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지소미아 파기, '자주국가' 시험대 오른 문재인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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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지소미아 파기, '자주국가' 시험대 오른 문재인 정부
  • 임동현 기자
  • 승인 2019.08.22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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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소미아 파기를 발표하는 김유근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 사진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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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주간=임동현 기자] 청와대가 22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을 더 이상 연장하지 않겠다고 결정했다. 일본의 수출 규제와 화이트리스트 제외에 우리 정부가 반격을 한 것이다.
 
김유근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은 이날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열고 "정부는 지소미아를 종료하기로 결정했으며, 협정의 근거에 따라 연장 통보시한 내에 외교경로를 통해 일본 정부에 이를 통보하겠다"고 밝혔다.
 
김유근 차장은 "정부는 일본 정부가 명확한 근거 없이 안보상 문제를 이유로 화이트리스트에 우리나라를 제외함으로써 양국 간 안보협력환경에 중대한 변화를 초래한 것으로 평가했다. 이 상황에서 정부는 안보상 민감한 군사정보 교류를 목적으로 체결한 협정을 지속시키는 것이 우리 국익에 부합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앞서 이날 오전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과 스티브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면담을 가지면서 지소미아 문제가 거론됐다는 이야기가 나온 바 있었다, 김현종 차장은 미국 측 입장이 나왔느냐는 질문에 "아니다. 비건 대표에게 우리 국익에 합치하도록 판단을 잘 해서 결정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고 전했다.
 
당초 이날 오후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는 미국과의 관계 문제와 일본과 대화 국면으로 가자는 문재인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를 바탕으로 '지소미아 연장'으로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봤지만 청와대가 예상을 깨고 지소미아 파기 카드를 꺼내면서 사실상 일본과의 전면전을 선포한 셈이 됐다.
 
지소미아 파기는 일본이 우리나라를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시키면서 논의되기 시작했고 강경화 외무부 장관은 지난달 말 국회에서 "상황에 따라 폐기를 검토할 수 있다"고 밝히면서 폐기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후 8월 1일 한일 외교장관 회담 실패 후 강 장관은 "일본의 수출 규제가 안보상 이유로 취해진 거라면 우리도 한일 안보의 틀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면서 지소미아 폐기를 검토하고 있다는 것을 암시했다.
 
지소미아는 특정 국가들끼리 군사 기밀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맺는 협정으로 한일 정부는 2016년 11월 처음 체결한 뒤 2차례 연장해 왔다. 1년 단위로 연장되며 만료 90일 전 어느 한쪽이 파기를 통보하면 자동 종료된다. 
 
정부는 한미일 삼각 안보협력이라는 기존 틀과 미국의 새로운 인도 태평양 전략 사이에서의 한일간 역할 분담 등을 다각도로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협정을 파기할 경우 자칫 일본이 '한국이 한미일 삼각 협력을 깼다'는 공세를 할 수 있고 이로 인해 미일이 결속되고 한국이 고립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결국 지소미아를 1년 더 연장하는 것으로 결론이 날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했던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안보상의 문제를 내세워 화이트리스트에서 우리를 제외한 일본과 안보상 민감한 군사정보 교류를 목적으로 체결한 협정을 지속시키는 것은 우리 국익에 부합되지 않는다"며 과감하게 파기를 선언했다. 일종의 '자주 선언'인 셈이다. 이미 일본이 안보의 틀을 깼기에 우리도 안보의 틀을 깰 수밖에 없다는 이 선언은 한미일의 협력을 추구하는 것도 좋지만 일본에게 더 이상 머리숙이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지소미아 파기 후 정계에서는 환영의 메시지를 전하며 외교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은 "대책없는 감성몰이 정부가 내린 최악의 결정"이라며 "지소미아는 한반도 안보가 불안정한 상황에서 필수적인 한미일 공조 안보협력체계"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어쨌든 주사위는 던져졌다. 일본에게 더 이상 경제적인 수모를 당하지 않고 미국과의 관계도 눈치보지 않고 자주적으로 해결하겠다는 대한민국 정부의 의지가 시험대에 올랐다. 지소미아 파기가 몰고 올 후폭풍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정부의 시험이 시작됐다. SW
 
ld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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