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롱받는 ‘한국당 삭발 릴레이’, 그래도 계속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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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롱받는 ‘한국당 삭발 릴레이’, 그래도 계속되는 이유
  • 임동현 기자
  • 승인 2019.09.18 16:4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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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청와대 앞에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의원들이 조국 법무부 장관의 파면을 촉구하고 있다. (왼쪽부터) 나경원 원내대표, 황교안 대표, 그리고 이날 삭발식을 한 이주영 의원과 심재철 의원. 사진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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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주간=임동현 기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를 비롯해 한국당 전현직 의원들이 조국 법무부 장관의 파면을 촉구하며 '릴레이 삭발'을 하고 있다. 그동안 여러 문제가 터질 때마다 '삭발투쟁'이 전개되기는 했지만 이번 삭발 릴레이는 지금까지의 삭발투쟁과는 궤를 달리한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삭발의 시작은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 직후인 지난 10일 이언주 무소속 의원이 "문재인 대통령의 아집과 오만함에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타살됐다. 국민을 개돼지로 여기는 것이 아니면 이럴 수 없다"며 국회 앞에서 삭발을 했고 다음날인 11일에는 박인숙 한국당 의원이 '문재인 아웃! 조국 아웃!'을 내걸고 삭발을 단행했다.

그리고 추석 연휴가 지난 16일에는 황교안 한국당 대표가 삭발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청와대 앞에서 삭발을 했다. 1야당 대표의 삭발은 언론의 큰 주목을 받았고 이후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강효상 의원, 송영선 전 의원, 차명진 전 의원, 이주영 국회부의장, 심재철 의원 등이 '삭발 릴레이'에 동참했다.

정치권은 황교안 대표의 삭발 당시 김동균 정의당 부대변인은 "자신의 신체를 담보로 하는 투쟁은 가진 것 하나 없는 약자들이 최후에 택하는 방법이다. 그런 마당에 구성원들 모두 기득권인 한국당이 삭발 투쟁이랍시고 약자 코스프레를 하니 가소롭기 짝이 없다"는 논평을 한 바 있다.

이 논평처럼 삭발투쟁은 본래 투쟁의 대상자가 마지막 수단으로 자신의 신체를 훼손하면서 마지막까지 싸우겠다는 의지를 보이기 위해 진행했던 것이었다. 하지만 한국당의 삭발투쟁을 본 많은 사람들은 '기득권을 놓지 않고 있는 한국당이 삭발투쟁의 본 의미를 퇴보시키고 있다'면서 조롱의 목소리까지 내고 있는 상황이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언제 삭발하느냐?'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올 정도다.

실제로 황 대표의 삭발식 사진을 합성한 갖가지 사진들이 인터넷에 떠돌자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는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당이 이렇게 새털처럼 가벼운 처신을 하는가. 당 대표가 비장한 결의를 하고 삭발까지 했는데 이를 희화화하는 것은 천부당만부당하다. 진중해라. 이를 조롱하는 국민들도 있다는 것을 명심해라. 비상 의원총회라도 열어서 당 대표의 결연한 의지를 뒷받침하는 비장한 후속 대책이나 빨리 마련하라"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하지만 정치권과 대중의 조롱에도 불구하고 한국당의 삭발 릴레이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게 많은 이들의 예상이다.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삭발'이라는 이슈를 통해 '조국 임명 문제'를 계속 부각시킬 수 있다는 전략이다. 사실 한국당은 조국 장관의 후보자 지명부터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에 이르기까지 각종 의혹들을 공격하며 여론을 주도하려했지만 지지율을 끌어올리지는 못했다. 한국당은 조국 의혹을 임명 후에도 계속 이어감과 동시에 의혹 속에서도 조 장관 임명을 강행한 문재인 대통령을 삭발을 통해 공격하면서 지지자들의 결집을 유도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장제원 의원 아들의 음주운전에 이어 나경원 원내대표에 대한 잇단 의혹 제기, 패스트트랙법 수사 등으로 한국당이 수세에 몰릴 위기가 왔기 때문에 '조국 이슈'를 놓치면 안 되고 그 이슈를 잡을 수 있는 가장 최선의 방법으로 '삭발'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택한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또한 '황교안 리더십'의 강화를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윤영찬 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18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황 대표의 삭발은 단순히 조국 장관 한 사람에 대한 부분이기보다는 사실은 자유한국당 내부의 내적 공학적인 부분이 굉장히 크다고 본다. 그동안 리더십에 대해 여러 위기론이 나오고 있었고 청문회가 있기도 전에 검찰이 갑작스럽게 수사에 들어가면서 여권 내부도 분열된 측면이 있다. 조 장관의 임명이 오히려 야당의 호재가 된 측면이 있기에 이런 상황을 아주 효과적으로 활용을 했다고 본다. 내부 결집을 위한 것이라는 걸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황 대표의 삭발이 내부 결집을 가져왔고 그것이 곧 삭발 릴레이로 이어지고 있다는 이야기다.

문제는 삭발 릴레이의 효과가 어디까지 이어질 지 여부다. 한국당은 삭발을 통해 결속을 다지면서 보수통합이라는 '나비효과'를 기대하고 있겠지만 자칫 무당파나 부동층의 지지를 얻지 못한다면 '정치쇼'로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 있다.

박지원 대안정치연대 의원은 18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한국당이 주목을 받을 수 있겠지만 결코 생산적인 정치는 아니다. 야당은 가장 강력한 투쟁장소인 국회로 돌아와서 판을 벌어야하는데 또다시 국회를 나가는 일이 벌어지면 국민이 불안해한다. 이런 식으로는 무당파를 끌어들일 수 없다"고 비판했다.

한국당의 전략은 보수의 통합이라는 최고의 결과를 볼 수 있지만 당의 외연을 넓히지 못한 채 박스권 지지율에 계속 머물며 조롱의 대상이 되는 최악의 결과도 낳을 수 있다. 하지만 정기국회마저 보이콧한 한국당의 현 행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기에 최선의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상당한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SW

ld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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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사랑 1970-01-01 09:00:00

나베도 밀어라.
친구들 다 밀었다.
혼자 치사하게 빠지지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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