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52시간 근무제 계도 연장', 노사의 '볼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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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52시간 근무제 계도 연장', 노사의 '볼멘소리'
  • 임동현 기자
  • 승인 2019.11.20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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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18일 브리핑을 통해 주52시간제 보완대책 추진방향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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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주간=임동현 기자] 지난 18일 정부는 내년 11일부터 주 52시간 근무제가 적용되는 50~299인 중소 사업장에 대해 "충분한 계도기간을 두고 특별근로연장도 최대한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7월부터 단계적으로 주52시간제가 시행되고 있고 이미 시행된 300인 이상 기업과 공공기관은 정착단계에 있지만 중소기업은 대기업에 비해 여력이 부족해 준비에 애로가 많다. 어려움이 큰 4천개소에 대해 정부가 11로 지원하고 있음에도 현행 제도만으로는 도저히 해법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 것이 현실"이라면서 "52시간제 취지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현장에서 가장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부분을 중심으로 정부가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추진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300인 이상 대기업에 계도기간을 부여할 때 초기 6개월 계도기간을 일괄 부여하고, 지난해 연말에 개선 계획을 수립한 기업에는 3개월 추가 기간을 부여했으며 9개월 이상 계도기간을 부여하는 안도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이번 결정은 계도기간을 늘려 주 52시간제를 지키기 어려운 중소기업에 준비하는 시간을 주는 것과 함께 근로기준법상 '재난 및 이에 준하는 사고 발생' 시에만 허용한 특별연장근로를 일시적인 업무량 급증 등 경영상 사유에도 활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정부의 결정에 노사 모두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기업 측은 유예기간을 늘리면서 동시에 정부가 근무시간을 정하는 것을 줄이고 선택근무제 등을 도입해야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노동계는 정부가 노동계의 현실을 무산시켰다면서 소송 및 총파업도 불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노사 양측 모두 이번 결정을 달가워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일단 환영의 입장을 전했다. 중앙회는 "강화된 환경규제로 경영환경이 매우 엄혹한 가운데, 그동안 중소기업계에서 지속적으로 건의한 내용이 이번 규제개선 방안애 포함됐고 특히 장외영향 평가서와 위해관리계획서의 통합, 컨설팅 지원 확대 등은 중소기업에 도움이 될 것이다. 다만 중소기업계가 간절히 바라는 화평법, 화관법의 실질적 규제개선과 주52시간 시행 유예 등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대책 마련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국경영자총협회는 18"특별연장근로는 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매번 개별근로자의 동의를 얻어 정부의 인가를 받아야하고, 그 인가 여부도 정부의 재량적 판단에 따라 좌우되는 불확실성을 안고 있으며 근로가 더 필요한 경우에 특별히 정부의 인가로 추가연장근로가 허용되는 제도이므로 제도의 본질상 예외적, 일시적, 제한적인 틀 속에서 운용될 수밖에 없기에 우리 기업들에게 필요한 유연근무제 개선과는 거리가 멀다"고 밝혔다.

경총은 이어 "특별연장근로가 법적안정성 없이 행정부에 의해 추가연장근로시간 범위와 관리방식이 변동되는 등 불확실하고 불안정한 점을 감안해볼 때, 법으로 제도화하는 것이 타당하며 상당수 중소기업이 근로시간 단축 준비가 부족한 현실을 감안할 때 법으로 시행시기를 1년간 유예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연장선상으로 손경식 경총 회장은 20일 열린 경총회장단 정책간담회에서 "52시간제 같은 획일적 근로시간 단축은 기업들이 국내외 시장에서 적극적으로 사업할 수 있는 길을 가로막고 있다. 정부가 보완책을 추진하고 있기는 하지만 기업 현장의 기대에는 부족한 수준"이라면서 "국회에서 입법으로 탄력적 근로시간제는 물론 선택적 근로시간제, 특별연장근로 같은 보완조치가 반드시 함께 이루어지도록 힘써주고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법으로 시행시기를 1년 이상 늦추는 입법도 추진해달라"고 말했다.

