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빙그레, 제때에 일감몰아 대주주 곳간 채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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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빙그레, 제때에 일감몰아 대주주 곳간 채워
  • 조규희 기자
  • 승인 2019.09.25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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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현직 제때 대표 모두 빙그레 출신…적자에도 배당‧최근 배당률 급증
빙그레가 김호연 회장 세 자녀의 회사인 제때에 일감을 몰아준 뒤 배당을 통한 사익편취를 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사진 / 시사주간


[시사주간=조규희 기자] 주식회사 제때가 2007년 이후 주식과 현금으로 50억원을 배당했다. 제때는 빙그레 김호연 회장의 세 자녀가 100% 지분을 가진 회사로 빙그레와 거래를 기반으로 성장했다. 그 결과 2012년 5.2억에 불과했던 자본금이 2019년 현재 4.3배인 22억2582만원까지 늘었고, 세 자녀는 각각 11억원씩의 현금을 챙겼다.

2018년 기준 1745억의 매출을 기록한 제때의 성장 자양분은 빙그레로 부터의 매출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빙그레의 일감 몰아주기로 제때가 성장했고, 그 과정에서 사주 일가가 사익을 편취했다는 지적. 나아가 향후 빙그레의 경영권 승계 시 제때가 기반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힘을 얻고 있다.

이에 대해 빙그레는 강력히 부인했다. 빙그레 관계자는 “빙그레 사업 특성상 특수 냉동 물류 시스템을 갖춘 물류회사와 거래가 반드시 필요하다. 국내 여러 물류 회사 중 제때가 당사에 필요한 시설과 장비를 갖춘 회사이기 때문에 거래를 하고 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서 “최근 제때와 거래 비중을 지속적으로 줄여가는 중”이라며 “그럼에도 거래액이 늘어난 이유는 최저 임금 상승과 유가 상승 등 물류비용 증가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제때의 배당에 대한 질문에는 “제때의 배당 관련 사항은 제때의 경영활동으로 빙그레가 답할 내용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제때 경영 독립성 있었을까?…제때 대표는 모두 빙그레 출신

빙그레가 소유한 제때의 지분은 없다. 오히려 제때가 빙그레 지분 1.99%를 확보하고 있다. 제때는 빙그레 계열사지만 종속회사는 아니다. 대주주 소유일 뿐 빙그레가 관여하지 않는다는 담당자의 답변이 한편으론 수긍이 간다. 그러나 몇 가지 상황을 볼 때 빙그레가 제때에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이 훨씬 높아 보인다.

제때의 매출 중 빙그레와 거래로 발생되는 매출 비중은 상당히 높은 편이다. 제때는 빙그레와 제품을 공장에서 각 대리점까지 수배송하는 업무를 대행하는 도급계약을 맺고 있다. 본 계약의 대가로 제때는 빙그레로 부터 물류대행수수료를 받는다.

제때가 빙그레에서 거둔 매출은 ▲2014년 345억 ▲2015년 410억 ▲2016년 456억 ▲2017년 474억 ▲2018년 516억이다. 같은 기간 제때 전체 매출은 ▲2014년 750억 ▲2015년 860억 ▲2016년 1020억 ▲2017년 1283억 ▲2018년 1745억이었다.

동기 비중은 46%에서 29.5%까지 큰 폭으로 감소했지만 이는 제때의 거래처가 늘었기 때문이지 빙그레와 거래가 줄었다는 의미는 아니다. 빙그레로 부터의 매출은 5년 간 50% 가깝게 성장했다. 

또 다른 주목할 사실은 제때의 대표가 모두 빙그레 출신으로 채워졌다는 점이다. 제때는 정보처리시스템 판매사였던 키스크와 선일물류가 2000년 12월 흡수합병하면서 출범했다. 이후 케이엔엘물류로 사명을 변경하고 현재의 진용을 갖췄다.

제때 대표이사는 모두 빙그레 출신으로 채워져 있다. 사진 / 시사주간 정리

케이엔엘물류 이후 대표를 거친 사람은 현 대표인 김광수 대표를 포함해 총 5명이다. 2000년부터 2003년까지 권오명, 전청식, 김기성 대표가, 2004년부터 2015년까지는 오교성 대표가, 2015년부터 현재까지는 김광수 대표가 각각 제때를 이끌어 왔다.

