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드는 한국판 ‘외로운 늑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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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 드는 한국판 ‘외로운 늑대’
  • 현지용 기자
  • 승인 2019.07.05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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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국방부는 군경 합동수사 TF를 통해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단체 ‘이라크 레반트 이슬람 국가(IS)’에 동조해 군용 폭발물 점화장치를 훔친 육군 폭파병 출신 A씨(23)를 테러방지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사진 / KBS 캡처

[시사주간=현지용 기자] 극단적 사상에 동조하며 자발적으로 테러 행위를 저지르는 독립테러범, 이른바 ‘외로운 늑대(Lone Wolf)’ 문제에 한국도 예외가 아니게 돼 이에 대한 다각적인 고려가 필요해 보인다.

5일 국방부에 따르면 군경 합동수사 TF는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단체인 ‘이라크 레반트 이슬람 국가(IS)’에 동조해 2017년 10월 육군공병학교에서 군용 폭발물 점화장치를 훔친 폭파병 출신 A씨(23)를 테러방지법 위반 및 군용물 절도 혐의로 국방부 검찰단에 입건했다. 이는 테러방지법에 의한 최초의 내국인 검거사례다.

경찰은 미국 연방수사국(FBI)의 첩보를 전달받고 A씨를 검거한 결과 A씨는 입대 전인 2016년부터 최근까지 IS의 테러활동 및 사제 실탄 제조 영상 등 관련 자료를 수집하고 IS 추정 조직원과 연락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면서 극우 커뮤니티 ‘일간베스트’ 등 온라인상에서 IS 활동을 선전·선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IS의 준동에 유럽이 지난 십 년간 ‘외로운 늑대’의 테러로 수많은 민간인이 죽거나 다친 가운데, IS의 이 같은 자생적 테러리스트 양성 소식이 퍼지자 한국도 극단적 사상에 동조해 민간인이 테러를 당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2015년 1월 10대 한국인 김 모 군이 IS에 동조해 터키 국경을 타고 IS에 가담하는 등 이미 한국에서도 극단주의 사상에 동조한 사례가 있다. 김 군은 당해 9월 미국·시리아 연합군의 시리아 라카 공습에 사망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인의 IS 가담은 지난 2015년 1월 10대 한국인 김 모 군이 앞서 온라인으로 IS와 접촉하고 터키 국경을 통해 IS에 가담한 전례가 있다. 중학교 중퇴에 은둔형 외톨이로 살던 김 군처럼 사회적으로 소외된 내력이 많은 ‘외로운 늑대(자발적 독립테러범)’는 유럽과 미국에서 십 년간 민간인을 대상으로 테러행위를 저질렀다. 사진은 2016년 6월 12일 미국 플로리다 올랜도 게이클럽에서 발생한 총기난사 테러. 사진 / BBC 캡처

◇ 국경 없는 극단주의 테러...한국도 예외 없다 

A씨의 범행 소식에 A씨도 김 모 군처럼 자생적 테러리스트인 ‘외로운 늑대’가 아니냐는 논란이 커지고 있다. 앞서 사망한 김 모 군은 IS 가담 전 가족과 관계가 소원하고 집단 따돌림 등으로 교우관계가 좋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중학교를 중퇴하고 은둔형 외톨이로 페미니스트 등 사회와 특정 집단에 대한 증오심을 키우며 단절한 채 생활하다 IS에 현혹돼 가담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같은 극단주의 사상의 대표적인 최근 사례로는 2016년 6월 12일 미국 플로리다 올랜도 게이클럽 총기난사 테러와 올해 3월 15일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에서 발생한 린우드 모스크 총기난사 테러가 있다. 두 사건 모두 각각 50명이 죽고 50여명이 다치는 최악의 테러 사건을 기록했다. 

두 사건의 범인 모두 자생적 테러리스트인 외로운 늑대로 이슬람 극단주의, 극단적 백인우월주의에 심취해 각각 성소수자와 무슬림을 상대로 대규모 테러행위를 저질렀다는 공통점이 있다. 특히 올랜도 총기테러 범인인 오마르 마틴은 아프가니스탄계 이민자 2세로 가정폭력과 호모포비아를 가진 과거가 있었으며, 뉴질랜드 테러범 브랜튼 태런트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극단주의 사상을 키운 것으로 나타났다. 

