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존칼럼] 결혼하지 않습니다만, 그래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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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존칼럼] 결혼하지 않습니다만, 그래서요?
  • 오세라비 작가
  • 승인 2019.11.18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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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셔터스톡

[시사주간=오세라비 작가] 결혼하지 않는 시대다. 안 해도 너무 안 한다. 자녀가 혼기가 꽉 차거나 지나도 “이제 결혼 해야지! 언제 결혼 할 거야?”라고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다. 아니 못한다. 지나가는 농담일지라도 그렇게 말했다가는 정색을 하고 “결혼하지 않습니다만, 그래서요?” 대번에 분위기 썰렁해진다. 

혼인율은 해마다 역대 최저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7년 혼인 건수는 26만4500건으로 전년보다 6.1%(1만7200건) 감소했다 지난해 혼인 건수는 전년보다 6800여 건 줄어든 25만7600건이다. 이런 추세라면 머지않은 장래에 20만 대도 무너지지 않을까 싶다. 

혼인을 하지 않다보니 ‘혼밥(혼자 밥먹기)’, ‘혼술(혼자 술먹기)’, ‘혼영(혼자 영화보기)’, ‘혼행(혼자 여행가기)’ 등 싱글 세대의 신조어는 계속해서 생겨나고 있다. 생활 양식의 변화로 1인가구는 흔해지고 있다. 지난해 통계청 인구주택총조사에서 1인 가구 비율은 30%에 육박했다. 혼자 살기의 흐름은 거스를 수 없고, 따라서 결혼과 출산이 줄어드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겠다. 

개인주의의 발달, 혼자 살기 편한 대도시의 인프라, 가족중심 집단생활에서의 탈피, 인터넷 디지털 신기술 등 혼자 살아도 충분한 요건이 잘 갖춰진 시대임은 분명하다. 그렇다보니 성인 남녀는 굳이 결혼할 필요성도 느끼지 못한다. 특히 결혼을 해 가정을 꾸리는데 드는 비용에 대한 부담을 가장 크게 느낀다. 결혼 실패에 대한 두려움도 깔려 있다. 미국은 전체 성인 중 50%가 독신이다.

그렇다하더라도 뭐든 빨리빨리 진행되는 우리나라의 특성 상 급격한 혼인율 감소 현상에 대해서는 다각도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5년 전 발흥한 과격 양상의 페미니즘운동을 보자. 페미니즘 현상은 우리 사회 남녀 청춘들의 연애 방식마저 뒤흔들었다. “너 예쁘다” 는 말 한마디에 성차별주의자·여성혐오자로 몰리고, 쳐다보는 것조차 ‘시선강간‘이라는 말로 몰아간다. 

남녀 사이에 재기발랄한 농담도 주고받기 어렵다보니 연애나 사랑에 빠지기 쉽지 않다. 필자에게 메일을 보내 온 어느 여자 대학생은 ’화장하고 꽃무늬 옷을 입었다는 이유로 선배 페미니스트들에게 막말을 들었다‘고 하소연해 왔다. “자퇴해서 좋아하는 한남(한국남자) 찾아 떠나는 게 어때? 진심으로 한남한테 이쁨 받고 싶으신 마음 알겠는데, 제발 SNS에서 우리 학교 이름 달고 나대지 않았으면 해” 이런 내용이었다. 이 여학생은 페미니스트들의 시선이 두려워 남자친구 사귀기도 어렵게 되었다고 한숨 지었다. 페미니즘이 남녀 사이를 단절시키고 남자를 적으로 돌리는 풍토를 만드는데 일조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추세에 영향을 받아서인지 요즘은 ‘비혼 선언’을 하는 남녀도 증가하고 있다. 결혼할 의사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는 뜻으로 ‘비혼’이 쓰이는데, 최근 일반적으로 입에 많이 오르는 신조어다. 필자는 대략 10년 전부터 비혼이 사회적으로 조금씩 사용됐다고 기억한다. 그러다 최근 페미니즘 열풍으로 결혼 경시 풍조가 일어나며 이른바 ‘영페미(Young Feminist)’가 주축이 돼 비혼이 유행처럼 번졌다. 이들은 결혼을 하지 않았다는 상태를 가리키는 미혼, 독신, 싱글이라는 용어보다 젊은 여성들이 주로 비혼이라는 말을 적극적으로 선호한다. 

