욱일기 휘날릴 도쿄올림픽, 국내는 금지법도 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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욱일기 휘날릴 도쿄올림픽, 국내는 금지법도 전무
  • 현지용 기자
  • 승인 2019.09.03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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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018년 10월 자위대 관열식에 참여한 모습. 사진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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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주간=현지용 기자] 도쿄올림픽 조직위가 일본제국 및 전쟁범죄를 상징하는 욱일기 사용을 허용케 함에도 국내에선 이를 금지시키는 법조차 전무한 상황이다.

3일 SBS 보도에 따르면 2020년 도쿄올림픽 및 패럴림픽 조직위원회는 다음해 도쿄올림픽서 욱일기 사용을 제재 없이 허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조직위는 “욱일기는 일본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기 때문에 막을 이유가 없다”며 “욱일기 자체는 정치적 의미를 담고 있지 않다. 금지 품목으로 간주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동아시아를 침략한 일본제국과 일본 군국주의를 상징하는 욱일기를 허용하는 조직위의 태도에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지난달 29일 ‘2020 도쿄 하계올림픽대회 및 하계패럴림픽대회에서의 욱일기 경기장 내 반입금지 조치 촉구 결의안’을 의결했다. 

문체위는 결의안에서 도쿄올림픽 기간 전후 일본 내 올림픽 경기장에서 욱일기 및 이를 활용한 소품 반입 및 응원행위 금지를 촉구했다. 하지만 조직위는 이를 묵살하고 욱일기 사용을 허용하겠다는 뜻을 밝혀, 과거 일본 제국으로부터 전쟁범죄 피해를 입은 한국, 중국 등 국가와 갈등 증폭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 도쿄올림픽 조직위의 노골적인 올림픽 정신 묵살 

스포츠로 인류 통합과 평화 정신을 존중하는 올림픽은 실제로는 정치적 선전 효과를 드높이는 체전으로 이용돼왔다. 그럼에도 현대 올림픽을 주관하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어떠한 형태일지라도 정치적 목적의 선전을 금지하는 것을 올림픽 정신으로 삼고 있다. 

올림픽이 정치적 선전으로 사용된 과거의 대표적 사례로는 1936년 독일 나치 제3제국의 베를린 올림픽이 있다.베를린 올림픽은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전 전체주의 추축국 동맹이 올림픽을 통해 파시즘 및 군국주의 프로파간다를 전파하기 위한 목적으로 조성됐다. 당시 마라톤 종목에서 1위로 금메달을 따고 망국의 설움으로 유니폼 일장기를 가린 故 손기정 선수의 이야기도 이 안에 담겨있었다. 

제국주의 국가의 정치적 선전으로 올림픽 정신이 묵살되던 것과 달리, 1968년 멕시코시티 올림픽에서 달리기 선수 토니 스미스와 존 카를로스가 한 흑인 인권 세레머니(Black Power Salute)는 올림픽 정신 훼손이란 대대적인 비난을 받았다. 흑인 인권 차별에 저항코자 한 상징적 행동에도 IOC는 이들을 선수촌에서 추방하는 등 올림픽 정신 훼손에 있어서는 그것이 인권적 의도일지라도 강하게 엄금하고 나서는 태도를 보였다. 

이 같은 성향에도 일본 조직위가 욱일기 사용을 허가한다는 입장은 올림픽 정신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행위이자, 정치적 목적의 선전을 허용하는 행위다. 설사 일본의 우경화가 완벽한 과거 군부 정권 체제로의 회기를 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욱일기 사용이 극우 민족주의 성향의 전쟁 가능 국가를 상징한다는 의미는 불변하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1936년 베를린 올림픽서 마라톤 1등을 하고 일장기를 가린 故 손기정 선수와 1968년 멕시코시티 올림픽서 흑인 인권 세레머니(Black Power Salute)를 한 토니 스미스, 존 카를로스의 모습. 사진 / 독립기념관·John Dominis

◇ 욱일기와 하켄크로이츠의 차이

욱일기는 나치 독일의 하켄크로이츠기와 같다고 비교 받는다. 둘 모두 2차대전기 독일 제3제국과 일본 제국을 상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 아리아 순혈주의, 내선일체 2등신민이라는 인종차별과 군권을 쥔 나치당, 황군 군부가 제국 권력의 중심이라는 점, 극우 민족주의의 정체성을 상징하기에 극우 정파에서 자발적으로 사용하는 점이 그것이다. 

