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류칼럼] 궁박한 처지의 고종은 왜 미국에 눈을 돌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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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류칼럼] 궁박한 처지의 고종은 왜 미국에 눈을 돌렸나
  • 주장환 논설위원
  • 승인 2019.11.22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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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AP

[시사주간=주장환 칼럼] 러일전쟁 발발 18일 전 서울에서 고종은 이렇게 말했다. “러시아와 일본간의 평화가 결렬될 경우 한국은 엄정중립을 지키고자 한다.”

이 소리에 영국 등 대부분의 열강은 전시 중립선언을 지지하고 나섰다. 물론 각국의 이해관게 따른 결정이었지만 고종은 세계 열강들이 자신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주는 것 같아 나름 뿌듯했을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미국은 묵묵부답이었다. 당시 미국은 필리핀을 병합하고 동아시아 이권경쟁에 뒤어들었다. 이른바 문호개방선언이다. 존헤이 국무장관은 중국내 양향권역에서 무역과 운송에 평등한 취급을 요구하고 나섰다. 그런데 러시아가 만주에서 철병하기로 하면서 약속하면서 중국에 내건 조건이 문제가 됐다. 니콜라이 2세는 만주를 다른 나라에 매각하거나 대여·양여하지 않을 것을 요구했다. 이것은 미국에 대한 문호개방에 맞서는 것으로 만주에 대한 문호폐쇄를 의미했다.

시어도어 루즈벨트 대통령은 러시아의 행동에 크게 열을 받았다. 그리곤 동아시아에서 힘의 균형을 이루자는 목적으로 일본에 힘을 보탰다. 그는 그들(조선)은 자신의 방호를 위해 적에게 일격도 가할수 없었기 때문에 우리는 일본에 반대하여 조선의 이익을 위해 적극 개입할 수 없다고 천명했다. 약소국이었던 우리의 처지가 눈에 밟힌다.

일본이 한반도를 관통해 러시아로 진격해 나가면서 중립선언은 공염불로 끝났다. 러일전쟁 직후 일본은 루즈벨트의 하버드대학 동창인 가네코 켄타로를 미국에 특사로 보내 설득하는 등 외교전을 펼쳐 가쓰라 다로 수상과 대프트 미국무장관 간의 밀약을 얻어 낸다. 가쓰라는 영국 랜스다운 외상과도 접촉, 일영동맹협약 중 한국의 독립과 영토를 보전한다는 부분을 삭제한다. 러시아는 포츠머스 조약으로 조선에서 손을 떼고 미국 등 열강은 한국 보호국으로서의 일본의 위치를 묵인해 주게 된다.

미국의 뒷발에 차인 고종이지만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고종은 미국을 조선과 거리가 멀어 침입할 우려가 심하지 않을 것이며 황금의 부국이니 물질적으로 덕을 볼 것이오, 종교지상주의 국가이니 도덕을 존중할터이라(이하영의 한미국교와 해아(헤이그)사건(海牙事件)”고 말했다. 승정원 일기(188459)에서도 고종은 미국은 부강함이 천하제일이다고 했다. 그는 청나라 원세개의 압력과 분노에도 불구하고 주미공사관을 꾸리는 등 친미정책을 편다.

해방 이후 이승만은 미국의 지원 아래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의 초석을 닦았으며 박정희 대통령은 미국의 안보우산을 적극 활용, 오늘날의 경제발전을 가져왔다. 이제 그 보호막이 사라질지도 모르는 궁박한 처지로 몰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종료일이 다가오자 주한미군 철수설 등 온갖 소문이 흉흉하게 나돈다. 국방과 국가적 방향, 자기이해 관계를 걱정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어떤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이 기다리고 있을지 두려워진다. SW

jj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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