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이 외면하는 ‘개 값’ 수준의 동물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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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이 외면하는 ‘개 값’ 수준의 동물권
  • 현지용 기자
  • 승인 2019.07.02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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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5일 경기 화성시 남양읍에서 주민이 돌보던 길고양이 ‘시껌스’가 50대 남성 A씨에 의해 무참히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진은 A씨가 사건 당시 해당 고양이를 패대기쳐 살해하는 장면을 촬영한 CCTV 영상. 사진 / 동물자유연대  

[시사주간=현지용 기자] 급증하는 동물학대에도 동물보호법이 미약한 수준으로 실효성을 잃고 있어 동물권도 인권처럼 헌법에 제정돼야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으나 이를 위한 입법 활동은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화성시 남양읍에서는 주민이 보살피고 돌보던 길고양이 ‘시껌스’가 50대 남성 A씨에 의해 무참하게 살해당했다. 시껌스가 살해당한 잔혹한 영상이 온라인에 드러나 이에 많은 누리꾼들은 충격을 금치 못하고 있는 가운데 동물권 시민단체 ‘동물자유연대’는 A씨에 대한 강력처벌을 촉구하는 서명운동을 벌이는 상황이다. 

이처럼 심심치 않게 접하는 동물학대 소식들은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경찰청에서 집계한 동물보호법 위반 및 검거 현황을 살펴보면 2012년 118건이던 검거건수는 매년 증가해 2017년 기준 398건으로 치솟는 등 매년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입법을 통한 동물학대 감소 기대에도 현실은 그렇지 않는 상황이다. 개정된 동물보호법은 동물학대 금지를 명시하며 위반 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만 달러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고 있으며 옆나라 일본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엔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 

낮은 형량과 처벌 수준의 한국 동물보호법이 가진 가장 큰 본질적 문제는 현행 민법 98조에서 동물을 유체물, 즉 물건으로 해석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행법은 동물에 대해 정당한 사유 없이 행하는 폭력을 학대라 개념잡고 있으면서도 이에 대한 수준은 재물로 보는 모순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이를 반증하듯 박소연 케어 대표는 지난 1월 구조 동물 수백여 마리를 안락사 시켰다는 폭로에도 현재까지 어떠한 처벌도 받지 않고 있다.

현행 동물보호법은 동물을 학대한 자에 대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리고 있으나 재물손괴죄로 사법처리되는 실태로 인해 동물권에 대한 보호는 부족한 실태다. 반면 미국은 동물학대범에 징역 10년 또는 50만 달러의 벌금과 함께 신상정보·위치추적을 할 정도로 동물학대범이 강력범죄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고 주시하고 있다. 사진은 연쇄살인범 강호순(왼쪽)과 구조 동물 집단 안락사 폭로를 받은 박소연 케어 대표. 사진 / 뉴시스


이미 동물학대는 인간학대의 전조라는 사실을 의미하고 있다. 사육장에서 개를 도살한 강호순, 유년기에 개를 상대로 살인 연습을 한 유영철, 6마리의 개를 도살한 이영학 등 연쇄살인마의 인권의식은 동물을 어떻게 대하느냐는 행동에서 비롯됨을 증명하고 있다. 미국은 동물학대범에 대해 신상정보 및 위치 분석을 해 동물학대범이 곧 강력범죄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고 주시하고 있다.

이 때문에 동물학대에 대해 분노하는 목소리는 많은 반면 동물학대 범죄자에 대한 처벌은 미약해 헌법에서 동물권을 명시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반면 사법영역에서는 동물학대를 재물손괴죄로 처벌하는 사법처리 경향이 커 동물보호법에도 상위의 헌법이 동물권을 포함하지 않는 한 이 같은 ‘개 값’ 처리 실태는 되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동물보호법 판례평석’을 발간한 동물권 단체 ‘카라’는 활동을 통해 ‘행위 결과만 입증하면 처벌이 가능한 살인죄·재물손괴죄와 달리 동물보호법은 동물학대에 대한 입증책임을 과하게 지우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독일은 2002년 헌법인 독일연방기본법을 개정하며 제20a조에 ‘국가는 장래의 세대들에 대한 책임 하에 헌법적 질서의 테두리 내에서 입법을 통해, 그리고 법률과 법에 정해진 바와 관련해서는 집행권 및 사법을 통해 자연적 생활기반과 동물을 보호한다’고 동물권을 명시하고 있다.

대한민국 헌법에는 동물권을 명시한 내용이 없는 반면 독일은 명시하고 있다. 지난 3월 발의된 문재인 정부의 10차 개헌안에는 동물권을 명시했으나 지난 4월 여야의 개혁법안 패스트트랙 추진 충돌인 이른바 ‘동물국회’ 사태로 무산됐다. 사진은 지난 4월 25일 국회 본청 의안과에서 개혁법안 패스트트랙 처리 접수를 막고 있는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와 한국당 당직자들의 모습. 사진 / 뉴시스

반면 대한민국 헌법은 역대 정부를 거침에도 개헌을 통해 동물권을 도입하려한 시도는 문재인 정부의 10차 개헌안 외에는 없는 역사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3월 26일 발의된 10차 개헌안 제39조 3항은 ‘국가는 동물 보호를 위한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고 명시해 최소한의 동물권에 대한 주체성을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동물권을 담은 개헌안은 지난 4월 여야의 개혁법안 패스트트랙 추진으로 충돌한 이른바 ‘동물국회’로 개헌안 처리가 무산돼 현재까지도 쟁점 법안에 대한 여야 충돌에 동물권 주장은 뒷전인 형국이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발의된 동물보호법 개정안 중 동물학대에 대한 형량과 벌금 등 처벌을 높인 법안은 없는 상태다. 그나마 동물학대 대상을 넓히거나(표창원·박홍근·성일종) 학대한 사람의 동물소유권을 제한(한정애)하는 법안만 발의돼 계류 중인 상태다.

동물권 신장의 지지부진에는 동물권을 바라보는 국회의원들의 시각도 담겨있다 볼 수 있다. 2017년 11월 29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신위원회의 회의록에서 일부 의원들은 “농해수위는 반려보다 팔아먹는, 잡아먹는, 돈 되는 것이 더 중요하다”라거나 “아무리 동물보호가 중요하지만 아직까지 우리 인간은 인간 중심”이라 말했다. 이는 곧 대한민국이 동물권을 어떻게 인식하는지 보여주는 사례라 볼 수 있다.

헌법에의 동물권 도입 논의는 시민 사회적 논의로 모아지면 최소한 인식의 격상이 이뤄질지 미지수다. 동물을 물건으로 보는 시각은 사회 통념도 있으나 무엇보다 한 국가의 정체성을 의미하는 헌법에서 나온다. 동물권에 대한 헌법의 침묵이 끝날 때까지 반려동물 인구 1000만 시대 속 동물학대는, 나아가 인간에 대한 강력범죄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SW

 

hjy@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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