하켄크로이츠기는 독일 스스로 반나치법에 의해 사용을 금지 당한다. 하켄크로이츠뿐만 아니라 독일 제3제국을 의미한 모든 상징과 문양을 불법으로 규정했다. 동시에 금지법을 통해 전신이 전쟁범죄를 일으킨 국가였다는 역사 교육과 전범의 부당성을 강조케 했다. 

반면 일본에는 이러한 법 제정이 1945년 8월 14일 무조건 항복 이래 전무해왔다. 연합군 군정에 의해 통치 받던 일본은 전범 국가로의 시민 해방이라는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 이 때문에 항복 이후부터 극우 민족주의 정파의 정권 탈환이 돌아왔고, 준군사조직인 자위대의 재무장, 평화헌법 개정, 역사왜곡 및 최근의 군사도발·경제침략 등 전쟁 가능 국가화가 가능해졌다. 

일본제국은 정치 권력의 핵심이자 군국주의 시스템이던 군부는 주요 상징으로 욱일기를 사용했다. 자위대와 일본 국민의 욱일기 사용은 곧 일본제국군이 그들의 전신이자 자신이 그 후예라는 정체성을 부여하는 행위다. 조직위가 이를 금지하는 요구를 ‘비상식적’이라 말하는 것은 단순한 무시가 아닌, 민주주의 시민의식의 부재와 내제화된 극우 민족주의가 일으킨 판단의 결과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해군이 말레이시아 페낭 일본 해군기지에서 나치 독일 제3제국군 U보트 승무원들과 환영식을 갖는 모습.

◇ 욱일기 휘날림에도 금지법 없는 한국

국회에는 신용현 바른미래당 의원을 비롯해 이석현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발의한 욱일기 금지법이 계류돼있다. 반면 국내 우익 여론은 욱일기 금지법이 한반도에 유사시 지원군으로 파견될 수 있는 자위대에 국내 접근 금지의 명분 또는 외교적 결례가 될 수 있다는 논리가 있다. 이는 군국주의 국가로의 회귀를 의미하는 상징물을 사용하는 국가의 심기를 건드려서는 안된다는 어불성설적 논리와 같다. 

독일의 국기는 독일연방기에서 1차 대전 독일 제국기를 사용하다 바이마르 공화국기, 하켄크로이츠를 거쳐 독일연방공화국기로 변했다. 이는 과거 제국, 전범국가를 상징코자함이 아닌 연방이라는 가치를 중시하는 것이자 전범국가라는 과거와의 반성을 의미코자 함으로 볼 수 있다. 

반면 일본은 전쟁범죄라는 과거에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고, 민주국가라는 가치 중시의 상징을 사용코자 하지 않아 한일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일본은 최소한 전범 가능 국가라는 상징을 다시 사용치 않아야 민주국가라는 정체성을 국제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그럼에도 어기고 올림픽에서 욱일기를 허용케 한다는 것은 전범국가로의 부활을 의미한다.

동시에 이 같은 행위에 국내에서라도 금지법을 제정하지 않는 것은 일본의 전범국가 부활을 방관하하는 것이자 전쟁 가능 국가를 묵인·인정해주는 행위다. 이는 위안부, 강제징용 등 전쟁범죄 피해 역사 왜곡을 허용하는 행위이자 한국의 역사적 정당성을 크게 훼손하는 행위이기도 하다. 

한편으로 도쿄 조직위의 답변은 욱일기 훼손에 대한 빈틈을 보이는 행동이다. ‘정치적 의미를 담지도, 사용을 막을 수도 없다’는 답변은 욱일기 자체에 상징성이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기에 이를 훼손하는 행위를 막을 정당성 또한 없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욱일기에 반감이 큰 한국에게 욱일기 훼손 가능성을 열어놓는 조치는 한일 갈등이라는 불을 키우는 기름으로 활용될 수 있다. 욱일기에 대한 법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SW

 

hjy@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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