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데이트 강간 약물, ‘셀프 대책’ 말곤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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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나는 데이트 강간 약물, ‘셀프 대책’ 말곤 없나
  • 현지용 기자
  • 승인 2019.10.14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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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HB, 졸피뎀, 로히프놀 등 항정신성약물, 마약, 수면제 등 약물 성범죄에 이용되는 데이트 강간 약물의 유통이 최근 5년 간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약물 성범죄도 정비례하게 증가하는 양상을 띄고 있다. 사진 / 셔터스톡

[시사주간=현지용 기자] 데이트 강간 약물 유통과 약물 사용 성범죄가 매년 정비례로 늘어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약물 성범죄 안전에 대한 대책 수립이 시급해 보인다. 

데이트 강간 약물이란 특정 약물을 상대에게 몰래 복용시켜 정신을 잃게 만들고 성폭행 등 성범죄를 저지르는 의도로 사용되는 약물을 일컫는다. 강남 버닝썬 클럽으로 파문을 일으킨 버닝썬 게이트, 고유정 전 남편 살해 사건 등으로 이 같은 약물이 대중에 크게 알려지기도 했다.

데이트 강간 약물에는 GHB, 졸피뎀, 벤조디아제핀, 로히프놀 등 항정신성약물, 마약 또는 수면제 등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데이트 강간은 약물이 무미·무취한 특성을 가져 상대의 음료, 술에 몰래 타고 심신미약 상태로 만들어 저항을 못하게 만들면 성범죄 등 범죄를 가하는 것이 주요 수법이다. 로히프놀(Rohypnol)은 미국에서 데이트 강간 약물 범죄로 악명을 떨치자, 아예 ‘루피(Roofie)’라는 속어로 부르기까지 하는 상황이다. 

특히 무미무취에 복용 후 24시간 이후 소변검사 등을 하지 않으면 약물 증거가 몸 밖으로 배출되는 특성을 갖고 있다. 또 일시적 기억상실 현상, 뇌 조직 손상, 심혈관계 타격으로 인한 호흡곤란 등 부작용도 있어, 단순 심신미약 상태가 아닌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이 때문에 현행법도 약물 사용 자체를 상해죄로 보고, 약물을 이용한 성폭행은 강간치상죄로 무기징역까지 처하게 하고 있다. 

사진 / 강창일 의원실

강창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제출받은 ‘의약품·마약류 온라인 판매광고 적발 현황’ 자료에 따르면, GHB의 경우 2015년 516건이던 적발건수는 지난해 85건까지 줄었으나 올해 6월 기준 2508건으로 급격하게 치솟았다. 항정신성의약품도 2015년 1709건에서 감소세를 보였으나 올해 6179건으로 급증했다. 

관세청의 GHB 밀수 적발 현황도 식약처 적발 현황과 유사한 모습을 보였다. 세관별 GHB 밀수 적발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4년 25g이 국제우편으로 밀수되려한 규모는 지난해 특송화물 1062g, 국제우편 361g, 올해 8월 기준 특송화물 747g, 국제우편 374g이 밀수하려다 적발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5년 간 가장 많이 적발된 데이트 강간 약물은 Z-drug(미국 OTC Drug 제도에서 처방전 없이 일반 대중이 살 수 있는 일반 의약품 중 수면질환 약물)에 속하는 졸피뎀으로 383건이 검출됐다. 특히 졸피뎀은 국내에서만 약 1102만 건, 1억3805만 정이 처방될 정도로 규모가 크다. 그 뒤를 벤조디아제핀류에 속하는 △디아제팜 173건, △로라제팜 139건, △알프라졸람 107건 등이 뒤를 이었다. 

데이트 강간 약물의 적발 건수와 규모 증가세는 약물을 사용한 성범죄 건수 증가세와 정비례한 모습이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약물사용 성범죄 관련 감정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4년 534건이던 감정은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다 지난해 1434건을 기록했다. 최근 5년간 총 감정 건수만 보면 5058건에 달하는 수준이다. 반면 약물 검출 비율은 전체의 25%에 불과했다. 

데이트 강간 약물 구매는 검색 사이트, SNS를 통해 판매책과 쉽게 연결이 가능하고, 수사 당국의 감시를 피하기 쉽다는 특징이 있다. 사진은 14일 구글 등 SNS를 통해 검색된 데이트 강간 약물 판매 광고 사진의 일부. 사진 / 트위터

데이트 강간 약물 유통과 약물 성범죄가 이처럼 정비례하게 늘어나는 양상에는 SNS를 통한 약물 판매가 용이하다는 특징이 있다. 올해 3월에만 GHB 4L분을 매수해 인터넷 SNS로 구매자를 모집한 일당이 경북지방경찰청 마약수사대에 검거되는 등, 데이트 강간 약물 판매는 SNS에서 활발하게 이뤄지는 양상을 띄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관련법도 제기되고 있다.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은 지난 6월 마약류 관리법 개정안에서 관련 약물 제조 시 색소를 혼입시켜 육안으로 약물 투약 확인이 가능하게끔 했다. 김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4월 성폭력범죄 처벌 특례법 개정안에서 약물 성범죄를 특수강간으로 규정하게 했다. 하지만 데이트 강간 약물 자체의 위험성 및 특성을 반영하지 못하는 등 실효성 측면에서 의문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당장 할 수 있는 방비는 데이트 강간 약물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모르는 타인이 권하는 음료, 술은 복용하지 않는 등 자체 대응법을 숙지하는 것 외에는 마땅치 않아 보인다. 하지만 이마저도 타인이 자신의 음료 또는 술에 몰래 약물을 달 때는 사실상 대응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외 민간에 데이트 강간 약물 검사 도구를 상용화하는 것이 대안책으로 제시되고 있으나, 약물 성분마다 반응 물질이 다르다는 단점이 있어 실용성 문제를 안고 있다. 늘어나는 데이트 강간 약물 범죄와 달리, 이에 대한 안전은 사실상 스스로 지켜야 한다는 상황이다. 이에 대한 안전 대책 수립이 시급한 것으로 보인다. SW

 

hjy@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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