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페어 투게더 캠페인㉚] "초대받지 않은 손님? 우리는 당당히 영화보는 관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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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페어 투게더 캠페인㉚] "초대받지 않은 손님? 우리는 당당히 영화보는 관객"
  • 임동현 기자
  • 승인 2019.07.16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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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영화관람 차별행위' 인권위 진정한 장애인 곽남희, 김봉관씨

[시사주간=임동현 기자] 학대받는 청각장애 학생들의 이야기를 그린 <도가니>, 한국영화 최초로 칸 영화제 그랑프리를 수상했고 천만 관객을 목전에 둔 화제작 <기생충>. 하지만 이 영화들을 시청각 장애인들은 볼 수가 없다. 화면해설과 한글자막이 영화관에서 제공되지 않다보니 화제작이라고 알려진 영화들도 이해를 하지 못하고 돌아가야하기 때문이다. 아니, 영화관을 들어가는 것조차 점자가 없는 키오스크, 영화관 직원들의 입장 제지로 무산되는 경우도 많다.

최근 국가인권위원회는 '영화관 영화자막 미제공에 따른 청각장애인 편의제공 소홀' 진정에 대해 영화관의 책임이 없다며 이를 기각시켰다. 인권위는 보도자료에서 '정부에 자막 및 화면 해설 등 조치를 권고했다"고 밝혔지만 영화관의 책임에 대해서는 함구하면서 '정부에 떠넘기며 대기업의 눈치를 본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에 시청각 장애인들은 16일 다시 인권위에 '영화상영관의 시청각 장애인 영화관람 차별행위'에 대한 진정을 제기했다. 이번 진정의 당사자인 곽남희(시각장애인), 김봉관(청각장애인)씨에게 이번 진정의 의미를 물어보기로 했다.

인권위에 '영화상영관의 시청각 장애인 영화관람 차별행위' 진정을 낸 시각장애인 곽남희씨(왼쪽)와 청각장애인 김봉관씨. 사진 / 임동현 기자    

-영화관에서 어떤 차별을 겪었는지?

곽남희(이하 '곽') : 얼마 전에 <기생충>을 보러 멀티플렉스 영화관에 갔는데 영화표를 발권하는 것부터가 차별이었다. 키오스크가 4대가 설치되어 있는데 점자가 없다. 혼자서는 영화표를 살 수 없는 구조다. 활동보조인이 있어야 발권을 할 수 있다. 어떻게든 해서 발권을 한다고 해도 영화에 화면해설이 없다. 드라마나 연극은 대사가 많아 어느 정도 상황을 이해할 수 있지만 영화는 행동이 주이지 않나. 대사가 안 들리면 영화가 상영을 하는 건지 안하는 건지 알 수가 없고 내용도 파악할 수 없다.

다행히 <기생충>을 화면해설로 봤기에 망정이지 그것을 못봤으면 무슨 내용인지 전혀 몰랐을 것이다. 영화의 반전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극장을 나왔을 지도 모른다. 영화관에서 한달에 한두번 정도 화면 해설이 있는 영화를 상영하지만 그 시간을 놓치면 영화를 볼 수가 없다. 접근권의 차별, 화면해설이 없는 차별. 영화관이 저지른 차별은 바로 이 두 가지다.

김봉관(이하 '김'): 나도 얼마 전에 <기생충>을 보려고 했는데 필담으로 티켓 예매를 하면서 한글자막이 나오냐고 물었더니 직원이 손모양으로 'X'를 표시했다. 한글자막이 나오는 날이 언제냐고 물었지만 답을 해주지 않았다.

영화의 내용을 파악할 때 영상을 보면서도 할 수 있지만 어떤 대화가 오고가는지를 파악해야 그 영화 내용을 알 수 있지 않나. 청각장애인은 한글자막이 들어가야 파악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청각장애인은 일부 영화에 한해 지정된 시간에만 관람할 수 있는 '배리어프리영화'로만 한국영화를 관람할 수 있다. 많은 장애인들이 자신이 원하는 시간에 영화를 보지 못한다.

장애인들은 한국영화를 보러가지 않는다. 아니 못 본다. 한국영화를 보고싶어하지만 자막이 없으니까 아무 감흥도 못 얻고 영상만 보고 돌아가는 일이 다반사다. 장애인 입장에서는 "청각장애인은 한국영화를 보지 말라고 우리 사회가 결정한 것 같다. 우리는 초대받지 못한 손님이다"라고 생각하게 된다.

