다. 파업의 취지에 공감하는 학부모들도 있지만 '그래도 아이들을 볼모로 하는 것은 너무하다'는 의견을 내고 있는 것이다.
 
한 학부모는 "직장에 출근을 해야하는데 파업으로 아이들 도시락 준비하고 돌보려면 내일 출근을 포기해야할 지도 모른다"면서 "혼란과 불편을 겪을 우리 아이들을 생각하면 이번 파업이 결코 옳은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옳은 주장이라도 아이들을 볼모로 한다면 과연 누가 옳다고 생각하겠는가?"라는 말을 전하기도 했다.
 
물론 이번 문제를 계기로 비정규직의 입장을 이해하고 받아들여야한다는 의견도 있다. 인천의 한 초등학교 교장은 가정통신문에서 "우리 학생들이 잠시 불편해질 수 있지만 '불편'이라고 생각하기보다 나와 함께 살고 있는 누군가의 권리를 함께 지켜주는 일이라 여기고 그것이 결국 '우리 모두'를 위하는 일임을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더불어 이 땅에 소외된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려보았으면 한다"며 학부모들의 배려와 지지를 부탁하기도 했다. 
 
그러나 학부모들은 자신들의 정규직화 요구를 굳이 아이들의 급식과 돌봄을 끊어가며 주장해야하는지에 대해 여전히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앞에 인용한 말에서도 나왔지만 비록 그 주장이 옳다고 하더라도 아이들을 볼모로 주장하는 것이라면 그 주장을 누가 쉽게 받아들이겠느냐라고 말하는 것이다. 이번 파업이 지지를 못 받는 것도 바로 '아이들의 희생'을 강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을 희생시키면서까지 자신들의 지위를 높이는 것이 과연 '정의'인지를 학부모들은 묻는 것이다.
 
사흘 간 혼란이 있을 수 있고 극적 해결로 혼란이 생기지 않을 수도 있다. 법제화가 쉽게 이루어질 가능성은 많지 않다. 비록 파업을 막는다해도 언제 다시 불만을 터뜨릴 지 모르고 학부모들의 불안은 가시지 않을 것이다. 파업이라는, '아이들의 희생'으로 끝나는 결말은 누구의 인정도 받지 못할 것이다. 아이들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이번 사태를 잘 마무리지어 주기를 바랄 뿐이다. SW
 
pjy@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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