주목할 사실은 이들 모두 빙그레 출신이라는 점이다. 권오명 전 대표이사는 빙그레 출신으로 제때를 거쳐 다시 빙그레로 돌아가 기획이사와 공장장을 지냈다. 전청식 전 대표이사 역시 빙그레 도농 공장장을 역임했고, 김기성 대표도 빙그레 공장장 출신이다. 오교성 대표 역시 빙그레 출신이며, 현재 삼우F&G 냉장부문 사장을 맡고 있다.

현 대표인 김광수 대표 역시 빙그레에서 인재개발센터장(상무보)를 지낸 후 제때 대표로 합류했다. 즉, 최종 결정권자인 대표가 빙그레 출신으로 채워졌다는 사실 만으로도 빙그레의 영향이 전혀 없었다는 주장은 설득력을 잃는다.

◇주총 통한 결의 결국 셀프 배당…적자에도 배당, 기준은?

제때는 34억5000만원의 순이익을 기록한 2018년 현금과 주식을 합쳐 9억7000만원을 배당했다. 45억2000만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한 2016년엔 6억원에 채 안 되는 배당을 했다. 2014년엔 1억2000만원 적자가 났음에도 3억원을 배당했다. 

제때는 최근 13년간 실적과 무관하게 꾸준히 배당을 늘려 왔다. 사진 / 제때 감사보고서 발췌, 시사주간 정리


잉여금이 넘쳐난다고는 하지만 배당의 기준을 찾을 수 없다. 확인되는 확실한 사실은 해가 거듭될수록 배당액이 늘어난다는 점뿐이다. 특히 2012년 이후 현금 외 주식으로도 배당을 시작했다. 그 결과 7년만에 회사의 자본금은 5억2000만원에서 22억2500만원으로 급증했다. 

감사보고서에서는 배당 근거로 ‘주총 및 이사회 결의’를 들었다. 제때의 지분 구조는 단순하다. 김호연 빙그레 회장의 세 자녀인 김동환(33.4%) 김정화(33.3%) 김동만(33.3%)이 제때의 주인이다. 즉, 주총이라고 해 봐야 이 세 명의 의사결정이 전부인 셈이다. 주주 3인은 회사 성과와 무관하게 스스로 자신에게 배당했다. 

이사회 결의 역시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대체로 회사 대표가 이사회 의장을 맡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제때 이사회 의장 역시 대표일텐데, 빙그레 출신 대표가 사주 일가인 주주에 반할 명분은 없어 보인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공정거래위원장 시절 “일감 몰아주기를 비롯한 부당한 부의 축적과 편법적 경영승계 등 잘못된 관행을 엄정하게 근절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부당한 부의 축적이 사회적 지탄을 받는 분위기에서 제때의 배당 관행은 사회적으로도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일각에선 빙그레가 가업승계에 속도를 내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김 회장의 장남인 김동환씨가 최대주주인 제때에 일감몰아주기를 하는 게 결실을 맺고 있다”며 “김씨는 현금과 주식배당을 받아 제때의 규모를 키우고 있으며, 이후 김구재단 등 우호지분을 기반으로 빙그레 경영권 최상단에 접근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빙그레는 제때의 배당에 대한 답변을 거절했으나 ▲제때가 빙그레 대주주 일가의 개인 회사인 점 ▲빙그레 출신이 대표를 맡아 온 관행 ▲빙그레와의 높은 매출 비중 등을 고려하면 빙그레나 김호연 회장이 배당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말을 바로 믿기는 힘들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제때의 규모를 키우는 일이 편법승계를 위한 포석일 수도 있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한편, 최근 국민연금에서 대한항공에 스튜어드십 코드를 실행해 고 조양호 회장 재임을 저지하는 등 ▲투자 기업의 주주가치 제고 ▲대주주의 전횡 저지를 위한 주주권 행사가 늘어나고 있음을 고려할 때 7%대 빙그레 지분을 가진 국민연금이 중견기업의 편법승계에 제동을 걸 가능성도 있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SW

ck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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