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류칼럼] 도둑질에도 ‘도(道)’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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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류칼럼] 도둑질에도 ‘도(道)’가 있다
  • 주장환 논설위원
  • 승인 2019.10.15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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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  시사주간


[시사주간=주장환 논설위원] <장자>를 보면 사람의 간을 회 쳐서 먹는 최강 악질 도척(盜蹠)이 졸개와 구라를 까는 장면이 나온다.

졸개가 도둑질에도 ()’가 있나요?”고 하고 묻자 도척이 썰면 두 근은 나올 입술을 내밀며 답했다. “도로공사만 도를 닦겠느냐. 골목길도 도다. 세상 만사에 다 도가 있는 법이다. 도둑질 하려는 방에 무슨 물건이 있는지 아는 것이 성()이다. 도둑질하러 들어갈 때 맨 앞에 서는 것이 용()이다. 나올 때는 맨 뒤에 있는 것이 의(), 될지 안될지를 아는 것이 지(). 그리고 분배를 공평하게 하는 게 인()이다. 이 다섯가지를 갖추지 않고 큰 도둑이 된 자는 한 놈도 없다.”

발칙 하지만 유쾌, 상쾌, 통쾌한 발설이다. 도척이 이런 걸 졸개들에게 훈시한 것은 유체이탈 화법이긴 하지만, 자신도 이런 것을 지켰기 때문에 최강 도둑이 될 수 있었다는 우회화법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것은 구린 궤변에 불과하다. 요즘 이런 궤변론자들이 조국 법무 사태 이후 우후죽순처럼 민낯을 드러내고 있지만 자신의 파렴치한 행동을 정당화하는 허무맹랑한 주장에 불과한 것이다. 낯 부끄러운 일을 하면 그 어떤 덕목으로 치장하더라도 부끄러운 일일 뿐이다. 도척이 이렇게 강변한 것은 무지하기 때문이다. 무지하면 부끄러움을 모르고 제 잘 난 줄만 알고 까불어댄다. 공중에 누각을 짓고 도사연(道士然)한다. 이런 사람은 밖에는 훤한 불을 켜 놓고 자신의 내부는 깜깜이다.

맹자는 측은(惻隱), 수오(羞惡), 사양(辭讓), 시비(是非)의 마음이 4(四端)이라고 했다.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 없는 것은 사람이 아니고, 부끄러운 마음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며, 사양하는 마음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며, 옳고 그름을 아는 마음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라는 말이다. 여기서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은 옳음의 극치다. 또 옳고 그름을 아는 마음은 지혜의 극치다.

사람에게 부끄러움을 비춰주는 과거의 거울은 현재의 잘못을 고쳐주고 올바른 미래의 길을 열어주는 소리굽쇠다. 목적을 이루기 위해 거짓말을 하고 심지어 조작까지하다가 드러나면 상대에게 덮어씌우기까지 하는 몰염치는 스스로를 파멸로 이끈다. 자신의 양심과 명예를 돈이나 권력과 바꾼 파우스트적 거래가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는 인류의 역사가 증명해 주고 있지 않은가. 아 참요즘은 덕질로 시작한 자 덕질로 망한다고 한다지?. SW

jj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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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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