우리가 돈을 적게 주고 한국영화를 보는 것이 아니잖나. 똑같은 돈을 주고 영화를 보는데 왜 한글자막없이 상영하나. 외국영화는 자막이 제공되니까 볼 수 있지만 정작 한국의 청각장애인들은 한국영화를 볼 수가 없다. 한국영화를 보지 말라고 하는 것이다. 이런 부분에서 우리가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고 진정을 하고 제소를 하는 것이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영화관의 청각장애인 편의제공 소홀' 진정에 대해 기각 결정을 내렸다. 영화관 사업자는 아무런 책임도 의무도 없다는 것이 인권위의 입장인데

곽:우리는 영화를 자유롭게 볼 수가 없다. 당연히 인권위가 영화관에 화면해설과 자막을 권고하고 안되면 과태료 등을 부과하도록 해야한다. 그게 인권위의 역할이라고 본다.

김:영화관이 개인회사이기는 하지만 소규모 회사가 아니지 않나. 대기업이라면 사회에 기여하는 책임과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 영화관을 운영하는 사람들이 만약 책임과 의무가 없다면 청각장애인이나 시각장애인을 대상으로 입장료를 감액하거나 하는 부분들이 나와야하는데 똑같은 돈을 받으면서 볼 수 없고 이해할 수 없는 한국영화를 관람하라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외국영화도 자막을 넣어서 수익활동을 하지 않는가. 한국영화도 똑같이 자막을 넣어 수익활동을 하는 것이 더 이롭지 않나하는 생각을 한다. 그게 장애인들의 입장이다.

시청각 장애인들이 16일 국가인권위원회에 '영화상영관의 시청각 장애인 영화관람 차별행위'를 진정했다. 사진 / 임동현 기자    

-인권위는 장애인의 영화관람에 대해 정부, 지자체, 영화 제작자 등의 책임이 있다고 권고했지만 정작 영화관을 제외시켰다. 이 문제에 대해 하고픈 말이 있다면

곽: 영화가 잘 되어야 영화관도 잘 되지 않나. 드라마는 최근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가 일주일전에 방영된 드라마를 화면 설명을 입혀 다시 방송하는 서비스를 하고 있고 웬만한 드라마는 이제 화면해설로 볼 수 있는데 영화는 그렇게 하지 않고 있다. 영화가 안 하니까 연극이나 뮤지컬도 당연히 안 한다.

물론 연극이나 뮤지컬은 화면해설이 있으면 정말 좋겠지만 없어도 이렇게 심하게 문제되지는 않는다. 영화와 영화관이 가장 큰 문제다. 이게 해결되어야 다른 것도 해결할 수 있다. 한글자막과 화면해설이 제공된 영화를 영화관들이 상영한다면 다른 장르에서도 분명히 영향을 받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불편하게 영화를 관람해야하는 지체장애인들도 편하게 영화를 볼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다.

영화관이 해결되면 다른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왜 영화는 드라마처럼 신경을 쓰지 않을까? 그게 참 궁금하다. 

김: 영화를 만드는 사람도 일정 책임이 있지만 최종 수익을 얻는 곳은 어디인가? 영화관은 영화 상영을 통해 이용자들로부터 돈을 받는 곳이다. 한글자막이 없는 영화를 상영하면서 장애인 관객은 피해를 감수하라고 계속 나간다면 굉장히 문제가 된다. 최종적으로 영화를 상영하는 곳은 영화관이다. 책임이 없을 수 없다. 지금의 행동은 소비자의 권리, 문화의 향유를 무시하는 것이다. 정당하지 않게 장애인의 영화관람을 막는다면 당연히 영화관에 책임을 물어야하는 것이 맞다. 

-마지막으로 전하고픈 말이 있다면?

곽: 앞에서도 말했지만 드라마는 신경을 많이 쓰고 있는데 영화도 인력을 좀 더 배치해서 화면해설에 신경을 썼으면 좋겠고 꼭 일정 시간, 일정 영화에 편중된 것이 아니라 모든 영화, 모든 시간에 시각장애인도 언제든지 영화를 볼 수 있도록, 그런 영화관이 들어설 수 있도록 힘을 써줬으면 한다. 특정 시간에만 영화를 보게 하는 것, 이 역시 차별아닌가. 이것을 생각했으면 한다.  꼭 정해진 시간이 아니라 어떤 시간이라도 장애인들이 영화를 볼 수 있도록 해야할 것이다.

김: 청각장애인들은 자막이 없으면 한국영화를 볼 수가 없다. 보고싶어도 볼 수가 없다. 자막이 없기에 내용 파악도 못하고 대사 하나도 모르는 상황에서 영화가 끝난다. 청각장애인에게 한국영화는 '그림의 떡'이다. 좋은 영화를 보고 싶어 영화관에 오고 똑같은 돈을 내고 영화를 보는데 외국영화는 자유롭게 보지만 한국 사람이 한국영화를 자유롭게 보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이 문제에 대해 정부가 관심을 가지고 빨리 해결해주시길 바란다. SW

ld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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