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벌거벗은 임금님', '예의없는 풍자'의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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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 '벌거벗은 임금님', '예의없는 풍자'의 문제
  • 임동현 기자
  • 승인 2019.10.29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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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이 공개한 '벌거벗은 임금님' 패러디 영상. 사진 /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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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주간=임동현 기자] 자유한국당이 28일 공개한 '벌거벗은 임금님' 패러디 영상이 정치권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표현의 자유'를 말하고 있지만 '풍자'가 어디까지 허락되어야한다는 점을 놓고 여러 의견들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자유한국당이 공개한 '벌거벗은 임금님' 영상은 문재인 대통령을 안델센의 동화 '벌거벗은 임금님'에 빗댄 애니메이션이다. 신하들은 '안보자켓', '경제바지', '인사 넥타이'라며 대통령을 속이고 대통령은 조금씩 벌거숭이가 되어간다.

문 대통령은 북에서 폭탄이 떨어지자 "나의 즉위를 축하하는 축포를 터뜨리고 있구나"라고 말하고 힘들어서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을 보더니 "갑작스런 경제 부흥에 놀라 기쁨의 눈물을 흘리고 있구나!"라고 말한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수갑을 찬 모습으로 나타나자 문 대통령은 "안 그래도 멋진 조 장관이 은팔찌를 차니 더 멋지구나"라고 말한다.

즉위식이 열리고 벌거벗은 문 대통령이 등장하자 사람들은 "안보, 경제, 외교, 인사, 다 망치더니 결국 스스로 옷을 벗었구만"이라고 놀리고 비웃는다. 어린이들마저 "우리집 소가 더 일 잘한다"고 비웃고 뒤늦게 자신의 행동을 깨달은 문 대통령은 자리에서 쓰러지고 혼이 나가는 모습이 보여진다. 동화를 들려주는 할아버지는 "이것이 바로 끊이지 않는 재앙, 문재앙"이라고 말하고 동화를 듣는 아이들도 "바보"라고 비웃는다.

앞서 2004,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은 노무현 당시 대통령을 비방한 연극 '환생경제'를 내놓은 바 있다. 이 연극의 주인공인 '노가리'는 술에 늘 취해 있는 무능한 인물이며 등장인물들은 그에게 'XX' 등 다양한 욕설을 퍼붓는다.

반면 노가리의 아내 '박근애'는 남편과 가족을 위해 헌신적인 여성으로 묘사되며 마지막에는 박근애로 인해 염라대왕이 죽었던 아들 '경제'를 살리고 대신 노가리를 저승으로 데려가지만 그 집행을 3(노무현 전 대통령의 남은 임기) 유예하겠다고 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 노무현 전 대통령을 원색적으로 욕하면서 한나라당이 집권을 해야 경제가 산다는 것을 직접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이 '환생경제'를 쓰고 연출한 이대영 작가의 희곡집은 참여정부 시절인 2006,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우수문학도서'에 선정됐고 기금까지 받았다.

'환생경제''벌거벗은 임금님' 영상에 대해 당시 한나라당, 그리고 지금의 자유한국당은 모두 '부분을 보지 말고 전체를 보라'고 말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연극은 연극일 뿐이며 대사 몇 개를 빌미로 연극 전체를 문제삼는 것은 올바른 문화적 자세가 아니다"라고 했고 자유한국당은 "야당과 국민의 진심에는 눈을 닫고 보고 싶은 것만 향하는 '돼지의 눈'을 버리라. 기본적이고 상식적인 선의 쓴소리에도 비난하며 표현의 자유에 재가갈을 물리려하느냐"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현 자유한국당이 집권을 하던 때에는 이와 반대된 일들이 벌어졌다. 2014년 홍성담 작가의 작품 <세월오월>이 광주비엔날레에 출품됐다가 전시가 번복된 적이 있었는데 이 작품은 박근혜 당시 대통령을 허수아비, 닭으로 묘사했고 비엔날레 출품이 번복된 것에 대해 '외압이 있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박근혜 대통령이 파면되기 직전이었던 2017년에는 '더러운 잠' 논란이 불었다. 이구영 작가의 그림 '더러운 잠'은 에두아르 마네의 '올랭피아'를 패러디한 것으로 세월호가 침몰되는 것도 모르고 나체로 잠을 자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과 옆에 꽃을 들고 있는 최순실의 모습을 그린 풍자화인데 이 작품이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전시회에서 공개된 것이다.

이 작품은 보수진영으로부터 '대통령에 대한 모독'이라는 비난은 물론 '여성혐오'라는 비난도 받았고 보수단체 회원들이 그림을 훼손하려는 시도가 있었으며 당시 전시를 주최했던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당직 정지 6개월 징계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 보수진영의 '대통령 모독' 주장은 박 대통령 탄핵 열풍과 '예술계 블랙리스트'로 대표되는 표현의 자유 억압 문제와 엇갈리며 제대로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외국의 경우 우리 눈에 '심하다'고 생각할 지도자 풍자 그림들이 많이 보인다. 앞서 이구영 화가가 패러디한 '올랭피아'는 이전에도 여러 국가에서 지도자들을 풍자할 때 흔히 쓰던 그림이었고 마르켈 독일 총리를 뚱뚱한 공주로 묘사한 인형이 퍼레이드에 등장하거나 트럼프 대통령을 괴상망측하게 그리는 등 지도자를 놀리는 그림과 퍼포먼스가 선을 보이기도 한다.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외국에서는 정치인을 '공공재'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고 그렇기에 정치인들도 이들의 풍자를 제지하지 않는 것"이라고 전했지만 무턱대고 욕이나 비아냥을 하는 모습은 찾기가 어렵다.

한 진보단체 관계자는 표현의 자유에 대해 "권력과의 관계 속에서 어떤 표현은 되고 어떤 표현은 안 된다고 자의적으로 판단을 할 때 표현의 자유 문제가 생긴다. 개중에는 물론 명예훼손으로 책임을 물어야하는 상황도 있고 불법으로 판단되는 부분도 나오지만 이는 법원이 판단하는 문제지 자의적으로 판단해서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자유한국당 영상의 경우 어린이가 대통령을 '바보'라고 조롱하고 '문재앙' 등 대통령을 비하하는 용어를 직접적으로 사용하는 등 상대방을 공격하는 내용으로 일관해 풍자의 도를 넘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또 공당이 해서는 안되는 일이라는 비판 역시 주를 이루고 있다. 유튜브에서 어린이들이 '석열아 석열아 어디를 가느냐'라는 동요를 부른 것에 대해 '어른들의 만행'이라고 비난을 가했던 자유한국당이 이번에는 역으로 '표현의 자유'를 내걸고 아이들이 대통령을 조롱하는 내용의 동영상을 올린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풍자'는 어떤 상황을 직접 말하기보다는 웃음을 섞어가며 적당히 돌려서 말하고 비판을 하지만 상대방에게 모욕을 주는 것이 아니라 당사자도 웃게 하는 것이라는 점을 생각할 때 이번 문제는 '예의없는 풍자'의 문제점을 우리에게 알려줬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 SW

ld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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