솜방망이 처벌이 부른 아동 성착취 영상 대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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솜방망이 처벌이 부른 아동 성착취 영상 대국
  • 현지용 기자
  • 승인 2019.10.25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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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 성착취 영상 처벌 美 30년, 韓 1년 6개월...아동 지키지 못하는 아청법
경찰청 사이버안전국은 지난 16일 미국 국토안보수사국(HSI)·국세청(IRS)·연방검찰청, 영국 국가범죄청(NCA) 등 해외 31개국과 공조 수사해 약 8테라바이트, 25만 건의 아동 성착취 영상을 유통한 웹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를 폐쇄하고 운영자·이용자를 검거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미국이 최대 징역 30년을 부과할 수 있는 반면, 한국인 운영자와 한국인 이용자 223명이 검거됐음에도 처벌은 최대 1년 6개월이 부과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폐쇄된 해당 사이트의 메인 모습. 사진 / 경찰청

[시사주간=현지용 기자] 다크웹 최대 규모의 아동 성착취 영상 사이트 운영자와 이용자 대다수가 한국인인 것으로 밝혀짐에도 솜방망이 처벌이 내려져 비판 여론이 들끓고 있다. 

지난 16일 경찰청 사이버안전국은 최근 2년 간 해외 31개국과 공조 수사해 다크웹(오버레이 네트워크 내 별도 웹 컨텐츠)에서 약 8테라바이트 규모의 아동 성착취 영상 25만 건을 유통시킨 웹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를 폐쇄했다고 밝혔다. 해당 영상들에는 생후 6개월 아기부터 10살 이하 어린이까지 성착취를 당하는 장면들이 담겨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수사에는 한국 경찰청, 미국 국토안보수사국(HSI)·국세청(IRS)·연방검찰청, 영국 국가범죄청(NCA) 등이 투입됐다. 경찰은 지난 2년 8개월 간 유료회원 4000여명이 4억여 원의 가상통화로 아동 성착취 영상을 판매한 한국인 운영자 손 모 씨(남·23)를 검거·구속했다. 

경찰청은 해당 웹사이트를 이용한 이용자 수가 32개국 310명이라 밝혔다. 이 가운데 한국인 이용자가 223명으로 전체 72%를 차지했다. 이용자 대다수는 20대 미혼 대학생 또는 직장인이었으며, 고등학교 기간제 임시교사, 공중보건의, 계약직 공무원 및 성범죄자 등 다양했다. 

충남에 거주하던 손 씨는 지난해 2월 28일 미국 워싱턴 D.C 연방법원으로부터 구속영장을 발부 받아 2개월 후 구속 송치됐다. 하지만 손 씨는 이미 2015년부터 이 같은 범죄 사이트를 운영하고 수억원을 챙겼음에도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 받아 올해 11월 형기를 종료 받게 됐다.

심지어 미국 연방검찰이 지난 16일(현지시간) 해당 사이트 폐쇄 및 검거 사실을 발표하며 운영자 손 씨를 비롯한 이용자의 실명 및 신상정보를 공개했음에도, 국내에서는 재판 결과 아동·청소년 성범죄가 아니라 판단해 이들에 대한 실명조차 거론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용자 일부는 280여 차례나 해당 영상을 업로드함에도 취업제한 명령조차 받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적발된 한 영국인 이용자는 아동 성폭행·영상 공유 혐의로 징역 22년을 받았다. 해당 영상을 다운로드하고 1회 시청한 다른 이용자도 70개월의 보호관찰 및 징역 10년을 받기도 했다, 다른 미국인 이용자 두 명은 입수·소지죄로 징역 5년을 받아, 한국의 처벌과 매우 대조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를 보다 못한 시민들은 아동 성착취 영상을 운영하고 이용한 한국인들에 대해 강력히 처벌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지난 21일 손 씨와 해당 사이트 이용자를 엄벌하라고 요구한 청와대 국민청원은 청원 시작 수일 만에 청원 응답 조건인 20만 명을 훌쩍 넘긴 24만4464명을 기록하기도 했다. 

국내법으로 처벌이 어렵다는 조건에 미국 사법당국이 손 씨를 자국 법에 따라 처벌할 것이란 가능성이 모아지고 있다. 미국 법무부는 지난 해 5월 손 씨를 대상으로 한 기소장을 공개하며 아동음란물 홍보, 배포 및 공모, 돈세탁 등 9건의 혐의를 적용했다. 미국 법무부는 지난 16일 브리핑에서 “끔찍한 범죄 가해자를 법정에 세우기 위해 한국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의 범죄인 송환 요구로 인해 한국이 아동 성범죄에 대한 미온적인 처벌 시스템은 국제적으로 부각됐다. 같은 죄를 저지르고도 미국에서는 최대 징역 30년 형, 한국에서는 1년 6개월 수준의 형량을 부과한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동시에 아동 성범죄에 대한 국민 인식 또한 극명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상황도 조명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아동 성범죄자는 극형을 받을 정도로 취급되며, 교도소 내에서도 타 재소자들로부터 주요 살해 대상이 돼 격리 조치를 받는 것이 일반적이다. 반면 한국의 경우 조두순 사건으로 국민적 공분이 일어났음에도 위와 같은 판결을 내리고 있어 아동을 지키지 못하는 아청법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SW

 

hjy@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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