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부진 '보수대통합', 그들의 '동상이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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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부진 '보수대통합', 그들의 '동상이몽'
  • 임동현 기자
  • 승인 2019.11.15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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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 시사주간     


[
시사주간=임동현 기자] 내년 총선을 앞두고 '보수대통합' 제안이 나오고 있지만 통합을 생각하는 보수 정당들의 속내는 서로 다르다. '동상이몽' 속에서 신경전까지 벌이고 있어 '대통합' 성사가 과연 가능한지에 대한 의문을 갖게 한다.

황교안 대표는 지난 6일 기자간담회에서 "광화문 광장에서 문재인 정권의 독선과 오만을 반드시 심판해달라는 국민들의 절절한 함성을 들었다. 국민의 염원과 명령을 받들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헌법가치를 받드는 모든 분들과 정치적 통합을 본격 추진하겠다"면서 '자유민주세력의 대통합'을 강조했다.

한국당이 통합의 대상으로 거론하고 있는 곳은 바로 '개혁적 중도보수 신당'을 추진 중인 바른미래당 내 '변화와 혁신을 위한 행동(변혁)'이다. 이전부터 보수통합에 대한 희망을 가지고 있었던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은 "신당을 추진하는 변혁의 계획과 의지는 변함이 없다"면서 "보수재건의 원칙을 한국당이 받아들일 진정한 의지가 있다면 대화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다음날인 7, 유승민 의원은 "탄핵의 강을 건너지 않고선 보수가 제대로 통합할 수도, 화합할 수도 없다"면서 "제가 이야기한 '탄핵의 강을 건너자', '개혁보수로 나아가자', '낡은 집을 허물고 새 집을 짓자'는 보수 재건의 세 가지 원칙을 황 대표와 한국당이 가볍게 생각하지 않길 바란다. 세가지 원칙만 확실히 지켜진다면 다른 것은 따지지도 요구하지도 않겠다"고 밝혔다.

특히 '탄핵의 강을 건너자'는 것에 대해 유 의원은 "탄핵은 이제 역사의 평가에 맡기고 더 이상 잘잘못을 따지지 말고 미래로 나아가자는 차원이다. 이 문제를 한국당이 분명히 동의하지 않으면 통합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황 대표와 유 의원이 전화통화를 했고 '박근혜 대통령 탄핵 문제를 의제에서 제외시키기로 합의했다'는 소식이 언론을 통해 전해졌다.

이에 황교안 대표는 "대통합을 위한 마음을 모으는 일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국민 기대를 충족시킬 결과가 나오리라 생각된다"고 말한 반면 유승민 의원은 "전화로 보수 재건을 위한 대화 창구를 만들자고 이야기한 것은 사실이지만 ''탄핵은 빼겠다'는 이야기는 전혀 없었음을 분명히 한다"는 말을 전해 묘한 입장차를 보여줬다.

황 대표가 "대통합 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고 말했지만 이날 전화통화 이후 통합 논의는 지지부진하다. 통합추진단을 구성하려는 한국당과 달리 변혁은 미동조차 하지 않는 모습이다.

변혁에서 활동 중인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12"유승민 의원이 한국당에 국민경선을 제안했다고 하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 반드시 그쪽(한국당)에서 원칙을 지켜야한다고 했는데 아무런 답변도 없는 상태에서 일방적 기사로 논의가 와전되는 것은 전혀 옳은 방향이 아니다. 한국당이 자꾸 본인들 중심의 흡수통일을 해야한다는 것으로 비춰지면 논의가 안 된다"고 밝혔다.

보수대통합이 난항을 겪는 이유는 우선 '탄핵'에 대한 온도차다. 유승민 대표는 '탄핵은 역사에 맡기자'라고 했지만 한국당 내 친박계는 과거 박근혜 대통령에게 등을 돌렸고 탄핵에도 찬성한 유승민 의원과의 통합을 달갑지 않아하는 모습이다.

김진태 의원이 8일 황교안 대표와의 만찬에서 유승민 의원을 '배신의 아이콘'이라고 하며 유 의원과의 통합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고 정우택 의원은 12"유승민계를 영입하는 것이 보수대통합인양 잘못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보수통합의 진정한 의미는 바른미래당 간판을 내렸을 때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며 역시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러자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12"몇몇 강성 친박들이 다음 총선을 탄핵 심판으로 치르자고 하는데 이는 '진박 소동 2'이다. 지난 총선에서 진박 소동으로 180석 될 수 있는 선거를 120석으로 만든 뼈아픈 과거를 아직도 반성 못하고 있다. 21대 총선은 탄핵 심판이 아니라 정권 심판으로 가야한다"며 친박계를 비판했다.

여기에 아예 '탄핵 무효'를 당론으로 내건 우리공화당은 현재의 통합 논의에 대해 '뜬금없다'는 반응을 보이고있다. 홍문종 우리공화당 대표는 지난 7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인터뷰에서 "보수대통합에는 찬성하지만 진짜 보수와 가짜 보수를 골라내야한다. 탄핵을 찬성하는 사람과 반대하는 사람의 화해가 일단 이루어져야하는데 기본적으로 전제들이 있고 우리가 넘어야할 강이 있다. 그냥 약간 뜬금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황교안 대표가 압박감이 굉장히 컸던 것 같은데 누가 조언을 했는지는 모르지만 잘못 조언한 것 같다"고 밝혔다.

또한 각 당들이 '보수'를 표방하지만 서로 추구하는 바가 다르다는 점도 대통합이 어려운 이유다. '개혁보수'를 내걸고 있는 변혁과 '박근혜 석방, 탄핵 무효'를 주장하는 우리공화당, '정통보수'로 가려는 한국당이 충돌하는 요소가 많고 심지어 한국당 내부에서도 탄핵 등 갈등의 소지가 남아있는 부분이 있어 이를 넘어서기가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와 함께 황교안 대표가 변혁, 우리공화당과의 논의 없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고 언론에 말하는 등 통합을 조급하게 이끄는 모습도 대통합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가중시키고 있다. 시간을 두고 논의하는 것이 아니라 급하게 '한국당 위주로' 통합을 추진하려한다면 오히려 황 대표의 리더십에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예측도 가능하다. 보수 성향으로 돌아선 이언주 무소속 의원이 "한국당으로는 안된다"며 신당 창당을 추진하기로 한 점도 변수로 지목된다.

물론 아직 총선이 5개월 정도 남았기에 변화의 가능성은 아직 남아있다. 그러나 현재 상황에서 '갈 길이 다른' 보수가 완전히 통합한다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통합도 좋지만 그간의 구태를 벗어나는 모습부터 보여주는 것이 우선일 것이다. SW

ld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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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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