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병사 목에 ‘환자 명찰’...7군단 실태에 軍 “규정대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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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병사 목에 ‘환자 명찰’...7군단 실태에 軍 “규정대로 했다”
  • 현지용 기자
  • 승인 2019.08.08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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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권센터 “유대인 다윗의 별 달게 한 나치 연상돼”...육군 “규정 범위 내 훈련, 인권침해 없다”
임태훈 군인권센터장(오른쪽)과 윤의철 7군단장이 지시한 환자용 명찰을 패용한 모습(왼쪽). 사진 / 현지용 기자

[시사주간=현지용 기자] 윤의철 7군단장이 특급전사 달성을 압박하고 아픈 병사의 기본권을 제한했다는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군인권센터가 이에 대한 집중 상담 결과를 발표했다.

8일 오전 10시 30분께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서 열린 이번 기자화견에서 임태훈 센터장은 “지난 달 4일부터 현재까지 윤 중장에 의해 발생한 인권침해 집중 상담 결과 총 95건의 상담·제보를 접수했다”며 “특급전사 미달성시 출타 통제가 다수 이뤄지고 있었으며 영외 훈련 시 식수 제한, 6주 대대전술집중훈련시 샤워장서 녹물 발생, 열악한 화장실 시설로 배수로에서 용변을 보는 사례가 있었다”고 밝혔다.

임 센터장은 “가장 시급한 조치는 장병 건강권 침해”라며 “산악·무장 구보에 집착적으로 임하고 골절환자 외 부상환자는 허리디스크, 팔 부상이라도 열외를 허용하지 않았다. 군의관도 훈련 의무지원에 투입시켜 실제 의무대가 비는 사태가 날 지경”이라 밝혔다.

센터에 따르면 40km 철야행군 시 군단장이 직접 나가 환자 열외상황을 점검하며 환자들에 꾀병 취급을 해, 열외 없이 행군에 강제 참여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일선 지휘관은 “군단에 계속 훈련 참가 인원보고를 올려야 해 대대 지휘부담이 크다. 대대·중대별 환자 TO를 정해줄 정도”라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심지어 ‘열외자 행군’도 따로 만들어 40km 완전군장 행군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 / 군인권센터

특히 가장 심각한 것으로 윤 중장은 직접 A4 용지 크기 만한 소위 ‘인식표’를 환자 장병들에 목에 걸도록 지시해 “체력단련 제한인원은 육안으로 식별 가능하도록 표시”하라고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상시패용 수준인지 제보는 분석해봐야 하나, 도열·집합 시 열외 없는 상황에서 목에 걸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센터는 “가축 등급별 하자표시처럼 환자에 낙인을 줘 수치심을 주겠다는 의도”라며 “소속 계급, 성명, 병명 및 가료 기간, 치료 군의관 정보까지 기명했다. 이는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민감 정보인 질병 정보를 위반한 처사이자 사생활 침해다. (2차대전기 유대인 수용소) 유대인에게 다윗의 별을 달게 한 나치가 연상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앞서 육군에는 2011년 정 모 훈련병이 중이염을 호소함에도 이를 꾀병취급 해 자살하는 사건 및 뇌수막염 환자인 노 모 훈련병에 타이레놀을 처방해 사망한 사건이 발생한 바 있다. 그럼에도 윤 중장은 한 교육훈련 발전방안 토의 자리에서 “요즘 입대병력의 80%는 의지가 없는 용사들이다. 이런 젊은이들이 과연 국가의 미래가 될 수 있나”라고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임 센터장은 “아픈 사람을 건강하게 만드는 것은 수치심, 두려움 아닌 적시에 이뤄지는 의사 진료 및 휴식”이라며 “환자를 혹사시켜 나타나는 것은 사고와 회복 불가능한 부상뿐이다. 이런 식의 지휘방침은 이적행위와 다름없다”고 일침을 가했다. 더불어 “7군단 상급부대장인 지상작전사령관, 육군참모총장도 지휘감독 소홀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압박했다.

취재진과의 질의응답에서 센터는 “7군단장 지시에 따라 만들어진 인식표는 실정법 위반 소지가 있다. 육본은 직무감찰에 들어가야한다‘며 ”7군단 직할부대에서 가장 피해사례가 많으며 예하 사단도 마찬가지“라 덧붙였다.