노동계의 반발은 거세다. 한국노총은 "정부는 노동시간단축 정책과 관련해 스스로 무능함을 인정했다. 지난해 2월 노동시간단축법이 통과된 이후 111개월이 지났지만 시행 한 달을 앞두고 정부가 계도기간을 꺼내 든 것은 스스로 제 역할을 하지 못했음을 시인한 것과 다름없다. 일시적 업무량 증가와 경영상 사유는 사용자가 언제든지 주장할 수 잇으며 자의적 해석이 가능하고 승인을 받지 않고도 임의로 노동시간을 연장한 뒤 사후에 받을 수 있다. 자연재해와 회사의 업무량 증가가 동급으로 취급되는 법을 가진 국가는 전 세계에서 대한민국이 유일하게 됐다"며 비판했다.

한국노총은 특별연장근로 인가 확대 방침에 반발하며 "연장제도의 취지를 왜곡하는 불법적인 시행규칙 개정에 법적 대응하겠다. 행정소송이나 정부의 개별 인가처분에 대한 취소소송도 검토할 것이다. 정부가 발표한 내용을 시행한다면 한국노총은 경제사회노동위원회를 비롯한 모든 사회적 참여를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52시간제 계도기간 설정의 근거 없음과 부당함을 역설했음에도 정부는 귓등으로도 듣지 않고 시행 준비를 하지 않고 있는 사업장을 핑계로 '충분한 유예' 요구를 수용해버렸고 취지와 목적 자체가 완전히 다른 특별연장노동제를 장시간 노동 강제용으로 끌어왔다. '일시적 업무량 급증'은 원청 납품기한 일방 단축요구나 긴급 발주 등 원하청 구조 문제다. 정부는 원청 갑질, 불공정한 원하청 구조문제 해결에는 관심없이 , 사업장 규모가 작을수록, 임금이 적고 보호해줄 노동조합 힘이 약할수록 더 많은 희생과 고통을 전가하려 하고 있다"고 밝혔다.

민노총은 "사용자의 개악 요구를 청부 받아 국회 법 개악을 시도해보고, 안 되면 시행규칙이라도 개악하려는 정부에 대한 치밀한 투쟁계획을 마련하겠다"면서 총파업을 준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치권도 논쟁에 참여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52시간 위반 처벌 유예방침은 말이 계도기간 부여지 사실상 무리한 주 52시간제의 실패를 인정한 백기투항이다. 노조 눈치보기, 노조달래기에만 급급해 근본 보완책 마련에 손놓고 있다가 또다시 땜질식 처방으로 급한 불부터 끄자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이번 정부 조치는 52시간제를 형해화하려는 꼼수이며 법으로 정해진 것을 정부가 시행령 또는 행정지침으로 훼손하는 것은 심각한 입법권 침해"라면서 "문재인 정부의 핵심 공약인 노동시간 단축의 포기 선언이다. 정부의 반노동 정책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런가하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바른미래당 간사인 김동철 의원은 "산업계와 경제계의 고통을 전혀 인식하지 못한 채 저지른 만행이다. 정부가 입법으로 주52시간제를 밀어붙인 만큼 입법적 조치에 의해 시행유예해야하며 주52시간제에 대해 형사처벌하는, 세계에 유례없는 발상을 즉각 폐기하고 적정 과태료 부과로 해결해야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중소기업 여건상 주52시간을 지키기 어려운 상황이기에 계도기간과 특별근무 허용을 늘려 52시간을 맞춰가는 것이 우선이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기업들은 계도기간 연장과 더불어 '유연근무제'가 도입되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노동계는 '52시간 근무제를 사실상 포기한 것'이라면서 기업들의 연장근무를 유도하고 노동자의 주장을 무시했다고 반발하고 있다. 보수정당들은 '근로시간 단축은 노조 눈치보기였으며 우리 실정에 맞지 않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으며 진보정당들은 '대통령의 공약 실패이며 법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반발하고 있다.

정부는 주52시간제 정착을 위해 탄력근로제 법안이 반드시 통과되어야한다고 밝히고 있지만 이 역시 찬반이 맞서고 있어 통과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 어떤 내용이 나와도 '기업 위주', '노조 위주'라는 비판을 양쪽에서 받을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노사 모두 정부가 의지를 가지고 추진해야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 정부의 '의지'가 이제 중요한 사항이 됐다. SW

ld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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