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자 취업제한, 플랫폼 앱 악용은 ‘논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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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자 취업제한, 플랫폼 앱 악용은 ‘논외’
  • 현지용 기자
  • 승인 2019.09.20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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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부름, 배달, 승차 등 고객과 직접 면대면으로 만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 서비스 사업이 성행하는 반면, 이를 악용한 성범죄 피해도 발생하고 있어 이에 대한 성범죄자 취업제한 적용 확대가 필요해 보인다. 사진 / 현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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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주간=현지용 기자] 심부름·배달 등 고객과 직접 만나는 플랫폼 서비스앱에서의 성범죄 위험성이 드러나, 해당 업종에 대한 성범죄자 취업제한 적용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중개 플랫폼 서비스앱 시장의 규모는 해가 갈수록 성장하고 있다. 동시에 여기서 일하는 플랫폼 노동자들의 수도 폭발적으로 커지는 추세다. 한국고용정보원이 조사한 ’플랫폼경제종사자 규모 추정‘ 자료에 따르면 플랫폼 노동자 규모는 최대 53만8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늘어나는 플랫폼 노동자의 수만큼, 이를 악용해 성범죄를 저지르는 사례도 심심치 않게 발생하는 모양새다. 지난해 6월 말에는 심부름 앱 도우미가 고객을 성폭행하려 시도한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여성 A씨는 이삿짐 옮기는 일을 도움 받고자 한 심부름 앱을 통해 남성 도우미 서모(43) 씨를 고용했으나, 집으로 들어온 서 씨는 돌변해 A씨에게 범행을 저지르려 했다. 서 씨는 동종범죄로 15년을 복역하고 전자발찌까지 찬 상태였다.

음식을 배달하는 배달앱에서도 이를 악용한 사례도 있다. 지난달 중순께는 한 20대 남성이 전 여자친구의 전화번호로 배달앱 고객센터에 전화해 여성의 주소를 알아내고 집에 침입해 폭행을 저지르기도 했다. 배달업종 시장도 과거 배달기사를 직접 고용하던 형태에서 배달앱으로 전환하는 세태라, 이와 같은 유사 사례도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또 택시기사 등 특정 업종 종사자의 성범죄 경력도 심각해, 승객 운송 플랫폼 서비스로의 전이 위험 또한 무시하지 못할 수준이다. 교통안전공단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범죄 경력이 통보된 택시기사 562명 중 성폭력처벌법·아동청소년보호법을 위반한 유형은 각각 228명, 49명으로 전체의 49.3%가 성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6월 말 심부름 앱 도우미로 간 남성 서모(43) 씨가 여성 고객 A씨를 성폭행하려 한 사건이 벌어졌다. 서 씨는 동종범죄로 15년을 복역하고 전자발찌까지 찬 것으로 전해졌음에도, 아무런 제한없이 심부름 앱을 통해 일을 할 수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 사진 / SBS 유투브 캡처

이 때문에 직접 자택에 방문하거나 혹은 차량과 같은 공간에서 고객과 면대면으로 만나는 업종 노동자는 성범죄 경력 조회를 해 사전에 범행을 차단해야할 필요성이 보인다. 특히 여성 1인 가구 수가 늘어나는 추세인 만큼, 이에 대한 치안 대비도 필요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기준 여성 1인가구는 291만4000명, 가구주가 미혼 여성인 가구는 148만7000가구로 과거 2000년과 비교해 각각 2.2배, 2.6배 가량 증가했다.

플랫폼 앱을 이용하는 추세도 증가세다. 대표적인 플랫폼 앱 중 하나인 배달앱 ‘배달의 민족’은 지난 4월 기준 누적 다운로드 수가 4200만건, 이용자 수 930만 명으로 집계됐다. 이용이 쉽고 여성 1인가구가 많아지는 특성상, 청소년과 여성의 플랫폼앱 이용은 앞으로도 상승세일 전망이다. 

현행 성범죄자 취업제한 제도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아동·청소년 및 여성에게 성범죄를 저지른 성범죄자에 대해 유치원·학교·의료기관·경비업·가정방문 학습교사 사업장 등 관련 기관에서의 취업을 금하고 있다. 반면 실제 고객과 면대면으로 만나는 플랫폼 서비스 업종은 여기서 제외돼, 해당 법의 성범죄 방지 취지에 구멍이 뚫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형의 실효 등에 관한 법률’은 장교·공무원 임용이나 아동·청소년 성보호법과 같은 법에서의 규정을 제외하곤, 노동자에 대한 범죄경력조회를 요구할 수 없다. 더욱이 플랫폼 서비스앱은 직접 고용 형태가 아닌 개인사업자 신분의 중개 형태로 이뤄지는 특수 고용 형태다. 이 때문에 정식으로 성범죄 경력을 조회해 사전에 범죄를 차단하거나, 관련 범죄 발생 시 책임소재를 묻기란 사실상 어려운 상태다. 

20일 여성가족부로부터 받은 ‘2018년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성범죄 경력 일제점검 결과’에 따르면, 지난 한 해간 성범죄자 취업이 제한된 교육기관 등 아동·청소년 관련기관에서 일하다 적발된 사람이 163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 / 여성가족부 제공

20일 여성가족부에 요청해 전달받은 ‘2018년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성범죄 경력 일제점검 결과’ 자료에 따르면, 전체 점검기관 50만3591곳, 점검인원 250만3777명 중 161곳, 163명이 적발돼 운영자 변경, 기관폐쇄 및 종사자 해임조치가 이뤄졌다. 이 중 개인과외·가정방문 학습지 등 사교육시설에서의 적발인원은 53명으로 가장 많아, 자택 방문 형태의 업종 형태가 성범죄에 노출돼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에 대한 법 적용 확대 검토는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에만 한정되고 있어 관심이 필요해 보인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관계자는 20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고객과 면대면 하는 업종의 성범죄자 취업제한을 확대 적용하는 관련 개정안은 아동청소년성보호법 제정 이래 없는 상태”라며 “최근에 추가된 대상도 어린이 급식관리센터, 국제학교, 청소년 지원센터일 뿐, 해당 주제로 확대 적용하는 것에 대해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지진 않고 있다”고 답했다.

헌법이 보장하는 ‘직업 선택의 자유’는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가치이나, 공공성의 가치와 부딪칠 때 법률에 따라 일부 제한된다. 성범죄자 취업제한 제도도 이것의 일환이나 실제 현장에서는 법이 적용하는 범위 바깥에서 성범죄가 벌어지고 있다. 이에 대한 법적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SW

 

hjy@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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