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인터뷰] 홍콩 시위 전시회, “알아주는 것만으로도 나비효과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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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인터뷰] 홍콩 시위 전시회, “알아주는 것만으로도 나비효과 된다”
  • 현지용 기자
  • 승인 2019.11.16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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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류 언론에서 보여주지 않는 홍콩 민주화 운동 ‘전인후과’, 홍콩 유학생 50여명이 마련해
지난 14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갤러리 위안에서 홍콩 민주화 운동을 알리는 전시회 '신문이 보지못하는 전인후과'가 열렸다. 이날 전시회는 홍콩인 유학생 50여명이 마련해 홍콩의 주류 언론에서 보도하지 않는 홍콩 사태의 참상을 알렸다. 사진 / 현지용 기자

[시사주간=현지용 기자] 홍콩 민주화 운동을 염원하는 홍콩 유학생들의 전시회가 한국 시민들의 관심을 얻고 있다. 

16일 본지 기자는 지난 15일부터 서울 마포구 서교동 갤러리 위안에서 열린 전시회 ‘홍콩과 함께 일어서다(Stand with Hong Kong): 신문이 보이지 못하는 전인후과(前因後果)’에 방문했다. 오는 17일까지 진행되는 전시회는 이날까지 약 500여명의 방문자가 다녀갔다.

지하 1층 갤러리에 마련된 갤러리는 그림과 일러스트로 홍콩 민주화 운동을 다채롭게 표현했다. 지난 6월부터 시작된 홍콩 시위는 경찰의 무자비한 폭력 진압과 친중파 폭력단의 민간인 공격 등으로 인해, 현재 홍콩 전체에 동시다발적인 저항 운동을 일으키고 있다. 

이날 전시회는 이 같은 홍콩의 현실을 한국 시민에게 알리고자 재한 홍콩 유학생 50여명이 자발적으로 구성했다. 이들은 시위 현장에서 싸우고 있는 홍콩 시위대를 지지한다는 의미로 검은 마스크와 검은 옷을 입었다. 하지만 실내에서도 착용한 마스크에는 중국 정부 쪽 인사 또는 친중파 본토인 유학생이 이들의 신상을 찍어 공개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도 깔려있었다. 

전시회는 지난 6월부터 이달까지 홍콩의 대형 신문·방송사 등 주류 언론이 보도하지 않은 경찰과 친중파 폭력단의 민낯을 공개했다. 홍콩의 주류 언론에서 보도되지 않은 수많은 잔혹한 현실은 빈과일보(Apple News), 스탠드뉴스(Stand News) 등 홍콩 현지 온라인 매체나 CBC(city broadcasting channel) 등 홍콩 학생 기자들이 신변의 위협에도 폭력의 현장에서 그대로 담아온 내용들이었다. 

폭력의 현장이 영상과 사진으로 관람객들을 비추자 탄식과 눈물은 곳곳에서 나왔다. 특히 지난 8월 31일 홍콩 프린스에드워드(太子) MTR 역에서 홍콩 경찰특공대 CTRU 소속 체포조 랩터 소대(速龍小隊)원들이 역과 열차 안까지 진입해, 시위대가 아닌 민간인에 무차별 폭력 진압을 한 영상이 나오자 일부 홍콩 출신 관람객들의 눈시울은 붉어지기도 했다. 

이날 본지 기자는 홍콩인 유학생 리(Lee, 22), 주디(Judy, 24)와 전시회 관련 공동 인터뷰를 가졌다. 

아래는 두 유학생과의 일문일답. 

전시회 관람객들이 지난 6월부터 이 달까지 홍콩 경찰과 친중파 폭력단이 홍콩 시민을 향해 폭력 진압 및 폭행을 가하는 영상 기록을 보고 있다. 사진 / 현지용 기자

-오늘 전시회가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 

오늘 전시회에서 저희가 보여드리는 사진은 홍콩 주요 언론에서 볼 수 없는 것들이다. TVB 등 주류 언론은 대부분 친중파다. (홍콩의 실제 상황은) 인터넷 매체의 라이브 생방송으로 보는 것이 많다. 주류 언론들은 재단으로 정부의 도움을 받거나 친중파 광고사의 광고비를 받기에 자유로운 표현을 할 수 없다.

-한국인 관람객의 방문 등 홍콩 상황에 관심을 갖는 이들이 많아 보인다. 

방문에 고맙다. 한국도 같은 역사가 있었고, 자국이 아님에도 이렇게 와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봐줘서 저희도 감사하다. 멋있는 한국인들도 많고, 저희를 도와주시고 이해하며 응원하시는 등 감사할 따름이다. 

홍콩에 대한 관심을 가져주는 것도 중요하나, 자기 나라에 관한 정치 이야기에 젊은이들이 더 많이 관심을 가지길 바란다. 과거에는 정치가 저희 (젊은이)와 상관없다고 본 시각이 많았다. 그러나 정치는 우리가 서로 닿지 않거나 관심이 없더라도 생활과 모든 것 전반에서 정치에 들어가는 부분이 매우 많다. 이번 홍콩 시위를 겪으면서 그 부분을 깨달았다.