윤 중장은 육군사관학교 출신으로 과거 청와대 위기관리센터장을 맡고 승진해 군단장을 맡은 경력이 있다. 이를 의식하듯 임 센터장은 “육사출신의 자신을 무시할 수 없다는 강한 신념이 있는 것으로 의심된다. 차라리 강한 UDT나 해병대에 가셨어야 하는 것이 옳다”고 지적했다

사진 / 군인권센터

이와 함께 육군이 부정한 특급전사 달성율 자료 존재 여부에 대해 센터는 “교육 훈련 방안 시 각 부대 특급전사 달성률 및 체력·사격 등 훈련 자료가 들어간 확인 자료가 있다”며 “제보에 따르면 지휘 보고 시 각 부대별 색깔 표시해 군단장이 원하는 수치가 제시되고 노란색은 미달, 빨간색은 낮음이라 표식된다”고 전했다.

올해 폭염이 극심하던 와중에도 윤 중장은 장병들에 구보지시를 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임 센터장은 “하루는 모 사단장에게 전화하니 폭염주의보가 내렸음에도 구보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행정단위인 군단장과 달리 사단장은 일반적으로 작전 독립을 보장받음에도, 군단장 기세가 등등해 특급전사 집착에 자유롭지 못하고 (병사들의) 방패막이가 못돼준다”고 말했다.

또 특급전사 달성, 훈련 참여가 군 진급심사에 영향을 미치느냐는 질문에는 “그렇다. 인사평점을 쥐고 있는 자가 군단장이기에 예하 장교 및 부사관에 영향이 크다. 본인은 ‘이렇게 하면 4성 장군이 될 수 있다’는 강한 신념을 갖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이런 분이 지작사 4성 장군이 된다면 전방부대에는 환자가 속출할 것이란 걱정이 많이 되는 상황이다. 별을 하나 더 다니 폭주기관차에 가속력이 붙는 것 같아 우려가 크다”고 답했다.

이번 발표와 관련 육군본부 관계자는 “현재 해당 사항은 모르고 있어 사실확인을 해야 하기에 지금 당장 드릴 답은 없다. 발표 내용은 하나하나 꼼꼼히 따질 것이며, 사실과 잘못된 부분은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7군단으로서는 규정된 범위 내에서의 교육훈련·체력단련을 실시하고 있다. 인권침해, 기본권 제한, 외출·외박·휴가를 금지하는 것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윤 중장은 과거 28사단장 시절 박찬주 전 육군대장의 공관병 갑질 사건이 터지면서 군인권센터로부터 특급전사 달성 압박 및 장병 기본권 침해 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 하지만 센터의 말처럼 군단장에 오른 뒤에도 그의 특급전사 집착은 전보다 더욱 심해진 것으로 보인다. 7군단 직할부대에 복무중인 아들을 둔 A씨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한 장병의 어머님은 아들이 환자라 면회를 할 수 있다는 연락을 받고 먼 지방에서 올라왔으나 당일 훈련에 참여해야한다며 문전박대를 당했다”고 안타까운 사연을 전했다. SW

 

hjy@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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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1970-01-01 09:00:00

우리나라 얘기 맞습니까?
헐~ 대박! 군대 꼭 가야하는거 맞나요?ㅜㅜ

이것참 1970-01-01 09:00:00

이게 사실이라면 저곳은 대한민국이 아닌가 봅니다. 감옥에 있는 제소자들도 아프면 병원에 먼저 갑니다. 나라를 지키러 간 군인들은 왜 병원이 아닌 훈련을 받아야하는지 묻고싶습니다. 그리고 가슴에 다는 인식표는 무엇인가요? 낙인인가요? 아프고싶은 사람은 없습니다. 부하 장병을 따뜻하게 보살펴주지 못하는 간부들 마음은 어땠을까요? 상명하복이니 군단장의 명령에 따라야했을 간부들도 힘들것입니다. 개선이 꼭 필요한 사항입니다. 육본의 철저한 조사와 답변을 듣고싶습니다!

장미 1970-01-01 09:00:00

남에 귀한 아들 강제로 데려가서
이런 가혹한 훈련을히며 열악한 환경에서 생활하게하는
악랄한 미친짓을 국방부는 왜 그냥나두는 겁니다
진급에 눈이 멀어 부하들을 공포로 휘싸이게 하는
싸이코 지휘자를 당장 해임시켜주세요~~~!!!!!

나나 1970-01-01 09:00:00

자기새끼한테도 과연 저럴까 싶다

나참! 1970-01-01 09:00:00

군단장은 병자임이 틀림없습니다.돌지 않고서야 어찌 그리 한답니까?장병들이 절규할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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