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류칼럼] ‘폭망’으로 끝난 그런 길
상태바
[시류칼럼] ‘폭망’으로 끝난 그런 길
  • 주장환 논설위원
  • 승인 2019.10.25 08:25
  • 댓글 0
  • 트위터 435,486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진 / 기반사진 pixabay


[시사주간=주장환 논설위원]자네 그 길을 아는가?”

길이란 알기 어려운 것이 아닐세. 저 강 언덕에 있는 것을

이 강은 바로 저와 우리와의 경계로서 언덕이 아니면 곧 물이지. 무릇 세상 사람의 윤리와 만물의 법칙은 마치 이 물이 언덕과 서로 만나는 중간과 같은 것이네. 길이란 다른 데서 찾을게 아니라. 그 사이에 있다네.” <도강록-연암 박지원>

 

사람들의 꿈은 종잡을 수 없다. 언젠가는 바람이 되어 통영이나 제주의 바람이 되고 싶다고 하다가 또 언젠가는 어느 변방에 떠돌다 떠돌다 어느 나무 그늘에 고요히 고요히 잠들고싶다고 한다. 아무튼 종잡을 수 없는데다 하늘이나 땅에도 매이지 않는 구름처럼 변화무쌍한 게 마음이란 놈이어서 이런 저런 말을 하더라도 그리 문제 될 것은 없어 보인다. 사실 사람의 마음이 한 가지에 갇혀 있으면 답답해서 경계의 미망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이는 엄청난 스트레스다. 무간지옥(無間地獄)이다. 말 그대로 쉴 사이가 없다. ‘못이 다 마르며, 나무가 다 이울며, 두 해 돋다가 세 해 돋으면 강이 다 마르(월인석보 권제1, 48)’는 형상이다.

 

이렇게 마음의 길을 찾기가 어렵다. 강도 언덕도 아닌 그 사이에 길이 있다는 연암의 사유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 사람이 새 길을 찾으려면 허허벌판처럼 비워야 한다. 그렇지 못한 사람은 죽어서도 찾지 못한다. 누군가는 알 것 같으면서도 알 수 없는, 잡았다 생각하면 홀연 날아가 버리는 나비와 같다고 했다. 장자의 사유와는 또 다른 무극대도(無極大道) 경지다.

 

우리는 불현듯 손아귀에서 빠져나가는 모래알의 세계를 꿈꾸거나 비전없는 천국을 현실로 가져와 희망의 쉴드로 삼으려 해서는 안 된다. 길은 그 길을 걷는 사람이 많으면 신작로가 된다. 그러니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새로운 길을 만들려면 그 길을 걷는 사람이 많고 서로의 뜻이 맍아야 한다. 아무도 가지 않으려 하는 길을 고집하면 그 길은 결국 닫히고 마는 법이다. 그런데 이 정부가 가려하는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새로운 길은 사실 상당수의 나라들이 이미 가보려 했으나 폭망으로 끝난 그런 길이다. [시사주간=주장환 논설위원]

jjh@economicpost.co.kr 

Tag
#칼럼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