6월부터 홍콩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저도 정치에는 관심이 없었으나 시위 이후 더 많이 보고 생각하며 당시를 반성한다. 지금 여기 한국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많이 없을지라도 이러한 활동 등 할 수 있는 것은 최대한 많이 하고자 한다.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에 홍콩의 현실을 알릴 수 있길 바란다.

15일 전시회를 준비한 홍콩 유학생 리(Lee)와 주디(Judy)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에 홍콩의 현실을 알릴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사진 / 현지용 기자

-며칠 전부터 중국 본토인이나 중국인 유학생으로 보이는 이들이 홍콩 민주화 운동을 지지하는 대자보를 훼손하고 있다.

정부가 중국 시민의 ‘마인드 컨트롤(Mind Control, 세뇌)’을 정말로 잘하고 있는 것 같다. 자기와 다른 사람의 의견을 없애도록 하는 것은 민주사회에 있어서는 아닌 것이라 생각한다. 중국인으로서 홍콩 사건을 모르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이미 중국인이 보는 뉴스는 (국가에 의해) 제한되고 있다. 그럼에도 이해조차 안하면서 그런 행위(반달리즘)를 하는 것은 오히려 자국의 이미지에 영향을 끼치고, 한국인과 중국인의 관계를 더 나쁘게 하는 것이다. 

저는 직접 (중국인 유학생이) 대자보를 훼손하는 장면도 봤다. 다들 보는 시각이 달라 입장이 있는 것은 이해하나, 누구든 자신의 의견을 말할 자유가 있다. 여기는 한국이다. 다른 입장이 있다면 대자보로 쓰는 등 의견 표현으로 해야 한다.

교내에서 홍콩 지지 전단지를 붙일 때 중국인들은 이를 쳐다보면서 홍콩의 두 글자만 봐도 싫어한다. (말하려는 것이) 무엇인지 잘 모름에도 “아, 너는 독립하려는 사람이구나”라고 이해한다. 제 친구 중 한 명은 대학교 어학당을 다니면서 다른 중국인 유학생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하고, 실제로 위협받고 있다. 학교 선생님께 대책을 구하고 있다.

-홍콩의 ‘일국양제’가 지켜지지 않고 있다. 심지어 애국사상교육과 국가보안법을 다시 추진하려 하고 있다.

저희는 중국이 두 개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홍콩과 중국은 다른 체제를 갖고 있고, 방식과 교육 모두 다르다. ‘하나의 중국’에 반대하고 홍콩이 독립을 해야 한다는 생각도 아니다. 그저 홍콩의 체제를 보장받길 원함에도 애국사상교육 강화나 국가보안법, 범죄인 인도법 등 홍콩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 이런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 악법이기 때문이다. 지금으로서는 무엇이라도 해서, 나중에 우리보다 젊은이들이 더 나은 홍콩 사회에서 살길 바랄 뿐이다.

사진 / 현지용 기자

-홍콩 민주화 운동을 하다 목숨을 잃은 소녀 천옌린(陳彦霖, Chan Yin Lam), 홍콩과기대 학생 차우즈록(周梓樂, Chow Tsz-lok)을 볼 때 어떤 심정인지.

마음이 매우 아프다. 경찰에 잡혀가고 실종되는 이들이 매우 많다. 경찰이 시민을 성폭행하는 등 있을 수도 없는 일이 벌어진다. 하지만 지금 정부는 경찰에 너무나 많은 권력을 주고, 경찰이 무얼 하든 정부는 신경 쓰지 않고 있다.

천 양의 시신은 발견되고 단 수 일만에 화장됐다. 시신에서 증거가 나올 것이라 생각하니, 바로 시신을 없애고 진실을 밝히지 못하게 하려함이라 보인다. 지금의 홍콩 정부는 학생을 죽이고 그 가족마저 잡아가고 있어, 체포된 학생에 대해 가족은 나서서 진실을 밝혀달라고 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차우즈록(周梓樂, Chow Tsz-lok)의 사망 원인을 아는가? 한국 언론은 경찰의 추적을 피하다 ‘실족사’한 것이라 보도하고 있다. 하지만 추락 시 손과 발이 바닥에 먼저 닿아야 함에도 사인은 뇌사 및 골반뼈 파손이라 나왔다. 홍콩의 모 의사는 이에 대해 실족사가 아닌, ‘분명히 누군가 차우 군을 밑으로 던졌다’는 소견을 페이스북을 통해 내놓기도 했다. 설령 실수로 떨어질지라도 머리와 골반 손상은 이렇게 많을 수 없다는 것이다.

당일 경찰이 구급차 진입을 막은 것도 있다. 뛰어내린 장소의 외벽에서 혈흔과 손바닥 자국이 남아있다는 보도도 있으나, 한국 언론에서는 나오지 않고 있다. 

-한국인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지금 홍콩 상황은 준전시 상태에 다름 아니다. 그래서 홍콩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홍콩 민주화 운동에 좋은 인식을 가지며, 이를 다른 분께 알려주심은 나비효과로 되돌아온다. 한국도 홍콩과 같은 일을 겪었으니, 홍콩의 이야기를 함께 나누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된다. 사회의 문제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가지면 좋겠다. 다른 영향력을 가진 분이 있다면 홍콩을 많이 도와주길 바란다. SW

 

hjy@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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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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