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여고 경비원 채용 공고 논란...“기재 상 오해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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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여고 경비원 채용 공고 논란...“기재 상 오해일 뿐”
  • 현지용 기자
  • 승인 2019.11.28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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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주시간’ 평일 16시간, 주말 24시간, 임금은 87만원
휴게·수면시간 합해도 임금 계산에서는 제외
노동부 “임금 지급해야”, 부산여고 “기재 상 오해”
부산여자고등학교의 경비원 채용 공고가 온라인상에서 큰 반발을 일으켰다. 직종 특성 상 경비실에 상주해야하는 때가 많음에도, 공고상 임금 산정에서 이를 제외한다는 이유 때문이다. 이에 대해 부산여고 관계자는 “기재 상 그러할 뿐, 경비원의 수면·휴게시간은 사업장 및 사용자 관리 감독으로부터 자유롭다”고 해명했다. 사진 / 뉴시스
부산여자고등학교의 경비원 채용 공고가 온라인상에서 큰 반발을 일으켰다. 직종 특성 상 경비실에 상주해야하는 때가 많음에도, 공고상 임금 산정에서 이를 제외한다는 이유 때문이다. 이에 대해 부산여고 관계자는 “기재 상 그러할 뿐, 경비원의 수면·휴게시간은 사업장 및 사용자 관리 감독으로부터 자유롭다”고 해명했다. 사진 / 뉴시스

[시사주간=현지용 기자부산여자고등학교의 경비원 채용 공고가 온라인상에서 파문을 일으키자, 부산여고 측은 이에 대해 “기재상의 오해일 뿐”이라 해명했다. 이번 논란으로 경비원 문제 실태를 통한 국내 노인 빈곤문제가 심각한 수준까지 올라갔다는 해석이 커지고 있다.

부산여고는 지난 25일 본교 홈페이지에 격일제 경비원 채용 공고를 게재했다. 해당 공고는 경비 및 시설관리를 주요 업무로 만 50세 이상~65세 미만의 격일제 경비원을 구하면서, 채용부터 정년퇴직까지 채용기간을 잡고 있었다.

그런데 해당 공고의 근무 형태에 따른 임금 산정 부문에서 논란의 여지가 생겼다. 공고는 평일의 경우 △근무시간 6시간, △수면·휴식시간 10시간이라며 ‘상주시간 16시간(당일 오후 4시20분~익일 오전 8시20분)’이라 기재했다. 주말·공휴일도 △근무시간 9시간, △수면·휴식시간 15시간에 ‘상주시간 24시간(당일 오전 8시20분~익일 오전 8시20분)’이라 기재했다.

문제는 이에 대한 월 기본급을 최저임금 8350원에 따라 약 87만원으로 잡았다는 점이다. 이는 상주시간에서 수면·휴식시간을 제외한 근무시간만 계산해 곱한 결과다. 하지만 경비원은 사업장인 경비실에 상주하며, 야간에도 순찰 등 관련 업무를 맡는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경비원 직종은 경비실에서 수면 및 휴게시간을 보내야 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공고 기재 상으로도 ‘상주시간’이라 적은 것은 사실상 수면·휴식시간이 사용자의 관리 감독에 따라 사업장 내에서 있어야 함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대법원도 2016년 판결을 통해 ‘휴게시간으로서 근로자에게 자유로운 이용이 보장된 것이 아니고,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놓여있는 시간은 근로시간에 포함된다’라고 밝히며 대기시간을 근로시간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해석했다.(대법 2016다243078)

이 때문에 해당 공고는 네티즌으로부터 강한 반발을 받고 있다. 특히 경비원이 퇴직 후 남성 빈곤 노년층이 선택할 수 밖에 없는 주요 직업으로 몰리고 있기에, 근무시간보다 임금이 적은 것은 매우 부당하다고 느끼고 있다.

한 네티즌은 이에 대해 “80만원을 주고 개처럼 부려먹겠다는 것”이라 분노하거나, 다른 네티즌은 “경비원직마저도 채용 경쟁률이 매우 높은 게 지금의 노년층이다. 앞으로 노인 빈곤율은 더 심해질 것”이라 한탄하기도 했다.

사진은 부산여고가 지난 25일 본교 홈페이지에 게재한 격일제 경비원 채용 공고의 일부. 사진 / 부산여자고등학교
사진은 부산여고가 지난 25일 본교 홈페이지에 게재한 격일제 경비원 채용 공고의 일부. 사진 / 부산여자고등학교

고용노동부 관계자도 28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근로기준법 63조에 따라 감시단속적 업무 종사 근로자는 고용노동부 장관 승인을 통해 근로시간이나 휴일·휴게 관련 적용에서 제외돼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보지 않으나, 근로 형태 상 문제가 될 수 있는 소지는 사업장에 상주하는 시간에 비해 근무시간보다 휴게·수면시간이 길다는 점”이라 지적했다.

그러면서 “수면·휴식시간의 경우 근로시간이 아니기에 임금 지급의 의무가 없다. 그럼에도 해당 시간에 실제 순찰, 업무처리 등 업무 수행을 해야 한다면 그 시간은 근로시간으로 보고 추가로 임금을 지급해야한다”고 설명했다.

공고상 ‘상주시간’이라 기재된 부분에 대해서는 “보통 상주시간이라 기재하는 것은 용어상 ‘어느 한 곳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머물러있어야 한다’는 용어 뜻이 강하다보니, 사실상 집에도 못 가고 학교에 붙어있어야 한다는 의미로 느끼는 것이 크다”며 “실제 그러한 의도인지는 해당 기관이 알 것”이라 해석했다.

네티즌의 반발 여론이 퍼지자, 부산여고 관계자는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공고에 기재된 수면·휴식시간은 사업장 밖 또는 근로자의 자택 등 어디에서나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이다. 기재 상 ‘상주시간’이라 기록했을 뿐”이라며 “경비원의 수면·휴식시간 사용은 관리자의 지휘 감독 아래에 놓여있지 않다. 이는 오해”라고 답했다.

네티즌의 분노는 사실상 고령화와 노인 빈곤층, 특히 남성 노인 빈곤층에 대한 안타까움과 공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5일 통계청의 ‘2019년 사회조사 결과’에서도 50대를 기점으로 자신의 경제적 위치가 ‘하(下)’라 생각하는 비중은 50~59세 38.9%, 60~64세 50.3%, 65세 이상 53.6%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 한국노동연구원도 한국의 노인 빈곤율은 49.6%로 세계 1위라 집계한 바 있다.

온라인상에서 큰 반응을 일으킨 부산여고 경비원 채용 논란은 그만큼 한국의 노인 빈곤율 심각성과 이를 우려하는 시민들의 여론을 반증한다. 남성 노년층의 주요 직업이 된 경비원은 근로기준법의 존재에도 고된 노동과 낮은 임금, 갑질 피해, 고용불안 문제를 여전히 빈번하게 겪고 있기 때문이다. 노인 빈곤 문제에 대한 정부의 해결이 시급한 시점이다. SW 

hjy@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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