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존칼럼] 어린이집 떠난 자리에 들어서는 노인요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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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존칼럼] 어린이집 떠난 자리에 들어서는 노인요양원
  • 오세라비 작가
  • 승인 2019.11.25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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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오세라비 작가

[시사주간=오세라비 작가] 확연히 달라진 동네의 풍경 둘이 있다. 하나는 필자가 사는 아파트 단지와 인접한 곳에서 운영 중이던 어린이집이 폐원한 것이고, 둘은 단지 내 어린이 놀이터 시설에 아이들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달라진 풍경 하나,

어린이집이 폐원한 부지와 건물에는 노인요양원이 들어섰다. 수년 전부터 어린이집의 폐원율이 개원율 보다 훨씬 높아짐에 따라, 원아 감소로 인한 불가피한 폐원이겠다. 하지만 어린이집이 폐원한 곳에 노인요양원 시설이 들어선 것은 조금은 충격적이었다. 노령 인구의 증가 속도가 그만큼 빠르다는 것을 입증하는 셈이다. 어린이집뿐만 아니라 유치원 수도 급감하고 있다. 인구 감소의 현장을 생생하게 말해주는 듯하다.

폐원한 어린이집은 건물 규모도 크고 앞마당에는 갖가지 들꽃이 화분에 올망졸망하게 있어 계절마다 예쁜 꽃들을 감상하던 곳이었다. 아침이면 원아들이 줄지어 보육교사의 지도로 손을 흔들며 정문을 들어서던 모습이 엊그제 같았다. 아이들이 작은 손으로 심고 키우던 꽃화분에 각자의 이름표를 붙여 정원에 전시하고, 아이들이 합창하는 노래 소리는 동네까지 밝고 환하게 만들었다. 앞마당에서 마술사가 방문해 마술 놀이, 여러 체험 놀이가 펼쳐졌다. 합동 생일잔치가 있는 날이면 학부모들이 분주히 드나들었다. 크리스마스에는 색색의 전구 불빛이 정원과 건물 현관을 수놓아 덩달아 동네 주변까지 예쁘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제 그런 풍경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니 기분이 묘하다. 

저출산으로 인한 출생아수 감소와 고령화로 인한 원생 감소는 진작 알고 있었으나, 막상 어린이집이 폐원한 그 자리가 곧바로 노인요양원으로 변모하는 현실은 노년인구의 증가가 한국 사회의 풍경마저 급속히 바꾸어놓고 있음을 증명하는 듯하다. 폐원한 어린이집은 상가나 혹은 다른 용도로 쓰일 줄 알았으나 그게 아니었다. 현재는 노인요양원 개원을 위해 건물 전체를 리모델링 중에 있다. 

어린이집 건물뿐 아니라 인근의 오래된 건물 중 규모가 크면 어김없이 노인요양원으로 바뀌고 있어, 이대로 괜찮을까 싶은 생각이 자주 든다. 대로변에 위치한 어떤 건물은 통째로, 그렇지 않으면 여러 개 층을 노인요양원으로 개조한 곳도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런가하면 근처에는 노인요양병원, 즉 의료 목적으로 장기 요양 입원을 하는 전문 노인요양병원도 설치돼있다. 

노인요양원은 돌봄이 목적으로 요양보호사 중심이며, 노인요양병원은 치료가 목적이니만큼 의사·간호사 의료 인력이 상주하는 차이점이 있다. 요양원이든, 요양병원이든 이런 시설은 계속해서 늘어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맞고 있다. 가족의 수가 줄어들고 노인 돌봄을 가족이 부담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전문적인 요양시설을 이용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달라진 풍경 둘,

공동주택 내 어린이 놀이터에 아이들이 보이지 않는다. 간혹 아이들이 놀이기구를 이용하는 광경이 있긴 하지만,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처음 단지로 이사 왔을 무렵만 하더라도 어린이놀이터는 아파트 건물 앞, 뒤로 넓게 있었다. 그러더니 놀이터 면적은 점차 줄어들기 시작해 앞쪽 놀이터는 미끄럼틀, 그네 각 한 개씩만 남았다. 하지만 ‘미니’ 놀이터가 된 곳을 이용하는 어린이는 찾아 볼 수 없다. 

다른 어린이놀이터도 역시 늘 비어있다. 요즘 유소년들이 놀이터에서 놀지 않은지 오래됐기도 하다. 학교 끝나면 학원으로 곧장 직행해 공부하고, 부모들이 승용차로 데려오는 방식이라 놀이터에 갈 일이 거의 없다. 어린이놀이터에서 모래를 묻혀가며 놀지 않는다. 또 유소년 인구 감소 직격탄이 어린이놀이터를 텅 비게 하는 가장 큰 요인이기도 하다. 

그런데 어린이놀이터를 이용하는 세대가 노년층이라는 사실을 불현 듯 깨닫게 된다. 놀이터에 설치된 벤치는 노인 차지가 된지 오래다. 필자가 늘 보는 광경으로, 같은 벤치에 같은 노인이 앉아서 시간을 보내는 전용 벤치가 된 것이다. 노인들은 놀이터에서 만나 서로 대화하고 간식을 먹는 등 시설을 그렇게 활용하고 있었다. 가끔 노인들은 그네를 흔들흔들 타기도 하고, 놀이시설을 스트레칭 용도로 이용하기도 한다. 물론 공동주택 내 시설물이고 요즘은 놀이시설이 안전성이나 기능적 면에서 우수하여 노년층이라고 사용 못할 이유는 없다. 

근래 들어 성업 중인 실내 놀이터 키즈카페는 부모와 어린이들이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다용도 놀이시설로 대형화 돼가고 있다. 어린이와 함께 간 부모들은 카페테리아에서 음식과 차를 마시고, 안마시설·네일아트 숍을 이용하는 등 놀이터 이용 방식이 바뀌었다. 구태여 공동주택의 실외 놀이터에서 놀지 않아도 되는 시대인 것이다. 그러니 실외 어린이놀이터는 자연스레 노년층의 휴식 공간과 운동을 겸하는 추세로 변할 수밖에 없으리라. 장차 공동주택의 어린이놀이터에 노년층이 사용하게끔 운동기구를 설치해 노인들의 운동 시설로 변모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지난해 주민등록 인구 통계 중 연령별 인구구조를 보면 지난해 말 기준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0세~14세 유소년보다 102만1798명 많아지는 등, 격차가 100만 이상으로 벌어졌다. 이미 고령 인구가 유소년인구를 압도하고, 피라미드 형태에서 항아리 형태 인구구조로 변한 전형적인 고령사회 모습이 됐다. 

유아 감소로 어린이집·유치원 폐원은 초·중·고 및 대학교 감소로 가속화 될 것이다. 유소년 감소로 동네 풍경마저 완전히 바뀌어 공동주택이 거대한 노인 공동주택화로 이어지는 현실이다. 인구 구조의 변화로 산업구조, 소비산업형태 등 한국 사회 전체가 바뀌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 뿐 아니라 다른 선진국도 예외가 아닌 현상인 점은 분명하다. 

그렇다하더라도 어린이집이 폐원한 건물에 곧바로 노인요양원 시설이 들어서는 것을 목격하자니 마음이 울적해짐은 어쩔 수 없다. 아이들이 보이지 않는 동네, 노인유모차로 불리는 노인 보행차를 밀고 다니는 노인들이 많아진 동네, 이것이 요즘 동네 모습이다. SW

 

murphy80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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