◇ 외로운 늑대의 요람 ‘온라인’ 

이만종 호원대 교수(한국테러학회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이에 대해 자세하게 짚어냈다. 이 교수는 “외로운 늑대는 대규모 테러를 통해 대중의 주목과 공포 및 이념 전파, 이를 통한 존재감 과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며 “IS는 직접 세력권으로 넘어오게 해 훈련시키거나 온라인을 통해 교육·지령을 하는 등 다양한 미디어 전략, 선전·선동을 강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폭력적 극단주의는 특히 온라인에서 잘 자란다. 인터넷의 익명성과 보편화는 온라인상에서 크라이스트처치 테러와 A씨의 일간베스트 활동 사례처럼 커뮤니티를 통해 증오와 혐오사상을 공유하며 고양시키기 쉽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폭력적 극단주의에 대한 대응에는 묘약이 없다. 복합적 대응과 처방을 강구해야한다”면서 “우리 사회에 일반적으로 폭력적 극단주의를 유발하는 요인은 사회구조적 요인, 개인의 심리적 요인 등 2가지로 이는 단순 안보적인 요인으로 볼 것이 아닌 다각적으로 봐야 할 문제”라 지적했다. 

IS 등 극단주의 사상의 위험성에 대해 이 교수는 “불법적인 홍보, 선전·선동 차단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극단주의 단체 사이트 접속 차단 등 폭력적 극단주의 환경을 조기에 차단해야한다”면서 “선전·선동에 취약한 사회 계층의 상대적 박탈감을 줄이고 이들에 대한 정체성의 위기를 제고해야한다. 다양한 심리적 불안 요인은 사회의 급격한 변화, 다변화와 맞물리기에 이에 대한 대응을 강구해야한다”고 설명했다. 

실직, 빈곤 등 경제·사회 구조적 요인으로 추락하는 이들은 온라인을 통해 특정 대상에 대한 증오심을 공유하고 고양시키며 폭력적 극단주의자로 변모하기 쉽다. 이에 대해 이만종 한국테러학회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단순 안보적인 요인이 아닌 다각적인 시선으로 문제를 봐야한다”고 지적했다. 사진 / 시사주간 DB

◇ 낙오자 만드는 사회, ‘외로운 늑대’ 만들어 

가시화된 IS 가담 사례를 단순히 특정 소수의 일탈적 행동으로만 볼 순 없다. 이 교수는 “오랫동안 테러에 대한 위협이 적어져 테러대응에 대한 관심이 많이 없어지는 등 위험을 상당히 간과하는 경향이 있다”며 “지나친 불감증은 조심해야한다. 문제가 증폭될 수 있는 요인은 많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일상의 평화가 깨질 수 있어 이에 대한 우리 사회의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빈곤으로 몰락하는 젊은 계층은 외로운 늑대로의 변화에 취약하다. 이 교수는 “우리 사회도 이념에 전염이 될 수 있는 취약한 젊은이들이 있다. 극단주의 세력의 선전·선동에 현혹되기 쉬운 젊은이들의 특성은 특히 좌절된 꿈과 현실로 더욱 잘 파고 든다”며 “인종차별, 빈부격차, 사회적 불평등 등 서방 세계에서 발생하는 테러의 근원도 우리 사회에서 자생적 테러로 생길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 불특정 다수에 대한 ‘묻지마 범죄’가 그 경고”라 지적했다.

한국 사회는 지금까지 참혹한 ‘묻지마 범죄’의 원인으로 조현병, 은둔형 외톨이 등 개인에게 그 원인을 돌려왔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경제 불황으로 인한 가족해체 및 장기간 실직 등 사회로부터 낙오된 개인이 외로운 늑대가 된다는 어두운 현실이 자리 잡고 있다. 

실업률과 빈곤층을 줄이고 소수자, 약자에 대한 차별 및 소외가 없는 사회를 만들려는 노력이 없다면 제2의 IS 가담 사건은 사라지지 않고 더 큰 위험으로 커질 가능성이 크다. 이에 대해 정부의 다각적인 고려와 관심이 필요해 보인다. SW

 

hjy@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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