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류칼럼] 도덕성을 활용한 ‘외적 기동작전’은 쓸만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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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류칼럼] 도덕성을 활용한 ‘외적 기동작전’은 쓸만한가
  • 주장환 논설위원
  • 승인 2019.07.29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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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주간=주장환 논설위원] 국제사회에서의 질서란 강대국의 질서다. 정글의 법칙이 엄연히 존재하는 곳이기도 하다. 개인간에도 그러하지만 나는 언제나 도덕적이고 상대는 언제나 비도덕적이다.

1950년대 프랑스-알제리(알제리국민해방전쟁), 미국-베트남 전쟁때 도덕성을 군사전략으로 이용한 사례를 분석한 프랑스 작가 앙드레 보프르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알제리와 북베트남(월맹)은 모두 자신들 싸움을 제국주의에 맞선 자유주의 해방전쟁으로 몰아갔다. 이런 관점을 언론과 국제사회에 퍼뜨려 미국과 프랑스 국민들의 머리 속에 각인시켰다. 또 게릴라전에서 이용하는 악랄하고 더러운 책략들은 우아하게 위장하는데 성공했다. 그 결과, 도덕심이 가득찬 일부 국민들의 반전 분위기를 싹 틔우는데 성공했다. 이로써 미국과 프랑스의 행동을 크게 제한할 수 있었으며 그 결과, 북베트남은 승리했다.

미국 독립전쟁이 일어났을 때에도 미국 건국의 아버지라 불리는 새뮤얼 애덤스는 영국이 식민지 자원을 착취하고 국민들을 민주적 절차로부터 배제하고 있다고 선전해 영국의 도덕성에 치명타를 가했다. 그는 세금 부과를 받아들이는 건 영국 의회가 식민지를 지배할 권리를 가진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하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주장하며 신문이나 잡지, 각종 집회에서 호소하고 또 선동해 목적을 이뤘다.

보프르는 도덕성을 활용한 전략을 외적 기동작전이라고 불렀다. 이는 전쟁과 전략의 밖에서 일어나는 일이기 때문에 그렇게 붙였다고 한다. 오랜 민주주의 역사를 지닌 미국과 프랑스는 자신들의 전쟁을 정당하다고 여겼으나 세상은 그렇게 돌아가지 않았다. 때때로 당연히 자신에게 우호적일 것이라 생각한 국가나 사람들조차도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느끼면 침묵하거나 오히려 공격했다. 도덕적 고지를 상대에게 넘겨주면 필패다.

일본과 진흙탕 싸움으로 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미국의 압박이 아베의 인내심을 흔들게 될 가능성도 없지 않지만 국민 감정을 통제하지 못하는 양국의 정치력은 부담이다. 도덕성이라는 무기고에서 가장 치명적 무기는 아마 상대의 위선을 폭로하는 것일게다. 또 자신의 약점을 보호하는 것보다 상대의 약점을 들쑤시는게 훨씬 효과적이다. 군사적, 경제적 힘이 상대보다 약할 때는 외적 기동작전에 집중해야 한다.

WTO에서 일본의 거짓변명을 파고 들고, 자신 있다면 1:1 대화를 하자고 제의한 전략은 매우 좋았다. 앞으로도 아베나 일본의 부도덕한 면을 찾아 공격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이 글로벌 여론전을 통해 내년 7월로 예정된 도쿄올림픽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아베의 아킬레스건을 조준하고 나선 것도 좋은 전략으로 보인다. 하지만 가장 먼저 해야할 것은 화해이며 민족적 감정을 건드리지 말아야 한다. 위안부 할머니를 위한 아시아여성기금을 만들어 5억 엔을 받아내고 하시모토 총리가 배상금을 받은 할머니들에게 사과 편지까지 보내게 만든 사람이 일본의 한 여성작가(우스키 게이코)였다. 일본 국민이 아니라 아베에게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말이다. SW

jj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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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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