비혼은 일본식 표현으로 일본에서는 법률혼이 아닌 경우 비혼이라 구분한다. 요즘은 당당하고 적극적인 비혼 결심을 위해 반지를 맞춰 끼는 비혼링, 혼자만의 예식인 싱글웨딩, 또 비혼자들이 모여 사는 공동체도 존재하는 등 새로운 트렌드도 생겨나고 있다. 

한편으로 비혼파 남성도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주변을 보더라도 한국의 젊은 남성들 중 상당수는 결혼에 대한 부담감을 느끼고 꼭 결혼을 해야 할 이유가 없다는 점, 자유로운 생활 영위를 위해 비혼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사회 현상을 우리보다 먼저 겪은 일본 역시 크게 증가한 비혼파로 인해 결혼과 출산이 줄어드는 문제에 직면해 있다. 

필자는 얼마 전에 읽은 우에노 치즈코. 미나시타 기류의 『비혼입니다만, 그게 어쨌다구요』에서 인용된 일본 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의 조사를 다음과 같이 인용한다. 

“적극적인 남성 비혼파가 과거 28년 간 다섯 배 가까이 증가한 반면, 같은 기간 내 비혼파 여성은 두 배 늘어났다”

일본의 남성 비혼파가 여성 비혼파에 비해 세 배 가까이 높은 실상을 보여 주었다. 현대 남성에게 결혼이라는 가족 제도는 위험 부담을 안겨주는 세태라고 해야 할까. 비혼의 유형도 자발적 선택, 어쩔 수 없는 선택, 부모와 함께 살며 부모의 기반을 이용해 사는 비혼 등이 있다. 일본에서는 부모에게 얹혀 사는 비혼자를 ‘기생충 비혼’이라 비하하는 말도 있다고 한다. 한국은 혼인율 감소의 원인과 대책의 초점을 여전히 여성에게 맞추고 있지만, 실제로는 남성들이 더 혼인을 꺼려한다는 사실을 이제는 인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눈여겨 볼 대목은 고소득층에 속하는 남녀는 여전히 결혼에 적극적이라는 것이다. 필자는 최근 국내 결혼중개업 현황 자료를 찾아보았다. 흥미로운 점은 이 자료가 여성가족부 정책자료실에 게시되어 있었는데, 지난달 기준 전국 782개의 결혼중개업체가 등록돼있었다. 예상대로 업체의 30%는 서울시, 그 중 절반 이상이 강남·서초에 집중돼있었다. 이는 성업 중인 결혼중개업체가 고소득층에 몰려있다는 방증이 아닐까 싶다. 결혼도 부의 측면에서 성공한 커플이 하는 것이 아닌지 생각해 볼 대목이다. 

게다가 혼인율이 떨어지고 평생 결혼하지 않는 이들의 증가는 사회적으로 발생하는 문제에 시사점을 준다. 비혼 시대의 긍정적 의미에 동의하는 바가 적진 않다. 반면 연봉이 높은 직장에 다녀 노후대비를 꼼꼼히 준비하는 비혼은 그다지 문제가 없지만, 평생 결혼하지 않으면서 혼자 살아간다면 경제적 능력은 꼭 필요하다.

빈곤한 비혼, 장차 빈곤 가능성이 높은 비혼의 혼자살기 방식은 또 다른 사회적문제의 양상으로 전개된다. 혼자 살기의 방식이 노년이 되면 문제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노년 시기에 피할 수 없는 지병과 그에 따른 의료비, 돌봄 서비스에 붙는 비용은 어마어마한 지출을 초래하게 된다. 더구나 사회보장체제가 허약한 기반에서 사회보장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이는 비혼자의 노후는 여러 가지 문제를 낳게 된다. 

현대인의 라이프 스타일은 빠르게 바뀌고 있지만, 한국 사회는 변화하는 삶의 방식에 얼마나 대비를 하고 있을까. SW

 

murphy80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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