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류칼럼] 예(禮)! 예(禮)! 예(禮)!
상태바
[시류칼럼] 예(禮)! 예(禮)! 예(禮)!
  • 주장환 논설위원
  • 승인 2019.10.30 07:59
  • 댓글 0
  • 트위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사주간=주장환 논설위원] 과거 예()는 전쟁터에서조차 반드시는 아니더라도 가능한 지키는 것이었다. 물론 야비한 자들은 오히려 상대의 예를 이용해 비열한 짓을 일쌈기도 했으나 여기서는 논외로 하자. 유학에서 전쟁은 개인적 이익 때문에 벌여서는 안됐으며, 어떤 면에서는 종교적 제의(祭儀)에 가까웠다. 전투를 시작하기 전에 적에게 한 사발의 술을 보내는 것을 미덕으로 삼았다. 전투에서 이겨도 건방을 떨지 않았다. 비록 싸움에 진 적군이라 할지라도 용맹하거나 덕이 있으면 융숭한 대접을 해주었으며 자신과 함께 일 하자고 간곡히 부탁하기도 했다. (물론 아닌 적도 많았지만 그런 사람은 군자나 유자로 대접받지 못했다.) 

초나라와 진나라 사이의 전쟁 때 이야기는 예의 극치를 보여준다. 싸움이 한창일 때 병거(兵車:전차)두 대가 엉켰다. 한 대가 방향을 틀어 뒤로 물러 나려하자 상대가 화살을 쐈다. 그러나 빗나가자 또 한발을 쏘려고 활통에서 활을 꺼내자 상대가 소리쳤다

이번에는 내가 쏠 차례가 아닌가? 그래야 올바른 것이 아니겠는가?”

그러자 활을 쏘려던 궁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활을 내리고 상대가 쏠 화살을 기다렸다

참으로 황당한 이야기지만 당시에는 이기는 것보다 예가 더 중시됐다. 이때 만약 상대의 이야기에 콧방귀를 끼고 화살을 날렸다면 그는 살아났을지 모르나 예를 지키지 않았다고 두고두고 욕을 먹었을 것이다

전쟁에서 예를 지키는 것이 인간의 아름다움에 대한 향신료는 아닐 것이다. 그러나 전쟁터에서도 지켜야할 도덕이 있음을 이 이야기는 보여준다. 이런 정신은 자신이 이기기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라도 마다하지 않는 오늘날 일부 파렴치한 사람들의 행위를 되씹어 보게 한다.

상대에 대한 무차별적 공격과 비난으로 밤낮이 없는 정치판 파렴치한들은 낯짝 두껍기가 철판같다. 국민은 서로 나뉘어져 여기에 편승한다. ‘말인지 코끼리인지 모르는 언어들은 칼춤을 춘다. 해결 불가능해 보일 정도로 극단적이다. 멘탈을 중무장하지 않으면 어느 시궁창 물에 휩쓸려 갈지 모른다. 광화문 집회든 서초동 집회든 대오각성! 집회의 성격을 새로운 예 찾기 운동으로 바꿔 보라. 박수를 받을지 삿대질을 당할지는 모르지만 이렇게 돈키호테 흉내라도 내야 속이 시원할 법하다. SW

jjh@economicpost.co.kr 

Tag
#칼럼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