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검찰개혁법안 부의 연기, 결단 미룬 국회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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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검찰개혁법안 부의 연기, 결단 미룬 국회의장
  • 황채원 기자
  • 승인 2019.10.29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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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희상 국회의장이 29일 검찰개혁법안 부의를 12월 3일에 하겠다고 밝혔다. 사진 / 국회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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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주간=황채원 기자] 문희상 국회의장이 패스트트랙 법안으로 지정된 검찰개혁법안을 12월 3일에 부의(법안을 본회의로 넘기는 것)시키겠다고 밝혔다. 당초 29일에 부의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지만 자유한국당의 반발과 국회법 해석상의 한계 등을 이유로 부의를 미룬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한민수 국회 대변인은 29일 오전 브리핑에서 "사법개혁특별위원회에서 법제사법위원회로 이관된 사법개혁 4개 법안의 본회의 부의에 대해 다양한 법리 해석이 가능해 이를 놓고 국회 내외 전문가들로부터 자문을 구했고 그 결과를 토대로 결론이 내려졌다"고 밝혔다.
 
이번에 부의가 예정된 검찰개혁법안은 여야가 첨예하게 맞서고 있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안과 검경수사권 조정을 위한 형사소송법 개정안, 검찰청법 개정안 등이다. 이 법안은 지난 4월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의 공조로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됐고 한국당은 이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문희상 의장은 당초 법안의 본회의 부의 내용이 담긴 공문을 법사위에 보내고 본회의 부의 후 상정까지 최장 60일이라는 기간이 주어지기에 이 과정에서 여야 간의 합의를 도출시킬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29일 오전 한국당 소속인 여상규 법사위원장은 "국회법 제85조의 2에 따라 체계·자구 심사를 계속 진행하고 있다"면서 "본회의 부의 공문을 수리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85조 2항은 해석을 놓고 민주당과 한국당이 맞선 지점이기도 하다. 민주당은 법안의 소관 상임위가 법사위이기에 상임위 심사기간인 180일이 지나면 90일간의 체계·자구 심사를 할 필요가 없으며 따라서 법안이 지정된 지 180일째인 10월 29일에 본회의 부의와 더불어 국회의장의 결단에 따라 상정 및 표결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한국당은 사법제도개혁 특위는 별도의 상임위이며,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가 필요하기에 내년 1월 29일이 자동부의 시점이라고 맞섰다.
 
문 의장 측은 "이번 법안은 사개특위 활동 기한이 종료되어 법사위로 이관된 만큼 법사위 고유법안이며 법사위 고유법은 체계·자구 심사를 별도로 거치지 않는 게 국회의 관행이기는 하지만 패스트트랙에 지정된 사법개혁 법안에 대해서는 상임위 심사기간 180일에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 90일에 포함되어야한다"고 밝혔다.
 
문 의장 측의 말대로라면 상임위 심사기간인 180일을 넘겼지만 법사위로 넘어온 시점이 9월 2일이기에 체계·자구 심사기간이 57일밖에 되지 않으며 따라서 법사위 이관 시점으로부터 90일이 경과한 12월 3일에 법안을 부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회법 해석과 함께 문 의장의 입장에서는 당장에 부의와 상정을 거치기보다는 여야가 합의에 이르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 문 의장은 "12월 3일 부의 이후에는 신속히 처리할 생각도 분명하게 밝힌다"면서 이날 부의와 함께 상정, 표결까지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일각에서는 역시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선거법 개정안이 11월 27일에 부의되기 때문에 이 법안과 같이 '일괄 처리'할 것이라는 예상도 하고 있다. 국회의장의 입장에서는 여야의 합의가 우선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현재 한국당의 반발을 생각해보면 시간을 더 준다고 해서 합의를 이룰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  이번 문 의장의 결정에 대해 "결국 자유한국당의 주장에 굴복한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된 이유가 그것이다. 
 
게다가 부의가 미뤄진 법안이 공수처 설치, 검경 수사권 조정 등 민감한 사항들이 들어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국회법을 핑계로 국회의장이 결단을 미룬 것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피할 수가 없어 보인다. 물론 문 의장은 12월 3일 '신속 처리'를 약속한다고 했지만 정치 상황에 따라 언제든 바뀔 가능성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은 누구나 예측이 가능할 것이다.
 
사실상 개혁 법안은 올 연말에 결론이 나게 됐다. 4월부터 시작해 근 여덟 달을 떠돌아다녔던 개혁 법안들이 올해 안에 정착을 하게 될 지, 공은 다시 여야로 돌아갔다. 그리고 국민들은 또다시 한 달이 넘는 시간을 기다리게 됐다. '지겨워진' 정쟁을 보면서 말이다. SW
 
hcw@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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